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국내 여행 70 - 해돋이

by 구경래
70-쏠비치리조트진도-20220214.jpg 수평선 위 해돋이 맞이는 복이 따라야 한다. 바다 일출을 수없이 봤지만, 해님은 왕왕 시나브로 동천에 떴다. 오늘처럼 불쑥 나타났다가 또 구름 사이로 이내 숨는다. 우리네 청춘처럼


< 아이랑 일출을 즐기려면 >


이른 아침에 밖으로 나가서 해를 맞이하는 것을 우리 말로 해돋이 또는 해맞이라고 한다.

한자어로는 일출이다. 그 일출을 아이랑 보러 갈 때도 준비할 게 몇 가지 있다.


첫째, 기상 상황 점검. 여행과 관련된 일, 바깥나들이와 연관된 행사를 할 때는 어김없이 기상 상황 점검이 최우선이다. 단순히 여행을 떠나는 것도 기상 상황이 중요한데, 하물며 자연을 관찰할 때는 필수 중의 필수 요소가 기상 상황 점검이다. 자연 생태 체험이나 별자리 체험, 일출과 일몰, 월출 체험 등에는 그 날 날씨가 어떤지부터 살피도록 하자. 애써 큰맘 먹고 온 가족이 해맞이하러 나갔는데, 궂은 날씨에 고생만 하고, 아이 가슴에 실망만 가득 안기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둘째, 기간적 여유. 일출을 보려고 들뜬 마음으로 깨어났다가 허탈한 적이 종종 있을 것이다. 흔히, 바다나 산에서 일출을 맞이하려면 삼대가 복을 지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완벽한 일출을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기상 예보와 달리 당일 아침의 바다 또는 산의 기상 상태가 갑자기 맑지 않거나, 전날 일정이 빠듯해 식구 모두 이른 아침에 일어날 수 없다거나, 갑작스레 일정이 바뀌어서 서둘러 떠나야 한다거나, 기온이 너무 떨어져 도저히 밖에 머물 수 없다거나 등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자주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가족이 함께 해맞이할 때면 꼭 오늘, 반드시 내일이라고 확정을 짓지 말고, 여러 날 혹은 여러 번에 걸쳐서 시도할 수 있음을 알고 떠나는 게 좋다. 이번 여행에 실패하면 다음 여행에 도전해보자는 식으로!


셋째, 시간의 넉넉함. 일출은 단순히 해 뜨는 순간을 포착하고, 그걸 즐기기 위함이 아니다. 그것만 봐도 괜찮겠으나, 그러기에는 일찍 일어난 아쉬움이 크다. 또,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요즘은 전망이 좋은 숙소나 고층 아파트에서도 얼마든지 실내 일출이 가능하다. 그때, 딱 일출 예정 시각에 맞추어서 해 뜨는 순간만 보고 돌아서는 가족을 자주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출 또한 급하게 맞이할 일이 아니다. 왜 그럴까? 해가 뜨기 전 새벽에 천천히 어둠이 걷히며 서서히 밝아오는 때를 여명, 동틀 무렵이라 한다. 그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늘이 어떻게 변하는지, 색감은 어떻게 바뀌는지를 아이랑 감상하는 것이 정말 필요하니까. 물론, 사정에 따라 그렇게 하지 못할 수도 있겠으나, 될 수 있으면 그런 변화의 흐름을 보라는 말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 눈앞의 공간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아이랑 보는 것만으로도 온갖 감동이 몰려온다. 아이는 뭐라고 표현하지 못해도, 그 장면을 가슴에 새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장면을 보면 왜 그림책 작가가 여명을 그런 색감으로 그리는지, 왜 문학 작가가 동틀 무렵을 그렇게 묘사하는지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


넷째, 복장 점검. 앞서 날씨도 살피고, 시간도 넉넉히 가지라 했으므로 그에 어울리는 복장을 챙기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 볼 때라면 몰라도, 대개는 야외에서 해맞이를 보므로 옷차림도 신경 쓸 일이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오래도록 머물러도 괜찮은 옷차림으로 나서자. 흔히, 일출을 본 뒤에 몹시 덥거나, 무척 춥지 않으면 산책으로 이어갈 때가 잦으므로 옷차림은 그때그때 맞추면 편리하다.


