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기록, 기획에서 출간까지-1

그녀들의 글수다

by 꿈꾸는 유목민

"와~ 작가님! 집 너무 좋아요!"

"그래? 그러면 독서의 기록 출간기념회를 우리집 지하 프로젝트 룸에서 열어줄까?"

"네? 정말요? 감사합니다!!"


그녀들의 글수다 제주의 글쓰기 선생님이신 작가님께서 해안동 럭셔리 빌라에서 독서의 기록 북토크를 열어주시겠다고 하시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염려는 되었다. 작가님이 기분상 그냥 말씀을 꺼내신건 아닐까? 그러시고 후회하시는건 아닐까? 그 마음을 아는 이유는 내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앞뒤 생각안하고 기분에 따라 무엇인가 약속해버리고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작가님의 성향을 조금은 알고 있어서 아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열어주시면 너무 감사,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독서의 기록 출간일이 다가오자 작가님의 걱정이 늘어지신듯했다.


"우리집 옆에 큰 카페가 생겼는데 거기서 북토크를 하는 건 어떨까?" 작가님께서 전화를 해 오셨다.

"네! 좋아요. 저는 괜찮아요"

사람들 모집하는 것에서부터 금액 측정, 입금까지 시간적, 마음적 여유가 있으면 독자의 기록 작가인 내가 준비를 할 수도 있는데 앞으로 잡힌 북토크를 신경쓰느라 그럴 겨를이 없이 시간이 지났다. 작가님께서 다시 전화를 하셨다.

"그냥 우리집에서 하자"

"작가님! 신경 안쓰셔도 되고, 저는 꼭 열지 않아되 되요. 걱정하지마세요!"

"아니야. 그래도 하겠다고 했으니 열어야지. 다음주에 우리집에서 하자고, 주제는 독서의 기록, 기획에서 출간까지로 준비해줘"

"네.. 작가님.."

내가 처음에 염려했던게 맞았다.


작가님은 기분파이신데다가 행동파이시고 약속은 꼭 지켜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생각해본 작가님의 심경의 변화는 이렇다.

1. 제자가 책을 출간했다, 뭐라도 해주고 싶은데 무엇을 해주지?

2. 우리집에 마침 공간이 있으니 그곳에서 열어준다고 했다.

3. 아 맞다. 나에게는 안예진작가 말고도 주루룩 출간을 앞둔 다른 제자들이 있지.. 그러면 출간 저자들 북토크를 다 우리집에서 열어줘야하는거야? 그게 신경쓸게 한두개가 아닌데.. 나는 체력도 안되고..

4. 그런데 열어주겠다고 약속은 했는데.. 마침 집앞에 큰 카페가 있으니 거기서 열자고 해야지

5. 카페는 크긴한데 북토크를 하는 공간으로는 부적합하고, 북토크 모집용 카드뉴스 만드는거나 입금받는 걸 해당 작가에게 시킬수가 없는데.. 어쩌지..

6. 에이 모르겠다. 그냥 이번만 우리집에서 열고, 다른 제자들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더 신경써주면 되지뭐.

(이건 순전히 내가 상상한 김재용 작가님의 심경의 변화)


작가님께서 준비해오라고 하신 '독서의 기록, 기획에서 출간까지'의 자료를 만들기 시작했다. 말로는 떼우기 싫어서 출간을 하려고 마음 먹었던 순간부터 출간 후 홍보까지 자료를 작성했다. 지난 1년간의 여정이 한 곳에 일목요연하게 담겨서 뿌듯했다. 독서의 기록 출간의 6단계는 "기획과 초고, 투고, 계약, 퇴고, 출간 전, 홍보"였다. 가장 시간과 노력과 걱정이 많이 들어간 곳은 기획과 홍보였다. 책을 쓰겠다고 선언했기에 목차를 쓰고 처음으로 출간기획서라는 걸 써봤다. 블로그 글 쓰듯이 뚝딱 썼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다.


