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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i Sep 11. 2022

Z세대 팀원이 겁나요 (上)


“지이잉”


2박3일의 국내 워크샵을 떠나기 전날 밤 열한시, 미나의 핸드폰이 진동으로 흔들렸다. 소파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던 미나는 몸을 일으켜 핸드폰 속 메일함을 열었다. 미나를 참조로 온 어느 Z세대 직원의 이메일이었다. 이 메일을 시작으로, 미나는 기존 X세대 팀장과 Z세대 팀원의 갈등에 대해 알게되는데,,,


코로나 밀접접촉 및 증상으로 인한 우려로 내일 워크샵은 불참하게 되었습니다. 팀장님과 상의 후 재택으로 근무하게 되어 메일드립니다.


2020년, 코로나가 창궐하면서부터 회사 워크샵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회식과 모임이 사라졌다. 어떤 회사는 100% 재택근무로, 어떤 회사는 50% 인원이 선택적으로 재택근무를 하기 시작했다. 잠시 멈추는 듯 보였던 채용도 재개되었으며, 그래서 어떤 신규입사자는 오피스와 동료 직원들은 면대면으로 구경 한 번 못해보고 업무를 시작해야 했다. 코로나는 안그래도 조직보다 개인이 더 중요한 Z세대가 더욱 ‘개인’에게 집중할 환경을 만들었다.


2022년이 되어 코로나가 더 이상 ‘끔찍한 바이러스’까지는 아니게 되었다. 오피스 근무도, 해외여행도, 모임도 슬슬 사람들은 2020년 이전으로 돌아가려 준비를 시작했다.


미나의 회사는 매년, 빠짐없이 가까운 해외로 워크샵을 갔었다. 매년 성장하는 비즈니스와 함께 직원들에게 회사에서 제대로 대접받는 느낌을 주며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서로 이해관계가 적은 직원들끼리도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2022년은 특히나 도드라지게 큰 성과가 있었다.


한국사업장의 비즈니스를 책임지는 이승리 대표는 고민 끝에 큰 맘 먹고 몇몇 리더십 멤버들과 함께 힐링 워크샵을 준비했다. 근무시간에 일하는 대신, 그동안의 피로를 풀며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는 국내의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골프, 서핑, 스파, 등산, 수영 등을 자유로이 즐기도록 준비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워크샵 일주일 전 쯤, 어린 직원 몇 명이 아직 코로나가 위험한 시기에 위험상황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묻기 시작했다. 거기에 그들과 점심을 같이 먹는 멤버 중 하나가 코로나에 확진되면서, 자신들은 밀접 접촉자이고 자가키트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지만 그래도 불안하다며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다.


이 대표는 자신의 마음과 의도를 이해해주지 않는 어린 직원들이 야속했다. 오죽했으면 “이 워크샵, 그냥 가지 말까요?” 라고 팀장들에게 물어봤을까. 워크샵이라고 해서 예전의 한국 회사들처럼 팀빌딩이니 운동회니 뭐니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고, 휴일이 포함된 것도 아니고, 정말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힐링하고 오라고 큰 돈 들여 기획한건데 속상할 만도 했다.


그러더니 정말 몇몇 직원이 출발 직전, 몇 시간여를 앞두고 저런 메일을 보내온 것이다. 증상이 있으면 당연히 워크샵에 불참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맞지만, 자가키트도, 신속항원 검사도 계속 음성이었다.


그들의 팀장인 수석은 그들의 태도를 보며 ‘그냥 워크샵이 가기 싫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사전에 워크샵 불참자는 휴가를 내야된다라는 안내도 있었고, 업무량도 사실 3일 내내 해야 소화할 수 있는 만큼이 아니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시급하게 근무가 꼭 필요한 X일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연차를 올리세요.” 라고 얘기함과 동시에 그 아래 직원에게서 답변 메일이 또 왔다.


근로기준법 상 사업주가 연차사용을 강제한다면 근로자는 이를 준수할 의무가 없습니다. 연차는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청구하는 것으로 근로자 의사에 반하여 연차 사용을 강제한다면 위법의 소지가 있습니다. 회사사규보다 근로기준법이 상위법입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 메일을 받은 수석은 속이 뒤집히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들었다. ‘어쭈, 이 괘씸한 것 좀봐라. 근로기준법을 운운해?’ 그리고는 미나가 있는 HR팀을 바로 찾아온 것이다.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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