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토모리
경력 입사 10년 차
악명높은 S가 나의 상사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10년전부터 그에 대한 소문은 무성했다.
저 꼭대기에 있는 사람의 가방모찌를 했다는 둥,
아무리 폭언을 해도, 그 폭언을 녹음을 해서 인사에 보내도 무적인 사람이라는 둥,
밤 11시에 들어와서 누가 남아있는지 확인을 한다는 둥
새벽4시에도 이메일을 확인하고 이메일을 보낸다는 둥...
그는 백명이 넘는 조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어야 했고,
본인이하 아랫사람들을 존중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며,
항상 분노에 가득찬 사람이다.
그 동안 S의 밑에 있는 사람들을 동정했다.
그의 밑에서 일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떠났고
버틴 사람들에게는 승진이라는 달콤함이 주어졌다.
한마디로 튼튼한 동아줄이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S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옆 부서 팀장이었다.
말이 팀장이지 거의 전체를 조종하는 사람이었다.
우리 팀장도 그의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어,
본인의 팀원(나)이 깨지는 것에도 방어하지 않고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그날의 회의는 아직까지도 두 주먹을 불끈지게 만든다.
그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S가 주관하는 회의에 참석이 잡히게 되면
밤잠을 설치는 일이 생기고,
S가 참관하는 회의에서 다른 사람들이 깨지는 것을 들으면
위액이 분비되어 속이 쓰려왔고,
두통이 생겼다.
그런 S가 지난 주 있었던 조직개편에서 나의 팀장이 되었다.
몇 일밤을 설쳤다.
솔직히 S만 빼면, 우리 회사는 일하기에 좋은 회사이다.
하지만 S가 있기에 온갖 정치가 난무하고,
혼나지 않기 위해 허위보고를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고,
보고를 만들기 위한 이치에 맞지 않는 비생산적인 일들을 해야한다.
직장인의 숙명이란 노예와 같은 삶이지만,
그걸 정면 돌파하며 나의 영혼을 갉아 먹을 필요가 있을까.
피할 수 있으면 그 고통을 겪을 필요가 없다는 빅터 프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를 읽으며,
최종 다짐을 했다.
모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내가 내일 죽는다고 하면,
분노가 가득찬 S의 밑에서 불행하게 보냈던
나의 하루하루를 후회하게 되겠지.
내년 2월부터의 휴직은 맘속으로 정해져있긴 했지만,
S가 상사 (직속상사는 아니다)가 됨으로서,
확정짓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정말 하려고 했던 일을 구체적으로 계획하자.
못할게 뭐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