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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연 Dec 09. 2020

도시의 외로운 사람들

로렌스 스티븐 라우리(Laurence Stephen Lowry)


<Going to the Mill>, 432 x 534 cm, oil on wood panel, 1925, Pallant House Gallery

성냥개비 같은 사람들이 출퇴근을 한다. 옆 사람이 누구인지 관심이 없다. 아래를 보고 걷는다. 만성 어깨 결림으로 구부정한 자세가 습관이 되었다. 승모근은 이미 뭉쳤다. 곧 목디스크가 올 것 같다. 이곳은 영국 북부 공업도시다. 하늘은 채도 낮은 회색이다. 사람들의 마음의 채도도 낮을 것이다. 눈, 코, 입을 생략한 얼굴이지만 즐거운 표정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

<Going to Work>, 45.7 x 60.9 cm, oil on canvas, 1943, IWM(Imperial War Museums)

작가 로렌스 스티븐 라우리는 노동의 고단함을 안다. 그는 42년 동안 세금징수원으로 일했다. 퇴근 후 어머니를 보살피고 밤 10시부터 새벽 2시에 그림을 그렸다.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린 몸은 눈과 손이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캔버스를 보면서 붓을 들고 작업을 한다. 다음날도 출근을 해야 하기에 아플 여유가 없다.

<GMII LOWR>, 76 x 101.5 cm, oil on canvas, 1959, The L. S. Lowry Collection

그림 속 인물은 고되고 외로운 시민들이다. 출근에 매여 살거나 출근을 하지 못한다. 일이 있으면 피곤하고 일이 없으면 고통스럽다. 어느 쪽이든 삭막하지 않은 구석이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업무를 하거나 취업준비를 하거나 바쁜 하루하루다. 가사 노동을 하거나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거나 모두 힘들다. 작가는 '외롭지 않았다면 그림을 그리지 못했을 것'이라 회고했다. 그의 그림을 보며, 그림 속과 세상 속의 외로운 이들에게 조용히 공감한다.

<Meeting Point>, 64 x 89.6 cm, oil on canvas, 1965, Museums Shef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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