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국내 여행 68 - 보성 차밭 다향아트밸리

by 구경래
67-보성녹차밭다향아트밸리-20220213.jpg 코로나가 유행하던 2022년 1월에 문을 연 다향아트밸리. 녹차 아이스크림, 베이커리카페, 마사지샵도 등장. 차밭이랑 잘 어우러지면~.

< 주변 경관에 어울리는 눈맛 설계사! >


아이에게 푸르른 농장 풍경을 보여주고 싶을 때 괜찮은 장소가 있다. 바로 차밭이다. 차밭에 가면 싱그러움, 푸르름, 부드러움, 상큼함, 단아함이란 단어가 저절로 떠오른다. 심지어 차 향내가 진동하는 듯하다. 그런 곳에서 아이랑 마음 편히 거닐다 보면 고된 육아나 벅찬 살림살이, 힘든 직장과 일상에서 벗어나 마치 온 세상을 다 가진 듯하다.


세상을 다 가진 김에 내 마음대로 세상을 보는 것도 일상의 스트레스를 훌훌 털어내는 요령 중 하나다. 그럼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면 될까, 그것도 아이랑 같이 차밭 한가운데서?


역시 핵심은 ‘자세히 보기’다! ‘자세히 보기’ 중에서도 ‘둘레 살피기’와 ‘눈맛’이다. 여기서는 차밭이 아닌, 차밭과 관련된 주변 풍광을 내 마음대로 살피는 요령에 관해 알아본다. 그런 것조차 아이에게는 소중한 체험학습의 재료가 된다. 은근히 내 맘대로 해석을 통해서 쾌감을 느끼기도 하니까 어른에게도 멋진 체험학습이다.

첫째, 시설물 포함 둘레 살피기. 자가용을 이용하건, 대중교통을 이용하건 입구에 도착하면 바로 입구 안으로 들어서지 말고 주변 경관부터 살핀다. 풍수지리를 공부한 사람도 아니니 입장하려는 땅의 명당 여부를 보려는 게 아니다. 멀리 하늘과 산, 들판과 숲, 방문하려는 목적지 공간인 차밭의 어울림을 보자는 것이다. 내 눈에 들어오는 눈맛을 있는 그대로 보는 훈련이다. 그 눈맛은 사람마다 다르다. 정답이 없으니 부담 없이 맛보면 된다! 예를 들어보자. 위 사진에서 둘레 하늘과 산, 산비탈의 차밭과 입구에 새로 지어진 건축물을 둘러보는 눈맛이 어떤가? 사람마다 다른 눈맛을 가질 수 있다. 저마다 그 눈맛을 보고, 즐기면 된다. 한편, 왕왕 아이는 특정 공간에 도착하면 입구 매표소만 보고 냅다 달려갈 때가 있다. 그럴 때 입구에 한 번쯤 멈춰 세우고, 주변을 둘러보게 하는 것은 아이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는 일이다. 어떤 일을 하기 전 큰 흐름부터 읽는 눈을 뜨게 하는 것, 아이를 차분하게 진정시키는 것은 덤이다.


둘째, 눈맛 나누기. 흥미롭게도 어른조차 가끔 자기가 맛본 눈맛을 두고 다툴 때가 있다. 사실, 싸울 때는 아이나 어른이나 대개 시시콜콜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으레 자기가 본 눈맛이 정확하다며, 옳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있다. 아마 새로 눈뜬 즐거움에 흥분한 까닭이리라. 그러나! 어찌 눈맛이 다툼의 영역이 될쏘냐? 눈맛이란 감상법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맛이 아니라, 내 마음대로 보는 맛이란 점을 존중하자. 그 점만 명심하면, 서로 눈맛을 말하더라도 갈등할 까닭이 없다. 보기로 앞선 사진. 어떤 이는 ‘완만하고 수평적인 산 실루엣과 견주어 새로 들어선 시설물이 뭔가 눈에 거슬리지 않아?’, ‘유럽 산악지대 주택을 옮겨온 듯한 수직적 지붕이 자꾸 걸리지 않나?’라고 실루엣의 불일치를 눈맛이 떨어지는 요인으로 볼 것이며, 어떤 이는 ‘이 평온한 차밭에 유럽풍 건축이라니 정말 기발하지 않아?’, ‘차밭도 이색적인데, 건축까지 이국적이니 마치 외국에 온 듯 설레지 않나?’라며 환상적인 눈맛을 강조할 것이다. 이처럼 눈맛이란 저마다 느낀 대로 보는 것이며, 저마다 느낀 정도에 따라 감동의 깊이와 폭도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아이랑 그 눈맛을 나눔으로써 미처 맛보지 못한 아이의 눈맛까지 더 맛볼 수 있다는 거다. 그래서 나눔이 소중하다!


