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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수연 Dec 03. 2020

포기하고 싶을 때 보는 그림

안나 매리 로버트슨 모제스


taking in the laundry, 1951


포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포기를 말하면 나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저주를 듣고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의 그늘진 얼굴을 몰래 보게 된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많다. 일이 원활하게 풀리지 않는다. 보고 싶은 사람은 마음이 멀다. 몸이 아프고 돈이 없다. 주로 내가 애쓰는 만큼의 성과와 안정을 얻지 못할 때 포기하고 싶다. 내가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것을 마주할 때 포기하고 싶다.

퀼트 모임, 1950

원하는 바를 이루기가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땐 안나 매리 로버트슨 모제스의 작품을 본다. 그는 미국 화가다. 76세에 그림을 시작해서 80세에 전시회를 하고 100세엔 세계에서 사랑받는 화가가 되었다. 우리나라에도 모제스의 책이 발간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Apple Butter Making, 1947

모제스는 일상을 부지런히 모았다. 사과 버터와 시럽을 만들고 퀼트를 다. 자연의 변화에 따라 농사일을 다. 여름엔 물놀이를 하고 겨울엔 썰매를 . 국경일을 기념하고 축제를 즐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기록했다. 상냥하게 그린 일상은 소중한 세시기가 된다.

Halloween, 1955

모제스의 작품에서는 일상을 영위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인생에 특별한 반짝임이 보이지 않아도 우리가 이미 스스로의 인생에서 주인공인 것처럼. 인생이 아직 어둡고 탁해도 괜찮다. 늦어도 괜찮다. 100세가 된 것도 아니니까. 포기하지 않은 꾸준한 일상이 쌓이면 인생은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 것이다. 길게 보자. 100세에는 마음이 넓어져 있을 것이다. 모제스가 전하는 위로와 희망은 잔잔하면서도 충분히 생기롭다.


Sugaring Off,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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