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국내 여행 67 - 보성 차밭 대한

by 구경래
68-보성차밭대한다원-20220213.jpg 보성 차밭의 백미는 뭐니, 뭐니해도 대한다원의 차밭. 입장료 값을 하니 꼭 찾아봐야 한다. 입구 삼나무 길도 시원시원~! 산책로 쉼터 의자에서 차멍하면 굳이 차 명상이 필요 없다.


< 녹차 밭 나들이 >


차밭에 가면 열 일 다 제쳐두고, 몸과 마음을 오롯이 푸르름에 흠뻑 적시자. 관광객을 맞이하는 차밭은 대개 그 규모가 크기 마련이다. 사시사철 싱그럽게 푸르름을 뽐내는 차밭, 산비탈을 따라 펼쳐진 상큼한 차밭 품으로 안기는데, 어찌 그 맛에 홀딱 빠지지 않겠는가. 그런 곳에서는 굳이 아이에게 무슨 설명도 필요하지 않다. 아이랑 푸르름에 몸과 마음을 맡긴 채 발길 닿는 대로 둘러보면 충분하다.

아이랑 먼 바깥나들이를 갈 때면 준비할 것이 많다. 그런데 준비할 것 중 가장 먼저 살펴야 하는 게 바로 기상 예보다. 날씨와 기후를 확실히 파악한 후에 나들이 채비를 하면 여행이 수월해진다. 아이건, 어른이건 어디로떠날 때는 늘 날씨와 기후부터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 날씨에 따라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뺄지 가늠할 수 있다. 기상 예보는 바깥나들이 일정이 정해진 뒤 세세한 준비를 할 때 요긴한 정보임을 다시 되새기자.

차밭은 앞서 말했듯 아무런 사전 지식이나 준비가 없이 방문해도 그만이나,

이왕 아이를 위해 가는 것이라면 요령이라도 몇 가지 알고 가는 게 더 낫다.


첫째, 편안한 운동화. 차밭은 넓고, 산책하기 좋다. 그러나 산비탈에 있는 경우가 흔하므로 편안하고도 튼튼한 신발이 필요하다. 어른이라면 경등산화도 괜찮으나, 아이는 운동화가 가장 무난할 것이다. 운동화는 먼저 뒤꿈치가 고정되어 착용감이 뛰어난 것이 좋다. 그래야 헐거워져 벗겨지지 않고, 걸음걸이가 편안해진다. 아이랑 나들이를 갔을 때 운동화가 쉽게 벗겨지는 아이를 종종 만나는데, 황당해하는 아이의 표정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따라서 나들이 갈 때는 발에 딱 맞는 운동화가 걷기에 편하다. 걸을 때는 운동화의 밑굽이 중요한 요소다. 밑굽은 적당한 높이 즉, 발걸음을 내딛는 충격을 완화할 정도의 두텁기가 좋다. 너무 얇으면 발이 쉬 피곤해지며, 키높이 신발은 발이나 무릎 관절, 척추 등에 무리를 동반하므로 피하는 것이 낫다. 또, 밑굽의 단단하기는 쿠션처럼 부드럽고 스프링처럼 탄력성 있는 것을 권한다. 요즘 운동화에는 공기주머니가 달린 제품이 많다. 충격도 흡수하고, 탄력성도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무엇보다 운동화는 가벼워야 한다. 그러면 아이가 차밭을 걷고, 뛰어다니기에 아무런 불편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나들이 전 집에서 운동화를 고를 때 아이 스스로 고르되, 이왕이면 앞선 요령을 전하자. 그러면 아이가 알아서 선택할 일이고, 부모는 내버려 둘 일이다. 자기가 신을 운동화를 잘못 골라서 현지에서 고생하는 것 또한 자기 주도 여행을 통한 학습의 하나니까.

둘째, 쾌적한 복장. 아이를 예쁘고 귀엽게 꾸미고 싶은 마음은 부모라면 누구나 부려본 욕심이다. 또,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라면 더욱 멋지게 옷차림을 꾸미고 싶을 것이다. 바깥 나들이할 때 운동화와 옷차림의 기준은 방문 장소와 날씨에 맞춰야 한다. 차밭으로 간다면 어떤 복장이 어울릴까? 그 또한 아이의 몫이다. 차밭에서 짧은 치마, 원피스 같은 복장에 예쁜 구두를 신고 나타난 아이나, 어른을 종종 만난다. 산비탈도 있고, 흙길도 걸으면서 풍경과 운치를 즐기는 차밭 나들이에 어떤 옷차림이 우리가 차밭을 존중하는 옷차림인지 스스로 판단할 일이다. 장소와 때에 따라 무엇을 고를지 아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 작은 지혜가 아닐까.

