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행하는 과학쌤 Sep 15. 2024

예복은 기성복으로 두 벌 샀어요

 결혼 준비 과정에서 신부의 드레스를 고르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지만 덜 주목받는 일. 바로 신랑의 예복 고르기다.


 웨딩 박람회에 가면 스드메 계약과 별개로 양복점에서 나온 사람들이 호객 행위를 한다. 이태리제 고급 원단으로 맞춤 예복을 계약하면  퍼센트 할인해주겠다는 이야기들이다. 우리는 스드메와 결혼식장만으로도 머리가 아팠기 때문에 다른 모든 호객 행위를 뿌리치고 나왔다.


 후에 검색해 봤더니, '맞춤 양복인데 맞춘 것 같지 않은 핏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행착오를 거친 기성복의 핏이 제일이다.' 등의 의견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기성복 더 예쁘면 굳이 복을 제작할 필요가 없기에, 기성 복 브랜드가 모여 있는 아울렛에 먼저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아울렛의 양복도 분히 옷 태가 괜찮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어떻게 오셨어요?" 하는 점원의 응대에 "결혼식 예복 보려고요."라고 솔직하게 대답하면 70~100만 원의 옷을 추천해 주고, "양복 좀 보려고요."라고 대답하면 절반 이하로 가격이 뚝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몇 군데를 돌다가 첫 매장으로 돌아가 '그냥 양복'을 구입했다. 이태리 원단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잘 모르지만 그냥 양복도 고급스러워 보였다.


 몇 주 후에는 스타필드의 행사장에서 양복을 한 벌 더 구입했다. 웨딩 촬영을 할 때 밝은 색 양복도 입으면 좋다기에, 할인 딱지를 붙인 양복 틈에서 당히 밝은 옷을 하나 골랐다. 결혼식 복과 촬영용 양복 두 벌을 합해도 맞춤 복 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최근 웨딩 양복점 속적인 사기 계약밝혀져 예비부부들 사이에 큰 파장 있었다. 이태리 원단, 영국 원단이라고 속이고 저가 양복을 판매한 것이다. 'made in Italy'라는 원산지 표기 대신 'made by Italy'라는 교묘한 표현으로 수많은 고객들을 속였다. 문제가 불거진 후에는 '이탈리아 스타일일 뿐 원산지가 이탈리아라고 한 적이 없다'며 발을 뺐다. 


 제 막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예비부부에게 업체들은 고급 예복을 제작해야 부부의 사랑이 완성될 것처럼 꼬드다. 그렇게 계약금 착수하아무 옷이나 내어 주는 수법  치사하고 악랄. 시에는 나 또한 언이설에 홀려 마음 한 구석에 비싼 예복 걸려 있었는데, 이켜 보니 복 문제에서만큼은 우리가 제일 현명했다.

이전 03화 드레스투어 생략해도 될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