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달리기 시크릿
울트라 마라토너들이나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단한 사람들을 보며 그 사람들의 달릴 수 있는 비결과 시크릿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일 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달리기의 맛을 본 후 이제는 달리는 사람들이 조금씩 궁금해진다. 이것이 열망이라는 것일까. 가슴에서 느껴지는 작은 불씨 같은 것 말이다. 그 사람들처럼 조금 더 잘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슬며시 노크를 해댄다.
갑자기 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달리기를 시작하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많은 달리는 사람들이 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내가 갑자기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달리는 사람 수가 늘어난 건 아닐 텐데. 그저 나의 뇌는 그들을 인식하지 못했고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인간의 뇌에는 망상 활성계라는 (RAS, Recticular Activating System) 일종의 필터링 시스템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정보들을 모두 다 처리하지 않고 필요한 우선순위대로 정보를 필터링해서 뇌에 저장된다. 그 우선순위는 생존에 관련된 정보, 나의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 자신이 의식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목표나 관심사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안경을 사려고 생각하고 있으면 주변에 안경을 낀 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보이기 시작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것이 바로 이 망상활성계의 작용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목표가 있고 그것에 집중하면 그것에 필요한 정보를 우리의 뇌는 인식하고 더욱 집중해서 저장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생각하는 것의 기준이 잘못 설정되어 있거나 나의 신념이 부정적이거나, 의식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목표가 잘못 설정되었다면 뇌는 그것들을 뒷받침하는 정보들을 찾아다닐것이고 그것으로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생길 수 있다. 내 뇌에 내가 속는 셈이 되는 것이다.
달리기라는 일상의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니 달리기 하는 사람들이 많이 더 자주 보인다. 그래서 그들은 누구인지 얼굴들을 한번 더 보게 된다. 어떻게 뛰는지, 어떤 옷을 입고 뛰는지, 동작은 어떻게 하는지, 얼마나 잘 뛰는지 나의 뇌가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그들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진다.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달릴 수 있을까. 어떻게 그렇게 강할 수 있었을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것일까. 도대체 왜 달리는가.
미스터리와 시크릿을 찾아서
무엇을 잘한다는 것에는 노하우이라는 게 있고, 맛있는 음식에는 훌륭한 레시피가 있는 법. 분명히 대단한 미스터리와 시크릿이 있을 거이라고 생각해 왔다. 근접할 수 없는 평범함이 아니 비범한 어떠한 비결이 숨겨져 있을 것이 이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그 생각 속에는 나를 시도하지 못하게 하는 벽이 존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와 그 사람들을 분리함으로 그 사람들은 나와는 상당히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고 내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결론을 내려 버리곤 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나면 내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그들과 굳이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열등감을 느낄 필요도 그리고 굳이 노력해서 그들이 하는 것을 나도 해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아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그렇게 나는나를 ‘안전함’으로 위로했고 안도함에 익숙해졌던것은 아닌지.
지금까지 내가 달리며 알아낸 ‘달리는 사람들의 비결’은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매일매일 아침밥을 해주고 도시락을 싸주는 엄마의 비범함에는 ’꾸준함‘ 과 ’조용함‘이 있는 것이다. 그냥 나타나서 꾸준히 하는것이다. 하기 싫다고 하루는 빼먹지 않고 그렇게 하루하루 해내가는 것.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만의 시크릿과 비결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와 믿음을 버리지 않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미스터리와 시크릿 찾는것과 이별하고 나는 나의 시크릿을 만들어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