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후 안정기에 진입한다는 12주가 넘어가고, 미나는 공식적으로 사내에 임밍아웃을 했다. 이전에 임신 사실을 안 직후, 가장 가까이서 일하는 팀원과 직속 보고라인인 대표에게는 임신 사실을 공유했었지만 혹시 몰라 안정기가 될 때까지 아직 공개하지 않은 상태였다.
“축하해요 미나님~!!! 딸이야, 아들이야??”
“미나 팀장님, 그럼 휴직은 얼마나 해요~?”
사내 임밍아웃 후, 축하인사와 함께 미나의 출산 이후 생길 공백에 대한 문의도 속속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미나의 휴직기간에 따라 대체자에 대한 채용여부도 고민해야 할 문제 중 하나였다.
미나의 Direct report line 중 하나인 한국의 General Manager인 박대표는 매주 미나와 People 아젠다나 이슈를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곤 했었는데, 미나가 임신한 후로는 주로 미나의 임신과 여성 직장인의 커리어, 본인이 워킹맘으로서 겪은 고충과 헤쳐나가는 나름의 방법들을 많이 이야기하곤 했다.
“미나님, 아기를 낳아보면 알게 되겠지만 세상에는 많은 유형의 엄마가 있어요. 오롯이 내 아기에게 집중하고 커가는 과정을 보고 싶어하는 엄마도 있고, 육아보다는 커리어나 일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엄마도 있고… 엄마 성향과 각 가정의 사정에 따라서 다 달라지겠지만, 미나님도 잘 생각해보고 편하게 결정했으면 좋겠어.
솔직히 나는 지금 시기가 미나님 이직 후에, 미나님 이름이 여기저기 본사 이해관계자들에게도 그렇고.. 알려지고, 좋은 모멘텀을 갖고 올라가는 시기라 좀 아깝긴 해. 대체자를 뽑으면 그 사람이 미나님 일을 대신하긴 하겠지만 미나님 공도 같이 나눠 가지겠지.
나는 출산휴가만 2-3개월쓰고 바로 복귀했었는데, 우선 아기를 돌봐줄 시스템을 만드는게 중요하더라고요. 혹시 출산휴가 이후에 바로 복직하고 싶다고 하면, 상황에 따라서 풀재택이나 주3일 근무도 몇 달간 고려해줄 수 있으니 잘 생각해봐요.”
미나의 직속 상사 중 한명인 본사의 미국인 매니저 또한 마찬가지였다. 미나의 임신을 크게 축하함과 함께 우선 빠르게 People team Head와 이해관계자들에게 미나의 소식을 알렸고, 한국 사정이나 노동법을 자세히는 알지 못하지만 미나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고 전했다.
“집에서 가만히만 있으라도 해도 답답한데, 육아에만 매여있어야 된다면 난 진짜 우울증 올 것 같아. 무조건 최대한 빨리 일하러 나갈거야.”
최근 10년 넘는 시간을 일과 커리어, 자기개발만을 삶의 1순위로 초점을 맞추고 살아온 미나였고, 아기가 생겨도 일은 손에서 놓지 않으리라 항상 친구들에게 떠들고 다니던 그녀였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낳고 휴직을 하며 육아를 하는 친구를 바로 코 앞에서 보다보니, 말처럼 아이를 떼어두고 나가서 일한다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출산휴가만 3개월 쓰고 복귀할까 생각중인데…”
“야 미나야, 너랑 나랑 진짜 맨날 그 말 하고 다녔잖아. 무조건 분리수면 일찍 할거고, 모유수유도 안할거고, 출산휴가 쓰고 바로 복직할거고…. 근데 내가 애 낳아보니까 다르더라. 그냥 너무 귀엽고 이쁜 이 조그만 내새끼를 떨어뜨릴 엄두가 안 나. 지금 남편도 애기 커가는 모습 놓치는게 너무 아쉬워서 육아휴직 쓰고싶다고 할 정도라니까.”
“그래? 하긴 아기에 관심도 없고 정도 없었는데 친구 애기만 봐도 요즘엔 너무 이쁘고 계속 생각나긴 하더라..”
“그리고 가뜩이나 너 몸도 약한데.. 애기 100일 키우면서 너 몸 회복도 다 안되고 그 상태로 바로 출근해야 되는데 괜찮겠어? 아휴”
이쪽길 아니면 저쪽길. 육아 아니면 커리어.
두 가지를 모두 양 손에 쥘 수 있는 방법은 애초에 없다. 세상의 수많은 일하는 엄마들은 어떻게 결정을 내렸을까.
다시 돌아온 상사와의 미팅 시간, 박대표는 미나에게 휴직 계획에 대해 재차 물었다.
“미나님, 생각 좀 해봤어요~?”
“음.. 남편이 최대한 도와준다고 했고, 육아휴직도 저 출산휴가 끝나면 이어서 먼저 쓰기로 해서 출산휴가만 마치고 돌아와 보려고 해요.”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