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가족과의 시간은요?

제주도 어느 초등학교 학부모 독서회 북토크

by 꿈꾸는 유목민

독서의 기록이 출간되기도 전에 제주 동쪽 학교 사서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동생의 지인이 제주도에 사는데 아이 학교 학부모 독서모임에 독서의 기록 저자 강연을 요청한 감사한일이었다. 육지에서 열린 두번의 북토크를 마치고 제주에 내려왔다. 세번째 북토크이지만 앞 선 두번의 북토크와는 청중도 결도 다르기에 자료를 펼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주면 좋을지에 대해서 고민했다.


같은 제주 하늘 아래 있는 초등학교는 아담했다. 아이들이 등교하는 활기찬 시간이었다. 먼저 온 학부모 독서모임 회원들과 함께 책상과 의자를 원을 그리듯이 삥 둘렀다. 약속 시간이 다 되었는데 약 다섯명만 모였다. 최소 스무명쯤 올거라고 예상했는데 적잖이 당황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 동네에 살고 있는 아는 언니라도 불러서 쪽수라도 채울걸 싶었다. 시간이 좀 지나니 2명이 더 모였다. 동생 지인분도 있고, 그 지인분이 데리고 온 낯익은 얼굴은 마을 타로수업 이동강좌에서 몇 주전에 만났던 사람이다. 사서 선생님은 다른 학사일정으로 바쁘시다고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나가셨다.


안타깝게도 독서의 기록 책이 학교에 배송되기 전이었다. 예스24에 책이 등록되자마자 제일 처음 주문했는데도 가장 뒤로 밀린듯하다. 예스24에 책 등록이 되었다고 나에게 먼저 알려주신 분도 학교 사서 선생님이었는데...독서모임 강연회에 책 없이 모였으니 왠지 자연스럽지 않았다. 다행히 가져간 책 모양과 똑같은 접착식 메모지가 있어서 그걸로 대체했다.


'독서와 기록의 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2년반동안 800권이상의 독서기록이 블로그에 쌓였고 그건 나에게 있어 작은 성공의 힘이었다는 걸 요약해서 이야기했다. 독서를 하기 전에 일어났던 좌충우돌 이야기 중에 주식으로 망한 이야기를 꺼냈다. 책에는 주식 리딩방에 등록했다가 500만원의 회비를 날려버린 것과 동시에 그곳에서 추천한 잡주들을 사는 바람에 비자발적 장기투자자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하지만 비하인드 이야기가 있으니, 주식 리딩방이 한번이 아니다.


주식을 시작한 후 알고리즘을 타서 읽는 네이버 기사마다 주식리딩방 광고가 붙었다. 무료로 리딩을 해 주겠다고 해서 카톡방에 들어갔다. 카톡방에서 시키는 데로 알겠다는 표시로 1을 눌렀고, 투자할 회사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해주면 고맙다고 2를 누르는 행동을 했다. 그리고 유료리딩방 상담을 했는데 회비가 500만원이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500만원으로 내가 듣고 싶은 강의를 전부 들을 수 있고 내가 사고 싶은 책을 다 살 수 있는 엄청난 금액인데, 그 당시 나는 홀린게 분명하다. 500만원을 통크게 입금하기 전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매매해 놓은 테마주들이 줄줄이 마이너스였기에 (금액이 크지도 않았다), 우울한 상태였다. 우울한 마음과 이 금액을 원복 시키겠다는 급한 마음이 나도 모르게 주식리딩방에 500만원짜리 호구 회원으로 들어가게 했다. 간단한 상담을하고 500만원을 입금하고, 기다렸다. 내가 갖고 있는 주식을 다 팔라 하고 본인들이 어떤 주식을 어느 포션으로 사라고 알려주었다.


"원금을 회복할 수 있겠죠?" 상담해주는 남자에게 물었다. 그는 그렇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 남자가 시키는데로 주식매매를 한 후에 아무 소식이 없었다. 무료리딩방에서는 회사 재무재표와 분석을 그렇게 열심히 해 주더니 500만원을 입금하고나자 문자도 하지 않았다. 뭔가 잘 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환불을 요청했다. 다른 부서로 연결해주겠다고 하더니 감감 무소식이다. 왜 환불할거냐고 물어서, 회비 입금후에 리딩받은 내용이 거의 없어서 신뢰가 안간다고... 어차피 1주일정도밖에 안되었으니 환불해달라고 했다. 의외로 순순히 알겠다고 했다. 그런데 연락해주겠다는 부서에서 전화가 오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미루기만했다. 휴가를 내고 인터넷에 등록되어있는 주소로 찾아갔다. 선릉 어디쯤에 있는 회사였다. 들어가서보니 이사온지 얼마되지 않았는지 분주하게 가구들을 옮기고 있었다. 환불받으러왔다고 했더니, 황당한 표정이 돌아왔다. 환불해줄테니까 집에 돌아가라는 말에, 환불 영수증을주기 전까지 가지 않겠다고 했다. 사무실 어느 방에 앉아 그들을 기다렸다. 1시간쯤 기다렸을까, 젊은 남자가 들어오더니 환불 처리가 되었다고 했다. 어떻게 믿냐고하자 환불처리는 했으니 몇 일 후에 입금이 될거라고 했다. 일단 믿고 돌아갔다. 다행히 환불이 되었다.