셋째, 장식과 화장품. 나들이 가는 날의 날씨, 일정에 따라 부수적인 장비가 필요하다. 차밭은 거의 연중 내내 찾아갈 수 있지만, 대개 인파가 몰리는 때는 봄과 가을이다. 4월에서 5월 무렵이면 차밭에서 어린 찻잎을 수확 할 때라 파릇파릇한 상큼함을 맛보기에 적절한 계절이다. 반면, 꽃이 피는 가을 차밭을 찾는 이에겐 9월에서 10월이 괜찮은 철이다. 봄이건 가을이건 야외 나들이할 때는 햇빛으로부터 자신의 눈과 피부를 보호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 밖에도 기상에 따라 우산이며 비옷, 목도리며 장갑은 저마다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런 상황을 알린 뒤 아이 스스로 장신구나 피부 보호제를 준비하는 것이 자기 주도 여행이다.


넷째, 여유. 아이랑 나들이 갈 때는 항상 여유가 필요하다. 대개 아이랑 여행할 때 서두르거나, 급히 뭘 하려고 하면 말썽이 생긴다. 아이와 나들이 갈 때는 언제나 ‘느릿느릿, 느긋느긋’하게 움직이도록 하자. 하물며 차밭으로 가는데, 물어 무엇할까.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면 아이 또한 감동에 젖게 된다. 그와 달리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 자연의 멋, 인공적이라 해도 거의 자연에 가까운 멋을 느끼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내 눈에 황홀한 풍경을 아이에게 그대로 보여주면 그만이다. 당장 그 순간은 아이가 자연 미학적 감상을 받아들이지 못하더라도, 그런 모습이 되풀이될수록 아이 또한 차츰 그런 미감에 맛을 들이기 시작할 테니. 그렇지 않고 ‘다시는 너랑 이런 데 안 와!’ 하는 순간, 아이는 그런 매력을 오래도록 맛보지 못하는 슬픔을 겪을 수 있다.


다섯째, 차밭 둘레 살피기. 차밭은 평지에도 있고, 산비탈에도 있다. 보성에는 산비탈에 많으니 주변 산과 어우러진 차밭 감상이 으뜸이다. 넓게 펼쳐진 푸르른 밭을 보노라면 눈이 절로 시원해진다. 과장해 말하자면 눈병 있는 사람은 눈병이 싹 나을 것처럼, 만성적인 눈의 피로가 단박에 다 풀릴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여섯째, 인증 사진 찍기. 사진 찍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나, 아이랑 여행할 때 그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것은 부모라면 누구나 욕심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요즘은 체험학습 자료로 사진을 제출하기도 하고, SNS에 올릴 여행감상문 작성에 필요하기도 해서 이래저래 사진 찍기를 피할 순 없다. 이왕 사진을 찍을 바에는 확실히 찍는 건 어떨까. 요즘은 고맙게도 가는 곳마다 인증 사진 명소가 있기 마련이다. 차밭은 어떤 곳이 사진 명소일까? 당연히 차밭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 으뜸가는 촬영 맛집이다. 즉, 전망대다. 차밭에서는 어지간하면 전망대를 마련해 두었으니 그런 곳에서 찍으면 실패할 까닭이 없다. 참고로 사진에 소개한 대한다원에는

차밭 외 삼나무 길 또한 차밭 속 이색 풍경으로 손색없는 사진 맛집이 될 터이다.

< 차밭 심화 >


차밭까지 간 김에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인문 교양 지식을 덧입히고 싶은 부모도 있을 터다. 그러려면 공부를 살짝 해가면 된다. 집에서 미리 아이랑 같이 검색해서 얻은 정보를 갖고서 ‘나만의 차밭 자료집’을 만들어 떠나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럼 어떤 것을 공부하면 좋을까?


첫째, ‘차’에 관해서 알면 좋다. 차가 무엇인지, 차의 원산지와 주요 산지는 어디며, 우리나라에서 차의 주요 산지는 어디인지 등에 관해 알아본다. 어떤 사물이나 인물을 파악할 때 그 사물이나 인물의 근본을 살피는 것은 그 사물이나 인물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며, 나아가 어떤 일을 기획할 때 개념부터 익히는 선한 버릇을 기르는 데도 이바지한다.


둘째, 우리나라에는 차가 언제쯤, 어디에서부터 전래하였는가를 살핀다. 그것을 통해 지도를 펼치고, 차의 이동 경로를 확인한다. 대체로 두 가지 설이다. 하나는 중국 전래설, 하나는 인도 전래설이다. 삼국사기(중국 전래설)와 삼국유사(인도 전래설)의 기록에 근거한 전래설인데, 그에 따라 지도를 펼쳐놓고 최초로 차가 어떻게 유입되었는지를 상상하는 과정도 자기 주도 여행의 자기 주도 학습법 가운데 하나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 바칼로레아) 교육과 굴렁쇠 자기 주도 여행의 자기 주도 학습법이 만나는 지점이다.