목차를 쓰고 이제 본격적으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김재용 작가님이 운영하시는 글감옥에 가서 2박 3일동안 12꼭지이상의 퇴고를 쓰는 기염을 토했다. 정말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밤에 잠들기전까지 글만 썼다. 작가님께서는 9첩반상을 매끼니마다 사식처럼 들여보내주셨다. 글 살도 찌고, 내 살도 쪘다. 내 살이 더 찌기전에 글감옥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소상공인 브랜딩 사업을 하는 낭낭이모에게 부탁했다. 2년 전 낭낭이모가 기획한 브랜딩 스토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봤기에 책 기획도 낭낭이모가 함께 해 줄 수 있을 듯 했다. 그당시 낭낭작가님도 제주에 살고 계셨기 때문에 만남이 가능했다. 조카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한 낭낭작가님과 4-5회에 걸친 오프라인 미팅과 줌 미팅을 통해 기획회의를 했다. 기획회의를 하는 동안 우리가 주로 다듬은 건 목차다. 물론 출간기획서도 다듬기는 했지만 목차의 카피라이팅을 뽑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나를 잘 알고 있는 낭낭작가님은 나의 강점과 약점도 잘 알고 계셨고, 책의 테마와 준비해야할 과제를 잔뜩 내주셨다. 내가 지나온 길을 데이터로 바꾸기, 나의 SWOT, 1년반동안 인플루언서로서 활동한 모든 히스토리 구성등, 내주신 과제를 바로바로 쳐내는 걸 보고 낭낭작가님은 나의 추진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책을 쓰겠다고 강력히 다짐한 사람들에게서만 뿜어져 나오는 과제 실행력 아우라를 칭찬했다. 기획회의를 하는 동안 계속 꼭지글을 썼다. 목차가 바뀌면 꼭지글을 또 다시 썼다. 더이상 목차를 바꾸고 싶지 않을 때 본격적으로 초고를 썼다. 8월초라 남편이 여름 휴가여서 제주에 내려와 아이를 돌보고, 나는 제주 소통협력센터에 아침부터 출근해 오후 늦게까지 초고를 쓰고 원고의 80%를 완성했다.


투고의 시간이 왔다. 김재용 작가님께서 출간을 하려고 하면 제주에서 광화문 교보에 출장을 가야한다고 하셨다. 투고 한달전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지만 무엇을 봐야할지 몰라 그냥 앉아서 책만 읽었던 기억이 있다. 투고를 하려고 보니 광화문 교보에 가서 하지 않은 일들이 후회가 되어 밀려왔다. 다시 육지에 갈 시간이 없으니, 일단 대형출판사와 내가 내려고 하는 분야의 출판사리스트, 그리고 해당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리스트를 조회했다. 해야할 일이 한두개가 아니고, 출판사 투고 정보는 인터넷에서도 구하기 힘들었다. 수만개의 출판사가 있는데 너무 많아서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수만개의 출판사 중 내 원고를 받아 줄 곳이 있을 것 같아 안심을 하기도 했다.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지. 투고 출판사 리스트를 만드는데 들인 노력과 스트레스 때문에 출간의 단계에 투고를 넣었다. 얼마 전 읽은 '출판사에서 내 책 내는 법'(유유출판사)을 미리 읽었더라면 이런 노고를 미리 알았을까 싶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출판사 투고 전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서 어떻게 시장조사를 하는지에 대해 설명되어 있다.


독서의 기록을 출간한 후, 이제는 안다. 대형출판사라고 좋은것도 아니고, 작은 출판사라고 모자란 것도 아니다. 대형출판사에는 출판할 책들이 줄줄이 서 있기에 초보 작가를 밀어주는 일은 거의 없다, 그래서 내실있고 나의 책을 함께 홍보해줄 수 있는 출판사를 찾아야 한다는 건 이미 여러권의 책에서 읽고 파악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게 말이 쉽지.. 되나? 서평단 모집할 때 50권, 100권씩 뿌리는 대형출판사에서 출간을 하면 좋겠다는 소망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대형출판사는 이메일 투고보다는 홈페이지에서 투고를 받는다. 자기들만의 양식이 정해져있는 곳도 있다. 출판사 하나를 선정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부랴부랴 리스트를 정리해보지만 꼼꼼하지 않기에 하나하나 체크를 하지 못한다. 총 50개 이상의 투고출판사 리스트를 정하고 그룹을 나누었다. 대형출판사는 1달후쯤 연락이 오니까 가장 먼저 투고하는 게 좋다고 들었다. 블로그, 독서, 글쓰기, 자기계발, 에세이를 출간하는 출판사 위주 혹은 전체 도서분야를 출판하는 출판사를 리스트업했다.


