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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oni May 24. 2023

팀장이 임신했다: 임신 중기

임신도 체질이 있나요


 입덧이 어느정도 끝났다. 

지나가다 맡는 음식 냄새도, 냉장고 냄새도 역해 한 두입 먹고 음식먹기를 포기하기가 일쑤던 미나는 다행히 17주차에 접어들자 놀라우리만큼 상태가 나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사이 살이 많이 빠져 야위긴 했지만 희한하게도 배와 허리는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그렇게 미나에게도 ‘임신 중기의 천국’이 오는가 싶었는데…


 하루는 출근길에 유난히 힘이 빠지고 걸음이 지쳤다.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는데 몸에 힘이 잘 안들어가는가 싶더니 겨우 임산부석에 앉았는데도 숨이 가쁘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겨우 회사에 도착했는가 싶었는데 회의시간 내내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기분이 계속됬다. 

정신력을 총동원해 버틴 회의를 겨우 끝내고 자리에 앉아 미나는 오늘 겪은 증상에 대한 검색을 시작했다. 빈혈, 어지럼증, 호흡곤란, 저혈압 등 이 또한 수많은 임부가 겪고 있는 관문 중 하나였다. 


 오후 5시가 넘어가면 꼬리뼈와 골반이 저릿저릿 하기 시작했다. 자세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일어섰다 앉았다 화장실을 왔다리 갔다리 해봤지만 그래도 몸이 힘들긴 매한가지.
 저녁 시간에 가까울수록 배가 부풀어오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점심 먹은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허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한껏 부풀어오른 배만큼 뱃속이 가스인지 뭔지 모를 물질로 가득찬 듯했다. 이 또한 임신유지 호르몬들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복부팽창과 소화불량의 증상이라 했다.


 ‘임신 중기는 천국이라더니….’


 입덧이 지나갔나 했는데 또 다른 산이다. 한참을 집중하고 신경써 일하다보면 배가 어느덧 딱딱해져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배가 딱딱하게 뭉친다는데 미나는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배를 쓰다듬으며 배를 풀어보려 몸을 어르고 달래 보곤 했다. 


 불러오는 배에 맞춰 걸음걸이도 바뀌었다. 지나가던 회사 동료들이 미나에게 한 마디씩 건넨다.

“오우~ 미나님, 이제 몇 개월이예요~?? 근데 왜이렇게 마르고 배만 나왔어요~ 어떻게해~~”


 소화가 안되고 헛배가 부르니 통 음식이 입으로 안 넘어갔다. 남들은 살이 많이 쪄서 걱정이라는데, 미나는 6개월 7개월차가 되도록 임신 전 몸무게와 비슷한 상태니 아기가 잘 크고 있는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나름 내부직원들을 고객으로 가장 많이 만나고 이야기 해야 하는 ‘People team’ 인데, 몸 컨디션이 이렇다보니 항상 얼굴이 안 좋아보여 걱정스러웠다고 조심스레 미나에게 말을 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임신도 체질이 있는지, 체질에 맞는 사람들은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어 살도 무럭무럭 찌운다는데… 미나의 몸은 점점 말라가고 체력은 갈수록 힘들어지는 걸보니 미나는 영 체질은 아닌듯 싶었다. 


‘이렇게 애가 태어날 때까지 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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