다섯째, 소원 빌기. 예로부터 인류는 위대한 자연물에 종종 자기의 소원이나 간절한 바람을 기도했다. 무슨 토템 신앙을 갖거나, 종교적 행사를 치르라는 게 아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보면서, 경이로운 풍광을 보면서 이참에 그 순간만이라도 선한 마음을 갖자는 뜻이다. 모두가 함께 일출을 보면서, 가족의 소원도 빌고, 자기 소원도 기도하는 거다. 그런 뒤 개인의 소원은 비밀을 존중해 생략하더라도 각자 가족을 위해 한 가지씩은 공개 소원을 비는 건 어떨까. 우리 가족을 위한 소망을 하나씩 말하는 과정, 듣는 과정을 통해서 가족애는 더욱 끈끈해진다. 그래서 일출에는 가족 구성원 모두 함께 하는 편이 낫다.


여섯째, 조기 숙면. 밤늦도록 부모가 과음해 곤드레만드레 된다거나, 전날 여정을 빡빡하게 진행하여 모두 기절한다거나 하면 아침 풍경이 눈에 선하지 않은가. 누구는 일어나고, 누구는 못 일어나고. 누구는 귀찮다고 안 나서고, 누구는 다른 핑계로 안 간다고 하면 일출을 보는 재미가 없다. 가족의 소원 성취라는 대업을 이루기 위해서도 일출을 보기로 한 전날은 최대한 체력을 조절하여 온 식구가 함께 두 팔 벌려 해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하자.


< 일출 심화 >


어두컴컴한 하늘, 모든 걸 다 삼킬 것 같은 어둠도 차츰 색이 옅어지면서 밝게 바뀌는 현상을 보노라면 가히 자연의 엄청난 풍광 앞에, 태양이 내비치는 압도적인 황금빛 찬란함에 저절로 겸손해지고, 숙연해진다. 온 대지며 대양을 제 눈 아래 단박에 죄다 비추는 태양을 마주하는데, 어찌 공손해지지 않을까. 절로 두 손이 배꼽 위에 살포시 포개진다. 단지 시간이 좀 지나감에 따라, 어둠에서 밝음으로 세상이 바뀔 뿐인데 왜 우리는 감동에 울컥하고, 뭔가를 다짐하고, 삶의 태도조차 새삼 가다듬으려는 걸까?


그런 일출의 감격을 작품으로 남기면 가족의 보물이 또 하나 탄생한다.


첫째, 준비물. 휴대전화기에 기록을 남기는 것도 한 방법이나, 아이랑 무언가를 할 때는 가족 모두 오감을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 하는 행위니 아이의 창의력, 상상력, 관찰력, 사고력, 감성, 감정 모두 두루두루 발전할 수 있도록 함이 바람직하다. 일출의 감동을 남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글로, 그림으로,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공예작품으로 등등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아이가 그리기를 좋아한다면, 그 장면을 현장에서 그림으로 남길 수 있도록 스케치북, 4B연필, 색연필, 물감 등을 준비해서 떠나고, 종이공예를 좋아한다면 색종이, 색실, 풀, 가위처럼 그에 합당한 재료를 준비한다.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글쓰기는 쉽게 할 수 있다. 각자 저마다의 방법으로 하되, 그런 감동을 휴대전화기나 태블릿, 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에서 하는 일은 그다음 단계로 미루고, 일출의 감동을 오롯이 오감을 동원해서 진행하는 활동을 하자는 거다. 그리하면 분명 가족의 인생 작품이 나올 터다.


둘째, 짧은 글짓기와 작은 토론. 우리 선조는 조선 후기의 가사 작품에다 일출 장면을 우설(소의 혀)에 비유한 바 있다. 그 어르신께서는 바다 위로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 그 주변의 붉은 기운이 펼쳐내는 일출 장면과 과정을 마치 ‘소가 혀를 쑥 내미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어떤 어르신은 ‘쟁반처럼 둥글게’ 보인다고 하셨다. 먼저, 왜 우리 선조는 소의 혀, 쟁반으로 일출을 비교했는지 생각을 나누자. 어른도, 아이도 그 당시 사회로 돌아가지 않으면, 그때 선조의 지적 수준, 체험 정도를 알지 못하면 그런 표현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옛사람의 일출 소감을 한마디씩 살펴본 뒤에는 우리 가족 차례다. 우리 가족에게는 그 일출이 어떻게 비쳤을까? 그에 관하여 각자 짧은 소감문을 한 편씩 작성하고, 글쓰기가 끝나면 곧장 발표해 보자. 엄마와 아빠의 생각, 우리 아이의 느낌이 글에서 말로 바뀌는 순간, 해돋이의 감동은 사그라지지 않고, 잔잔히 이어진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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