셋째, 입장 후 다시 둘레 살피기. 대개 이름난 관광지 입구에는 매표소나 화장실, 기념품점이나 식당처럼 편의시설 건물이 들어서 있다. 따라서 입구를 통과하면 앞서 본 둘레 경관에서 인공적인 건축물을 제외한 자연 풍광만이 오롯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진다. 거기서 다시 한번 멈추는 거다. 인공 건축물이 없는 상태에서 먼 하늘과 산, 차밭을 둘러보고 눈맛을 느끼자. 어떤가? 입구에서 시설물이랑 같이 볼 때와 시설물 없이 볼 때랑 어떤 차이가 나는가? 현장에서 그런 눈맛을 견주는 것은 실내 수업에서는 절대로 겪을 수 없는, 현장 체험학습만이 갖는 남다른 재미다. 차밭처럼 야외 공간을 감상할 때는 특별한 지식이나 정보가 없어도 누구나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둘레 살피기’와 ‘눈맛 보기’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습관을 들이다 보면 어느새 둘레를 살피는 전문가가 돼 있을 텐데, 우리가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넷째, 다시 눈맛 나누기. 아이건, 어른이건 사람이라면 으레 조금 전에 본 풍경과 완연히 다른 풍경을 보고 난 뒤 그 감흥이 같을 리 없다. 그러므로 이왕 멈춰 선 김에 타인의 관광 동선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면, 한 번 더 상호 나눔 시간을 가지자. 앞서 본 눈맛과 지금 본 눈맛의 맛이 어떤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나누면 나눌수록 아이와 어른의 감성 세계는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방문지를 에워싼 자연 풍광과 인공 시설물을 두루 한눈에 살필 수 있다. 그러면 설령 방문하려는 장소가 어떤 곳인지 모른다 할지라도 새삼 방문지의 상황과 정보를 파악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아쉽다. 아이를 한층 더 끌어올리려면 앞서 본 ‘둘레 살피기’와 ‘눈맛’을 살려 한 걸음 더 나아가자.


다섯째, 눈맛 설계 맡기기. 위 넷째 단계를 마친 뒤에는 아이에게 물음 하나를 던지자. “응, 길동이는 그런 맛을 봤구나. 길동아, 방금 우리가 입구에서 여러 시설물을 봤잖아. 만약에 길동이가 이 차밭의 시설물을 설계하고, 건축하는 책임자라고 해볼게. 시설물을 짓는 설계 주제는 ‘이곳의 풍광을 잘 살릴 수 있는 시설물 짓기’야. 그런 주제라면 길동이는 어떤 시설물을 어떤 모양으로 짓고 싶어?” 이렇게 물어보자. 어떤 아이는 대답이 술술 나올 것이며, 어떤 아이는 무슨 말을 할지 몰라서 쩔쩔맬 수도 있다. 시원하게 답하는 아이에게는 왜 그런지를 한 번 더 되묻고, 대답이 시원찮은 아이에게는 그 아이의 처지에 맞추어 재차 물음의 의도를 설명하자. 그러면 아이는 이내 자기 생각을 말한다. 어른이 들으면 아이의 대답이 우습고, 터무니없이 들릴 수도 있다. 그때가 진짜 중요한 때다! 아이가 그런 답을 할 때조차 어른은 그런 아이의 생각과 대답을 잘 들어주고, 공감할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 “오~, 그것 기발한 아이디어인데!”, “이야, 좋은 생각인걸!” 그 한 마디면 된다. 아이는 제 말에 귀 기울이는 어른을 통해 다시 저만의 무한한 성장 길로 나아갈 테니까.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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