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국내 여행 69 - 쏠비치진도

by 구경래
image.png 쏠비치 진도 공간 개념도. 해안 산책로와 각 건물의 편의시설을 적절히 활용하면 리조트를 벗어나지 않고도 얼마든지 신나는 탐방을 즐길 수 있다.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가자. 위 이미지는 진도 쏠비치 개념도다. 이처럼 대형 리조트는 큰 콘크리트 건물에 둘러싸여 주위 시선이 차단돼 있으므로 전제 구조를 빨리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개념도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어디를 가건 방문지의 개념도부터 보는 버릇을 들이면 그만큼 현장에서 즐겁고 유쾌하게 다닐 수 있다.


리조트 즐기는 법은 다음에 알아보고, 지금은 개념도에 집중하자. 개념도를 보는 요령 몇 가지만 알아도 내 아이는 부쩍 성장한다. 야외로 나가 특정한 장소로 들어갈 때 으레 입구에는 그 공간을 안내하는 안내도 곧, 개념도가 있다.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 개념도 앞에서 멈추자. 우리가 현장에 들렀을 때 왜 안내도 앞에 멈춰야 하는 걸까? 한국인 특유의 그 바쁘고 귀한 시간에 굳이?


첫째, 방문지 파악. 그 공간에는 무엇이 있으며, 각 구성 요소는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를 살피기 위함이다. 그러면 저절로 그 공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치 내가 공간을 의도한 설계자가 된 듯 살필 수 있다. 방문지의 명칭과 설립 목적에 따라 그 공간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는가도 확인할 수 있고, 방문 목적을 한층 더 뚜렷하게 하는 이점도 있다.


둘째, 효율성 제고. 지도를 통해 단박에 전체 구조를 볼 수 있으니 어떤 순서로 둘러보면 좋을지, 허용된 시간에 맞추어 어떻게 둘러보면 좋을지 구상할 수 있다. 시간과 순서 동선을 어떻게 하면서 둘러볼 건지, 동선 내 무엇을 추가하고 삭제할 건지, 꼭 들르고 싶거나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를 확인하면서 주어진 시간에 맞춰 계획을 재차 점검하기 위함이다.


셋째, 아이에게는 개념도 읽는 법을 터득하도록 도와주는 동시에 ‘계획 수립’에 관한 교육을 병행할 수 있다. 방문하려는 공간의 안내도 앞에서 아이에게 질문 겸 과제를 던지자.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2시간 정도야. 그 시간 동안 여기를 둘러볼 건데, 어느 쪽부터 가볼까? 제대로 보려면 이 공간에 무엇이 있는지부터 파악해야겠지?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맞아, 그럼 개념도부터 보면서 말해볼까.” 아이는 새삼 눈을 반짝이면서 살피기 시작할 것이다. 그 공간에 무엇이 있는지, 무엇을 하면 좋을지, 시간을 고려한 동선을 어떻게 세워야 효율성이 높아질지 생각할 절호의 기회다.


설령, 제 의지가 아니라 부모님을 따라나섰다 하더라도 현장에서는 ‘자기 주도’로 여행을 기획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현장에서 부모님과 어떻게 둘러보면 좋을지 머리를 맞대는 편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현장에는 이처럼 학교나 학원의 교실에서, 수업에서 배울 수 없는 공부 거리가 늘렸다. 그런 걸 잘 활용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부모가 인도하기 나름이다.


< 개념도 심화 >


개념도를 보면서 둘러볼 공간의 순서와 시간 배정을 마쳤으면 그렇게 돌아보면 된다. 그런데 이왕 자기 주도로 여행하는 것, 욕심을 더 부리고 싶다면 아이의 동참을 확대하는 방법이 있다. 현장 방문을 마치고 다시 개념도 앞에 서자!


첫째, 개념도 평가. 우리가 본 개념도와 그 개념도에 따라 막상 현장을 둘러보니 어땠는지 서로 의견을 말하는 시간을 갖자. 어떤 아이는 개념도가 현장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투덜댈 것이며, 어떤 아이는 개념도 덕분에 잘 봤다고 할 것이다. 어떤 아이는 개념도를 별다른 생각도 없이 봐서 잘 모르겠다고 할 것이며, 어떤 아이는 지도 읽기 자체가 어려워서 모르겠다고 할 것이다. 그처럼 평가는 아이에 따라 차이가 날 수도 있고, 개념도의 정확도나 신뢰도에 따라서도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한 곳을 둘러본 뒤 1분 아니 30초, 10초라도 자기 소감을 특정한 것과 연결해 말하는 훈련은 아이를 성장시키는 좋은 요소다.


둘째, 개념도 수정. 개념도가 빛이 바래 낡았다거나, 개념도에 그려진 위치가 잘못되었다거나, 공간 내 건물 입지를 애매하게 그려서 동선에 혼선을 빚었다거나, 개념도에 등장하는 건물과 설명글 내용이 다르다거나, 번호와 설명이 정확하지 않다거나 등등 생각보다도 많은 문제가 있음을 현장에서 찾을 수 있다. 그걸 아이에게 되묻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 아이는 그런 질문에 답함으로써 미래의 공간 설계자, 일머리 설계자로 거듭나게 된다.


셋째, 당당한 참여. 우리가 평가나 수정을 통해서도 얻은 성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 해도 충분하겠지만, ‘자기 주도 여행’은 거기서 멈추면 곤란하다. 특히, 그릇된 정보, 왜곡된 정보, 현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도록 한 정보를 찾아낸 뒤에는 시정을 권유하는 활동 단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대개 아이가 방문하는 공간은 인터넷에 홈페이지나 카페, 블로그를 운영 중이므로, 게시판을 활용하자. 현장에서 느낀 점을 바로 올려도 좋고, 시정 사항을 건의해도 괜찮다. 필요하다면 해당 지자체의 문화관광 게시판에 그런 소감을 올려도 된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를 위한 공익적 일인 데다 아이에게는 방문 후 발표와 전시 활동까지 완료하는 셈이니까. 물론, 억지로 한다거나, 별 내용이 없는데 하는 것은 아니 함만 못하다.


공공의 선을 위하여 여러 가지 권유나 제안 활동을 한다는 것이 좋은 뜻이긴 하나 말처럼 쉽지는 않다. 글을 잘못 쓰면 어떡하나, 공연히 오해하면 어쩌나, 귀찮게 그럴 필요가 있나, 굳이 우리가 그걸 왜 하나 등등 온갖 제약이 뒤따른다. 그러다가 지레 겁먹거나, 움츠러들기도 한다. ‘다 전문가가 만든 것인데, 알아서 하겠지. 곧 수정하겠지. 우리 아니라도 그런 제안하는 사람이 있겠지.’라면서 후퇴한다.


그러나, 그러나!


공동선을 향하여 작지만, 사소한 활동을 함으로써 내 아이의 태도나 자세, 삶이 바뀐다. 용기와 자신감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성격도 적극적으로 바뀌며, 객관적으로 상황을 정리하는 능력이나 합리적인 태도도 기를 수 있고, 무엇보다 모두의 이익을 고려하는 배려심을 키울 수 있다. 나아가서는 미래를 위한 사고력, 창의력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아이랑 현지에서 안내도를 보는 궁극적인 목적은 좁게는 시간 활용과 공간 방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지만, 넓게는 자기 주도 여행에서 아이와 어른 모두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으로 활용하기 위함임을 새삼 깨달을 수 있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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