지워지지 않는 상처란 없다
<21년 원글>
네 가슴에는 세로줄 흉터가 생기고
내 마음에는 보이지 않으나,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생기고...
.
.
.
.
<24년 2월의 글>
21년, 이 글을 쓸 때까지만 해도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기억될 일이라고 생각했어. 3년만에 글을 꺼내 읽으면서, 긍정적으로 변한 나를 느껴.
”아아, 지워지지 않는 흉터란 없구나. 상처란 없구나.“
24년의 나는 21년 과거의 내게,
그리고 미래의 네게(축복이)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친구들은 없고 네 가슴에만 있는 흉터에 대해 묻는다면 엄마는 이렇게 대답할 거야.
“천사님께서 너를 살리기 위하여 열심히 애쓰신 흔적이라고. 흉터가 아니라 천사가 다녀간 길이란다.“
네가 60일이 조금 넘었을 때, 50일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해서 너를 데리고 처음으로 외출을 했다. 아기라면 누구나 찍는 누드사진. 훗날 수술하기 전에 미처 흉터없는 사진을 찍지 못해 후회하는 엄마들이 부럽다고 하더라. 의도치는 않았지만 선경지명이 있었던 걸까. 운좋게 무료촬영을 하게 되었고 덕분에 천사날개를 달고 눈부시게 하얀 네 깨끗한 몸을 기념으로 남겨놓을 수 있었다.
촬영 당일, 청색증인 것을 모르고 모두가 추워서 네 몸이 새파래졌다고 생각했다.
“아기가 많이 추운가봐요.”
그런 것치고는 너무 파리한데... 말끝을 흐리던 사진작가님은 너의 병을 알리 없고, 다시 사진찍는 것에 집중했다.
청색증인줄도 모르고, 나중에 50일 사진을 보고 다른 사람들은 그저 이쁘다고 하는데 퍼런 몸을 한 너를 보며
엄마, 아빠는 참 마음이 아팠더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우리 축복이 너무 예쁘다.
사진작가님이 근래 온 아기들 중에서 제일 잘한다고, 최고의 모델이라고 칭찬해준 것을 떠올리며 뿌듯해했다.
그럼그럼, 누구 딸인데.
사진찍는 취미를 가진 우리 두 사람, 나름 사진 좀 찍어보고 찍혀봤다 자부하는 엄마는 우리 딸이 최고의 모델이란 말에 한껏 들떴었다. 아기가 아프단 사실을 잊고 맘껏 즐기고 웃고 행복해한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리원에서 응급으로 옮겨진 대학병원에서는 왜인지 수술을 할 수 없다고, 아기가 돌전에 수술을 하라고만 했다. 이왕이면 서울에 있는 큰 병원으로 전원하라고, 우리 아기는 핑크 tof(tof 중에서 심장상태가 좋은 편에 속하는 경우)이니 한번만 수술하면 된다고, tof는 심장계의 감기일 뿐이라는 말과 함께.
아무리 그래도 심장병인데 엄마와 아빠는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아서 어이없게도 그 말만 믿고 안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의 촉이란, 아이가 조금 더 크고 날이 따뜻해지면 서울병원에 가자던 신랑의 말을 듣지 않고 급히 두 군데에 예약을 잡았다. 그중에서 가장 빨리 예약이 잡힌 병원에 우선 먼저 가보자 결정하고 그 해 가을, 축복이가 70일쯤 되던 날에 아무 것도 모르고 서울로 올라갔다.
정말로 아무 것도 몰랐던 엄마가 미안하고,
어떤 말로도 할 수 없는 감정들이 밀려온다.
썼다 지웠다를 몇 번을 반복하다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다 하릴없이 글을 마무리한다.
아직도 떠올리면 힘든 00병원에서의 첫 진료와 첫 수술날이다.
*21년 글을 재발행했습니다.24년 3월, 연재가 재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