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을 사용하는 사람은 목표를 정한 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을 이용하지. 하지만 판단력을 활용하는 사람은 목표에 대해선 생각도 하지 않고 목표를 달성해. 첫 번째 사람이 좋은 기술을 가졌다면, 두 번째 사람은 뛰어난 직관을 가진 거야.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을 사용하는 거지. 처음부터 의도를 가지고 시작해서 이후에 어떤 움직임을 취할지 곰곰히 생각하며 움직일 수도 있지만, 생각을 비운 채 의지와 기술과 행위를 한 번에 합쳐서 몸이 이끄는 대로 움직일 수도 있어. 당연히 후자가 이기지.
자연스러워 보이려고 노력하면, 절대 그렇게 될 수 없어.
목표에 대한 의식은 우리를 방해해. 그래서 가능성 없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언제나 어설픈 거야. 자연스러워 보이려고 무진 애를 쓰니까 더 우수워 보인달까. 목표가 너무 뚜렷해서 거기에만 매달리면 결국 다 망치는 거지. (노력의 기쁨과 슬픔 p211)
어제 아이가 피아노 연습을 하면서 선생님은 이 곡을 9초에도 연주할 수 있다고 했다 한다. 그럼 너도 한번해보라고해서 초시계를 맞춰놓고 시작했는데, 시계를 맞춰놓지 않고 연주 할때는 잘 하더니, 카운트를 맞추기 시작하니 손이 꼬이고 음이 꼬였다. 5번을 했는데 뒤로 갈 수록 기록이 늦춰졌다.
"그냥 평소대로 해, 피아노 건반에 집중을 하고 초를 잰다고 생각하지마"라고 했다. 자기에게 계속 실망하는 것 같아 마지막 연주는 제일 잘했다고 말해주었다.
목표를 적고 세우는 건 좋지만 거기에 너무 매달려버리면 다 망쳐버리는 수가 있다. 목표는 있지만 그냥 물 흐르듯이 의도를 가지지 않고, 직관을 믿고, 하루하루 해야할 일을 하기. 그게 나의 과제이다. 그래서 오늘도 출간이라는 너무도 뚜렷한 목표에 매달리지 말고, 자연스럽게 내 직관을 믿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