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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i Nov 06. 2022

내가 원하는게 뭔지, 알아야 하는 이유 (下)


(이어서)


  바깥 풍경을 노랗고 빨갛게 물들이던 나뭇잎들은 어느새 찬바람에 우수수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았다. 겨울이 오면 두터운 옷을 꺼내 몸을 꽁꽁 숨기고 작은 키에 꼬불한 단발 곱슬머리를 휘날리며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기를 벌써 몇 년째.


 첫 번째 직장에서 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인사 업무에 발을 들인지도 벌써 이 년이 다되어 가고 있었다. 남들 다 하는 만큼만 하고 살기도 숨가빴는데, 내가 원하는게 뭐냐니? 새로온 팀장이 던진 한 마디에 많은 생각이 드는 부영이었다.


 그 날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팀장은 부영에게 전에 해본 적 없는 꽤나 이상한 미팅을 한달에 한 번, 스케줄표에 넣어달라 얘기했다.


 “부영님, 한 달에 딱 한번, 한 시간 이예요. 이 시간에는 일 얘기는 안 할 거예요. 뭐 일 얘기를 아예 안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매주 하는 업무미팅이랑은 완전 달라요. ‘부영님의 커리어’ 에 집중해서 얘기하는 시간이 될거예요. 부영님이 얼만큼 준비하고 열심히 참여하는 지에 따라 부영님이 얻어갈 수 있는 것도 달라질거구요.”


 “네, 알겠습니다.” 라고 대답은 했지만 뜬구름 잡는 얘기 같기도 하고, 아직 팀장이 믿을 만한 사람인 지 아닌 지도 헷갈리는 부영이었다. 그사이 팀장은 부영에게 첫 번째 미팅을 위해서 본인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HR 전문가, 인사전문가란 어떤 모습인지를 그려보라는 숙제를 줬다. 당장은 직접적인 경험도 많이 없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례도 많이 없었을 테니, 책이나 인터넷을 많이 찾아보고 참고해도 좋다는 얘기를 하면서.

 

 부영은 팀장이 추천해 준 몇 권의 책 중, 하나를 골라 도서관에서 빌렸다. 독서에 딱히 취미가 큰 것은 아니지만 예전부터 한 번은 읽어봐야지 했던 책이었다.

 헌데 책을 읽어도 딱히 팀장이 내 준 과제에 대한 답이 정리되지 않았다.

‘내가 뭔가가 부족하니까 그걸 개선하라고 이런걸 시키는 건가? 근데 책에서 말하는 이런 방식의 실무는 할 엄두가 안나는데… 나 같은 애가 잘 할 수 있을까?’


 ‘어드민 업무를 그냥 하느니 전문영역이 있어야지!’ 마음먹고 인사쪽을 지원해 일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부영 자신이 어떤 인사전문가가 되고 싶은지, 혹은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사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그려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더 혼란스럽고 어려웠다. 결국 한 달의 시간을 헤메이며 어영부영 보내는 동안 팀장과 약속했던 미팅시간이 다가와버렸다.



 “팀장님, 사실 저.. 생각해보라고 하신 거 생각해봤는데요. 뭐 인사팀은 우선 직원들이 다가가기 쉬워야 할 것 같고… 인사 관련 지식도 많이 있어서 누가 물어볼 때 대답도 잘 해줘야 할 것 같구요… 팀장님이 ‘사람’에 대한 케어를 하시는 걸 짧은 시간 동안 보면서 그전에 어드민 업무를 정확하게 하는 것과는 또 다르게 어찌보면 마케팅하는 것 같다? 라고도 느꼈어요. 근데 제가 당장은 계속 어렵다고 느끼거나 부족하다는 생각만 들고 아직 과제를 내 주신 의도나 방향을 아직 다 이해를 못한 것 같아요….”


 부영의 이야기를 듣던 팀장은 미나에게 또다른 과제와 솔루션을 줬다. 이번에는 이상적인 인사전문가가 이전에 부영이 ‘왜’ 인사 업무를 하고 싶어하는지, 잘하고 싶어하는 지, 잘한다는 게 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내가 얻고 싶은 결과와 왜 그것을 얻고 싶은지'를 알아야, 간절해지고 힘든 상황에서도 나를 끌어당기는 에너지가 된다는 것이 팀장의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팀장 본인의 사례를 들려주었다. 동기들이 다 승진할 때 혼자 승진에서 누락 됬던 사연, 최악의 팀장과 최고의 팀장을 만나며 시키는 일도 제대로 못 해내던 직원으로 평가받던 주니어를 지나 스스로 동기부여하고 주변에서는 인정받는 프로가 되기까지의 이야기까지. 나눌 이야기는 한참 더 있지만 앞으로 천천히 부영의 호흡에 맞춰 이어나가기로 했다.

 


 처음엔 뜬구름 잡는 먼 얘기처럼 느껴지던 시간이 조금은 선명해진 느낌이었다. 더 이상 ‘신입’이나 ‘계약직’, ‘초보’ 라는 이름에 묶이지 않고 ‘자신을 더 믿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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