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폐암환자의 시끄러운 독백
항암약은 내 면역력을 앗아갔다. 항암약을 먹으면서 먹을 수 없는 것들도 생겼다. 다리는 쉽게 부었고, 부은 다리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면역력은 정상범위를 벗어났다. 정상 범위에도 속하지 못한 면역력은 나를 각종 병원균에 쉽게 노출되는 몸으로 만들었다. 간혹 심하게 열이 나면 절대호중구수는 1000 밑으로 내려가게 된다. 병원 혈액검사에 수치가 이렇게 나오면 집에도 마음대로 갈 수 없다. 입원하거나 면역력 촉진제를 맞아야만 집에 갈 수 있다.
대전에서 카페를 할 때 열이 39도까지 올랐던 적이 있었다. 밤늦게 응급실을 갔지만 다음날 아침에 와서 코로나 검사를 하라는 것이었다. 퇴짜를 맞은 뒤 약국을 들러 해열제를 사서 몇 알을 먹고 나서야 겨우 온도가 떨어졌다. 다음날 오전에 병원을 들려 피검사를 했더니 절대호중구 수치가 약 780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병원에서는 나를 집에 보내줄 수 없다고 했다. 이 정도 면역력이면 나가면 바로 다른 병원균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는 수준이라나...
사실 위의 사진은 2023년 올해 10월에 검사한 것이다. 의사 선생님이 별말씀 없으셨던 것 보니 전체적으로 괜찮았기 때문에 따로 주사를 맞거나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호중구는 병원균과 싸우는 병사인데 병사들이 죽으면서 열이 발생한다. 그 당시엔 싸울 병사들이 매우 적었어서 위험한 상황인 셈이다.
나는 1년에 한 번씩 크게 아프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마스크를 쓴 이후로 크게 아팠던 적이 잘 없었다. 그래서 였을까 내가 방심했을 때 코로나에 걸렸다. 열이 39도까지 올랐다. 머리가 멍해지고 눈이 흐릿해졌다. 그때의 아팠던 경험은 면역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깨닫게 해주었다. 사람들은 자신을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보호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사람들은 술과 담배, 그리고 밤새고 일하며, 정크푸드로 몸을 망친다. 나는 그들에게 그따위로 몸을 쓸 거면 나한테 줘라 고 하고 싶다. 좋아하던 맥주도 마시지 못하고, 병원비로 고정지출이 나가며, 시간도 낭비된다. 정말 사소한 것에 마음 쓰면서 인생을 의미 없게 낭비하는 사람들을 보면, 때로는 부럽기도 하고 한심하다는 생각도 한다. 그런 인생낭비처럼 보이는 일상도 건강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나는 겉으로 보기엔 아파 보이지 않는다. 아파 보이고 싶지 않고 평범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나에게 폐암은 콤플렉스이자 나를 표현하는 하나의 특징이다. 나는 운이 좋아서 나와 맞는 약을 먹고 그래도 일반인처럼 보이게 살 수 있다. 하지만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결혼을 해서 애를 낳으면 혹시 유전되지 않을까. 임신을 하면 약을 끊어야 되는데 그동안 재발하면 어쩌지? 약을 먹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에 나는 감당할 자신이 없다. 또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을 만날 평범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도 엄청난 희생정신이 있지 않고서야 힘들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결혼도 연애도 포기했다. 오로지 나 한 명의 건강을 위해서 살기로 했다. 더 나아가 세상에 좋은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 나의 모든 시간을 투자하기로 했다.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님을 세상에 알려주고 싶다. 내가 6년, 아니 7년 차가 되면서 재발을 하지 않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긍정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긍정의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