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바베트의 만찬
첫번째 서울 북티크에서의 북토크를 너무도 재미있게 마무리하고, 대전으로 향했다. 대전에 사는 동생이 동네책방 바베트의 만찬 사장님 부부에게 '독서의 기록' 북토크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제안했는데 흔쾌히 북토크를 열어주겠다고 하셨단다. DM과 이메일로 책방에서 먼저 제안 이메일을 보내주셨다. 얼마 안된다며 강사료를 주겠다고 하셨는데, 불러주시는 것만으로도 넘 감사하다고 괜찮다고 고사했다. 계산을 해보니 북토크 신청 인원이 25명가량되었고, 출판사에서 저렴하게 책값을 공급해주신다고 하더라도 책방에 남는 금액이 없었다. 동네 책방이 잘 버티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책방 행사를 통해 사람들이 유입되고, 그 사람들이 그곳에서 책을 사주는 구조가 활성화되어야 책방이 운영될텐데 책을 그곳에서 구입하지 않는 사람들, 음료한잔 마시지 않고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그런 구조를 알고 있기에 동네책방, 독립서점에 가면 사고 싶은 책을 만들어 몇 권씩 구입한다. 그런데 동네 책방에서 나에게 강의료를 주겠다고 하다니... 강사료를 받지 않겠다고 거절했는데 꼭 받아야한다고 책방에서 강력하게 말씀하셨다.
북토크 4시간 전, 바베트의 만찬에 도착했다. 조용히 앉아 이것저것 작업을 하고 싶었다. 초보저자의 두번째 강연이니 설레고 떨리는 마음에 먼저 가서 분위기를 살피고 싶은 이유도 있었다. 책방지기 부부는 아름다웠다. 서로 묻고 대답하고 의논하는 장면이 한 편의 조용한 일본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책을 몇 권 구입하고 앉아서 바베트의 만찬 시그니처 메뉴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조용히 말을 꺼냈다. "회사에서 강의료를 받지 말라고 하셨어요..." (실은 꼭 그렇지는 않았다) 그 말을 하고 나니 책방지기 부부가 당황스러워했다. 수제 마들렌 세트를 어디선가 구해서 박스로 선물해주셨다. 두번째 북토크도 성공적이었다. 많이 떨었지만 사람들의 좋은 기운을 받아서 즐거웠던 북토크로 기억되었다. 바베트의 만찬 책방지기님은 "작가님은 열심히 졸꾸했더니, 다른 사람을 머끄하는 사람이 되셨다"라고 멋진 후기를 남겨주셨다.
북토크에 참여한 사람들이 대부분 모르는 사람들이었지만 반가운 얼굴도 보였다. 동생과 동생이 데려온 지인들, 그리고 바쁜남자님이다.
"바쁜남자님! 제가 이번에 독서의 기록이라는 책이 나와서 대전 바베트의 만찬에서 북토크를 하게 되었어요. 대전에 가는데 만나주실 수 있으신가요?"
대전에 가기 전, 도서인플루언서인 바쁜남자님 블로그에 댓글을 남겼다.
독서를 하고 블로그 글을 남기기 시작하면서 책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열망이 시작되었을 21년 11월 쯤, 바쁜남자님이 이끄는 공저모임에 들어갔다. 그는 본인의 독립출판물인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갖고 있고, 공저를 여러권 POD 형식으로 출간했다. 1년동안 블로그 이웃으로 지켜보며 신뢰를 쌓아갔던 분이라 선뜻 함께 할 수 있었다. 공저팀이 모집되고, 책의 주제를 공개투표로해서 정했다. '슬기로운 부캐생활'이었다. 직장을 다니며 도서인플루언서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나의 부캐는 '도서인플루언서'였다. 공개된 공간에 내가 부캐를 갖기 전까지의 삶, 부캐를 갖고 본캐로 살고 싶다는 이야기, 부캐의 꿈지도에 대해서 글을 썼다. 총 다섯편의 글을 쓰고 있을 무렵 기획출간의 열망이 더 커졌다. 양해를 구하고 공저팀에서 빠졌지만, 단톡방과 카페에서는 퇴장할 수 없었다. 나로 인해 공저팀의 사기가 저하될까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방에 머물렀다. 열심히 기획출간 원고를 쓰고 있을 무렵, 공저팀의 '슬기로운 부캐생활' 책이 세상에 나왔다. 그 무렵 '과연 출판사 투고가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매일 나를 의심하며 살고 있었다. 그냥 공저를 낼껄 그랬나..싶기도 했다. 다행히 좋은 출판사를 만나 출간계약을 하고 출간까지 성공적으로 했으나, 공저팀에는 미안해서 이 소식을 알릴 수 없었다.
대전에 가니까 이번에는 반드시 바쁜남자님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해서 댓글을 남겼다. 과연 중간에 공저팀에서 빠진 나를 만나줄까? 의심하면서. 그런데 감사하게도 대전 바베트의 만찬에서 열리는 독서의 기록 북토크 참여를 신청하셨다고 했다. 서프라이즈로 북토크에 참여하려고 했다면서 전날 기꺼이 만나겠다고 했다. 대전의 한 떡볶이 집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다. 처음으로 실물을 영접하는 거라 궁금했다. 처음만난 바쁜남자님은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많이 달랐다. 키 작은 공대오빠의 모범생이미지일 줄 알았는데 키 큰 공대오빠의 모범생이미지였다. 얼마나 예의바른 청년인지 커다란 케잌을 나에게 안겨주었다. 처음만났지만 원래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터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책읽고 글쓰는 사람들이 금방 친해지는 건 이제 신기한 일도 아니다.
바쁜남자님은 글쓰는게 좋아서 군대에서도 계속 글을 썼고, '글쓰기로'라는 저서를 몇년 전 독립출판으로 출간했다. 사람들과 함께 하는게 좋아서 대전 오프라인 공저 글쓰기팀을 만들어서 즐거운 작업을 했으나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모임을 하지 못하자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여러권의 공저를 냈는데 책들을 디자인을 맡기고 교열하고 출판등록을 하고, 인세를 정산해서 몇 백원씩 모두에게 나눠주는 일을 혼자서 무료봉사하듯이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신나서 했던 일이,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접하고, 공저작업이 늘어나면서 분명 딜레마에 빠졌을 것이다. 대화를 나눠보니 슬럼프를 경험하고 있었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청년은 글쓰기는 블로그 도서리뷰만 간단히 하고, 회사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바쁜남자님이 이제는 기획출간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글쓰기로 책을 지금까지 공저출간한 노하우를 담고, 다듬어서 출판사에 투고를 꼭 해보라고 했다. 그의 눈이 반짝였다.
다음날 저녁 대전 바베트의 만찬에서 독서의 기록 북토크가 열렸다. 바쁜남자님은 여자친구와 함께 참석했다. 여자친구 또한 도서인플루언서인데, 인플루언서가 되고 잠시 침체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했다. 북토크 후에 커플은 상기된 얼굴이었다. 다시 시작할 힘을 찾았다고 했다.
가끔 나의 시간은 흐르지만 다른 사람의 시간은 멈춰 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럴때 문득 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그때 우리들이 이야기한 다짐들을 하나씩 이루고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몰래 그 사람들의 흔적을 들여다본다. 여전히 글을 쓰고 있구나,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흔적을 남기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빠른시일내 그를 앉혀놓고 내 앞에서 시작하게 해 주고 싶은 열망을 느낀다. 이 놈의 오지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