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m 달리기에 참가하면서 떠오른 별의별 생각
많은 이들이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는 흔히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삶을 계획하고 바라보자는 태도를 나타냅니다. 최근 10km 달리기에 참가하며 이 보편적인 비유를 떠올렸고, 달리는 동안 떠오른 좀 특이하고 허무맹랑할 수 있는 생각들과 질문들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참고로, 저는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약 한 달 된 초보 러너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번 10km 달리기는 개인적으로 꽤 큰 도전이었습니다.
공식 출발 신호가 울리자 모두가 출발선에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출발선은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았다. 앞줄에서 시작해 원활히 달리고 싶었지만, 인파에 갇혀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웠다. 공식 기록은 신호와 함께 시작되지만, 나는 이미 뒤처진 상태에서 출발했다.
첫 10분 동안은 심한 병목현상이 있었다. 더 빠르게 달리고 싶었지만, 늦은 출발로 인해 사람들을 피해 앞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 페이스에 맞춰 달려야만 했다.
병목현상을 벗어나기 위해 인도로 올라가 달리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따라가는 나 같은 사람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휠체어를 사용하거나 끄는 사람들, 경보로 걷는 사람들, 그룹으로 함께 달리는 사람들, 가방을 메고 뛰는 사람들, 그리고 화려한 복장으로 눈길을 끄는 사람들까지 각양각색이었다.
평소 연습하던 페이스대로 달리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주변에는 각기 다른 페이스로 달리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의 페이스가 내게 영향을 미쳤다.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온전히 내 페이스를 지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생각보다 주변 사람들을 많이 의식하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빨리 달리지?", "헤드셋을 끼고 달리는 건 답답하지 않을까?" "저 옷은 어디서 샀을까?" 같은 질문들이 떠올랐다.
페이스메이커들이 일정한 속도로 달리며 기록 보조를 하고 있었다. 그들과 함께 달릴까 고민했지만, 내 페이스와는 완전히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그들의 속도에 맞추기보다 나 혼자만의 리듬으로 달리기로 했다.
결승선까지 약 2km를 남기고 잠시 걷고 싶다는 유혹이 찾아왔다. 주변 사람들은 힘든 기색 없이 달리는 것처럼 보였고, 나만 뒤처지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에 달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내 페이스가 여전히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느꼈다.
한 번은 신발끈이 풀려 잠시 멈춰야 했다. 그 순간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조급함이 생겼다. 비록 경쟁을 위한 달리기가 아니었지만, 마음속에서는 경쟁심을 떨쳐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잠시 멈추어 뒤돌아 볼 시간은 없었다. 계속 나아가기 위해 가능한 호흡을 가다듬고 내 리듬을 유지하는 데에 집중해야 했다.
이런 경쟁심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함께 달리면서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받는 것은 확실했다.
달리기 동안 사람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레이스가 끝나고 간식과 음료를 받는 곳에서는 다소 이기적인 모습들이 보이기도 했다. 각자 더 많이 가져가려는 질서 없는 모습은 달리는 동안의 으쌰으쌰하는 분위기와는 대조적이었다.
+ 오늘 두 번째 10km 달리기에 참가했다. 첫 레이스보다 나의 페이스에 더 집중하면서 달리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몇 번 더 참가하면 더 나아질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경험과 생각들을 우리의 삶에 대입해보면 재미있는 질문들이 떠오릅니다. 나름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인생을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주변을 쉽게 의식하며 영향을 받고 있는 제 모습같았습니다.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표현이 단순히 긴 호흡으로 삶을 바라보라는 뜻을 넘어, 보다 더 깊은 현실적인 의미들이 내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42.195km의 풀 마라톤은 아니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언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