여기서 멈췄어야했다.

내환불했던 이유는 다른 주식리딩 업체에 끌렸기 때문이다. 이 곳은 어떤 주식을 팔아라 사라 그런게 아니라 매일 오전부터 주식장이 마감될때까지 시황을 분석하고 업체의 재무재표나 정보들을 분석을 해 주었다. 회비는 동일하게 500만원... 마침 그때 난임휴직을 했기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아침부터 낮시간이 자유였다. 매일 아침부터 실시간 주식방에 들어가서 전문가라고 하는 그 남자가 분석하는 그래프를 함께 보고, 다른 사람이 상담하는 내용도 살펴보았다. 무슨말을 하는지 잘 몰랐지만 어쨌든 뭔가를 하고 있으니 괜찮았다. 시간이 지나니 그곳에서 추천해주는 주식이 쫄딱 망해있었다. 실시간 주식리딩방에 들어가는 것도 시들해졌다. 이번에는 3개월정도 지난다음에 환불을 받고 싶다고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환불요청을 하면 자기들에게 돈을 더 내야한다고 협박한다. 500만원하고도 투자한 주식 금액보다 알파만큼 마이너스가 되었다. 환불도 못받고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난임휴직이 끝났다. 둘째를 갖는 건 실패했다. 6개월이 지나니 통장도 마이너스여서 복직할 수 밖에 없었다.


위에처럼 자세하게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환불받은 주식 리딩방의 회비를 다른 주식리딩방에 고스라니 헌납했다는 말을 들은 학부모 독서회분들은 황당한 표정과 함께 즐거워하셨다. (원래 남이 망한 이야기는 재미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내가 독서를 시작하면서 어떻게 치열하게 살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매일 새벽 아이와 출근하고 퇴근하기 전 짜투리 시간에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정리하고, 아이를 데리고 집에가서 저녁을 먹이고 재우고나서 책을 읽었다고 이야기했다. 주말에는 새벽 7시이전에 아지트에 도착해서 독서모임을 하고, 책을 읽고, 강연을 듣고, 블로그에 글을 쓰다가 밤 10시에 집에 돌아가는 생활을 6개월 넘게 했다고 학부모 독서회원분들께 이야기했다..


그런 가운데 남자 회원분의 표정이 눈에 띄었다. 엄마회원이 가득한 곳에 아빠회원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만남초반에 이야기를 나눈 터였다. 강연을 시작할때는 괜찮았는데 그 남자분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눈빛은 갈 수록 초점을 잃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다. 그 표정에도 신경이 쓰였는데, 엄마회원분들은 서로 자기들끼리 담소도 나누었다. 뭔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래도 지인은 집중을 하고 잘 들어주었기에 괜찮다 생각하며 강연을 이어갔다. 준비해온 인생 3년 로드맵 템플릿을 나눠주고, 독서회원분들의 인생3년로드맵을 적어보라고 했다. 발표하지는 않았고 조용히 서로의 로드맵을 적는 시간만 가졌다.


마지막에 질문을 해 달라고 하자 아빠회원분이 질문을 했다.

"그렇게 자신만의 시간을 오래 가지면 아이를 포함한 가족과의 시간은 언제 갖나요?" 말도 표정도 날카로웠다.


나는 토요일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일요일은 가족과의 시간을 함께한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러면 남편의 개인시간이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평일에는 제가 독박육아를 했죠"라고 대답해주자 다음 질문은 없었다.


강연이 끝나고 헤어지기 아쉬워 동생의 지인과 나와 타로수업을 함께 듣고 있는 분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강연시간에 써보라고 했던 3년로드맵을 직접 써보며 짧은 시간에 본인이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확실히 알았다며 두 명은 좋아했다.


자연스럽게 학부모 독서회에 포함되어있는 유일한 아빠회원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분은 해외유학까지 다녀온 실력파이신데, 제주도에 살고 싶은 아내를 따라 제주에 오면서 본인의 일을 모두 그만두고 육아중이라고 했다. 아내분은 전문직이었는데 주말마다 혼자 등산도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다하고 다니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남편분이 독박육아를 하고 계신듯했다. 본인의 성장욕구도 클텐데 희생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 그래서 표정이 그렇게 어두웠구나, 이해가 되었다.

치열했던 작가인 나의 지나온 여정을 들으며 남자회원분은 아내의 모습을 투사했을 것이고, 가족과 함께 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이력을 그만두고 제주에 온 2년차의 삶이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상대의 이야기가 불편한 건, 내 상황과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감정의 불편함이 투사가 되어 드러나는 것이라는 것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내가 그를 불편하게 한게 아니라, 그의 현재의 불편하고 불만족스러운 삶이 투영된 것일 뿐이라는 것. 어쨌든 그가 자신에 대해 고민을 하고, 희생한다는 생각보다는 본인의 삶을 즐긴다는 관점으로 제주를, 세상을 더 즐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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