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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차니즘 닭 요리

by 초록 Jan 21. 2025

 닭 요리의 가장 큰 장벽은, 생닭을 손질한 주방 도구와 싱크대를 박박 닦는 것이다. 닭에는 세균이 많아 세척하는 과정에서 세균이 주변에 다 튀어 식중독을 유발한다고 한다. 씻지 말고 요리하라고도 하는데 기름을 떼어내거나 일부를 잘라낼 땐 씻지 않기가 어렵다. 닭볶음탕, 백숙, 윙봉 등 각종 닭요리를 좋아하는 데에 비해 드물게 요리하는 이유다.


 귀차니즘이 탄생시킨 닭요리의 비결을 소개하자면, 우선 뼈가 없는 닭을 사용하면 난이도가 내려간다. 기름을 떼거나 잘라내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도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순살 닭볶음탕을 하게 되었다. 그럼 닭갈비와 다를 게 무엇인가? 국물이 좀 더 많고 감자를 크게 썰어 넣는 차이가 있다는 나만의 정의를 내렸다. 그렇기에 닭갈비에는 밥을 볶아 먹지만, 닭볶음탕은 국물을 밥에 계속 끼얹어가며 촉촉하게 비벼먹을 수 있다. 밥에 큼직한 감자를 으깨어 양념과 비벼 먹기 위해 닭볶음탕을 만드는 나로서는 국물과 감자가 아주 중요하다.


 뼈가 있더라도 안 잘린 생닭보다는 단일한 부위를 소량씩만 사용하는 게 좀 더 간편하다. 그나마 식기를 덜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닭다리 삼계탕을 만들게 됐다. 닭다리 6개짜리를 사서, 3개는 양념 구이로 3개는 삼계탕으로 먹었다. ‘닭다리만으로 국물이 우러날까?’라는 걱정을 했지만 뼈가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국물맛이 좋았다. 혹시 부족하게 느껴지면 치킨 스톡을 넣어도 좋을 것 같지만, 굳이 넣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다. 이렇게 닭을 요리해 먹다 보면 좀 덜 번거롭고, 조금씩만 요리할 수도 있어 1인 가구에게도 적합한 방식이다.


 1년 정도 해외 살이를 했었다. 현지인 친구의 어머니로부터 닭 요리를 대접받았던 적이 있다. 닭과 각종 야채를 튀기고 또다시 쪄야 하는 번거롭지만 그만큼 맛있는 요리였다. 현지 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그 나라에서 많이들 먹는 음식이지만 집집마다 맛이 달랐다. 그중에서 친구 어머니가 해주신 것이 가장 맛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고소함을 더하기 위해 튀긴 땅콩을 아낌없이 뿌려주셨던 것까지 기억이 난다.


 해외 살이를 하는 딸의 외국인 친구를 위해 기꺼이 차려줬던, 귀찮음과는 거리가 아주 먼 그 밥상을 떠올리노라면 싱크대를 박박 닦는 귀찮음을 감수하고라도 국물을 푹 우린 백숙을 대접하고 싶어진다. 이제는 연락조차 하지 않는, 혼자만을 위해 밥상을 차리는 내 자신이 어딘지 허전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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