셋째, 우리나라 3대 차 산지로 손꼽는 데가 경남 하동, 전남 보성, 제주다. 이번에는 보성으로 갈 참이니 보성 차밭은 언제, 어떤 연유로 생겨나 오늘날에 이르렀는지 그 역사를 추적하자. 물어볼 필요도 없이 하동과 제주까지 조사한다면 완벽하다.


넷째, 인물에 관한 공부를 하자. 보성으로 가니 보성 차와 관련된 역사적 인물로 누가 있는지, 무엇 때문에 그 인물이 보성 차와 연관이 있는지 따위를 알아보는 것이다. 그런 뒤 보성 차밭을 일군 사람으로는 누가 있는지 살피자. 누가, 왜, 무슨 이유로 차밭을 운영하게 되었는지를 찾는 것이다. 이르자면 보성 대한다원의 설립자가 누구인지 등을 아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차밭에는 어떤 사람이 일하는지, 차밭을 관리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따위를 찾자. 무엇이건 사회는 사람과 사람이 연결돼 있음을 어려서부터 익히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 사회를 보는 ‘눈’도 밝아질 테니 손해 볼 일이 없다.


다섯째, 차의 생태에 관하여 알아보자. 차나무는 어떤 나무이며, 차나무는 어떤 곳에서 잘 자라는지, 차나무 종류로는 어떤 것이 있으며, 차나무의 주요 성분은 무엇이고, 차나무 잎을 이용한 차는 어떻게 만들며, 차는 어떤 분류가 있는지, 우리나라 차는 주요 산지마다 어떤 특징이 있으며, 지역별로 어떤 차를 생산하는지 등을 조사하자. 그러면 차와 관련한 생태 학습은 거의 완벽하다.


위와 같은 자료와 정보를 찾아서 작은 자료집을 만들었다면,

남은 일은 현지에서 인문지리 정보를 풍부화하는 일이다.


첫째, 차나무 자세히 살피기다. 먼저 산지와 평지 중 어느 쪽에 자리했는지, 함께 어울려 성장하는 모습도 살피고, 차나무의 크기와 수형, 줄기도 살핀다. 그렇게 전체와 중간을 봤다면, 마지막으로는 세부를 볼 차례다. 차나무 잎도 자세히 살핀다. 그 잎이 어떻게 해서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지 이미 사전학습을 통해 알았으니, 이처럼 현장에서 자세히 살피기를 통하여 그 내용을 재차 확인하는 것, 그게 바로 현장체험학습의 절정이다. 아이에 따라 다양한 아이디어와 생각, 느낌이 펼쳐지므로 우리 어른은 그런 환경만 조성해주면 된다.

둘째, 아이라고 이상적이고, 아름답고, 눈에 좋은 것만 보여줄 필요가 없다. 아이 또한 앞으로 스스로 겪어야 하는 게 사회며, 인생살이다. 흔히 ‘아이는 몰라도 돼!’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그 말은 달리 말해 ‘내 아이를 바보로 만들겠다.’, ‘내 아이의 두뇌와 감성 계발을 뒤로 미룬다.’란 뜻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다. 하여튼, 차밭에 가면 과감하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끄집어내자. 내 아이를 속물로 키우려는 것이 아니라 현장체험학습의 극대화를 꾀하는 길이다. 어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란 말인가? 다음처럼 시도해보자. 현재 보성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몇몇 지역에서는 차밭을 기업화해 수익을 내는데, ‘후손으로서 선조가 물려준 이 차밭을 계승,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묻자. 질문이 너무 광의적이고 추상적이라 아이가 어렵게 여긴다면 구체적으로 물으면 된다. ‘지금 우리가 맛본 차 상품으로 이러저러한 게 있지? 그걸 어떻게 하면 너나 네 친구 입맛에 맞출 수 있을까?’, ‘지난번에 다른 곳 그러니까 일본에서, 중국에서 맛본 차가 있지? 그것처럼 보성 차를 국제적인 차로 만들 묘안이 있을까?’, ‘우리가 농장 견학으로 입장료를 내잖아. 그런 것 말고 이 농장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체험 활동으로 어떤 것을 생각할 수 있을까?’, ‘만약, 너라면 여기서 어떤 체험을 친구랑 하고 싶어?’처럼 묻자. 그러면 아이는 저마다의 지식과 차밭 체험 경험에다 아이 특유의 상상력으로 신통방통한 생각을 마구 쏟아낼 것이다. 그것이 실현 가능한 일인지, 아닌지 논하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처럼 차밭을 둘러보는 요령 몇 가지를 알고

아이랑 방문하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찾는 나들이가 될 참이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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