처음 투고한 출판사는 '유유 출판사'였다. 투고 5분만에 거절의 이메일이 날아왔다. AI가 보낸 듯한 혹은 복사하기 붙여넣기한 거절의 멘트라는 건 당연히 알고 있다. 5분만에 거절된 이메일을 보며 망연자실해서 그날 투고는 접었던 장면과 감정이 남았다. 투고 메일은 하나씩, 단체 메일로 보내지 않는다는 건 투고하는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상식이다. 편집자들이 쓴 책쓰기 책을 보면 꼭 언급되어있는 부분이다. 가끔 첨부를 안하고 이메일을 보내서 나 스스로도 당황스럽지만 본문에 있는 출판사명은 꼭 꼼꼼하게 살폈다. 20군데 정도 투고를 하니 거절의 메일이 날아온 곳도 있고, 아예 답변조차 없는 곳도 수두룩했다.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면서 제목이 매력적이지 않은가.. 생각해서 책의 제목을 바꾸어 몇 군데 투고했다. 반응이 없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내가 블로그에 쓴 도서리뷰를 내세우는 일이었다. 블로그에서 내가 쓴 책들의 도서의 출판사들을 리스트업하고, 이렇게 귀하의 출판사의 책들에 관심이 많고, 리뷰를 정성스럽게 했다. 그런 내가 이번에 귀하의 출판사에 투고하려고 한다... 이런식으로 메일을 보냈다. 답변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서포터즈로 활동해서 우수회원으로 포상까지 받았던 출판사에 투고를 했는데도 답변을 받지 못했다. 무응답은 거절을 의미했다. 그 출판사가 얼마 후 '블로그 하는 마음'이라는 책을 냈다는 걸 안 후 망연자실했다. 원고를 돌려받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 마음들을 꾹 참고, 내 원고가 매력적이지 않은가보다 싶어서 전자책으로 만들어볼 생각을 했다. 그 전에 한군데 마음에 두고 있었던 출판사에 투고를 하기로 했다. 자기계발서와 유명한 사람들의 외서를 출간하는 곳이었다. 나같은 일반 사람들이 투고를 해도 괜찮을까 싶었지만 투고는 하는일은 거절에 익숙해지기 위한 연습을 하는 일과 같다는 생각으로 메일을 썼다. 마지막에 출판사 대표님과 페이스북 친구라는 것도 강조했다. 그 코멘트가 출판사 대표님을 움직였는지 바로 좋은 기획 같다고 하시며 원고를 읽어보겠다는 연락이 왔다. 출판사의 책들 중 리뷰를 쓸 수 있는 책을 골라달라고 하셔서 5권 정도 골랐다. 2주간 열심히 책을 읽고 정성스레 리뷰한 링크를 페이스북 대화창에 보내드렸다. 투고원고를 아직 못읽어보셨다고 하셨는데 다음날 아침에 바로 연락이 왔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하셨다. 제주에 가족여행 예정인데 만나자고 하셨는데 서귀포쪽이 숙소였다. 1시간 20분 운전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대표님을 만났는데 카리스마 넘치는 멋진 언니의 분위기였다. 대표님께서는 3040 굿라이프 시리즈를 기획하고 계셨고, 그 첫번째 편을 독서로 변한 인생으로 담으면 된다고 하셨다. 구두로 계약하고 한 달 후에 디지털 계약서가 왔다. 혹시 한 달 동안 대표님의 마음이 변할까 마음졸이며 기다렸는데 카리스마 넘치는 멋진언니는 말을 번복할리 없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실제 선인세 (계약금)으로 입금되었다. 떨리고 설레는 마음인지 내가 정말 출간을 계약하다니.. 하는 얼떨떨한 마음인지.. 모르게싶게 덤덤했다. 내가 가고 있는 여정 중에 하나라는 느낌이었다는 건 책을 출간하고 알았다. 책을 출간하고, 북토크를 다니고 독자들이 책을 통해 인생이 변했다는 말을 들을 때도 감사함은 넘쳤지만 마음은 덤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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