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준비 과정에서 신부의 드레스를 고르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지만 덜 주목받는 일. 바로 신랑의 예복 고르기다.
웨딩 박람회에 가면 스드메 계약과 별개로 양복점에서 나온 사람들이 호객 행위를 한다. 이태리제 고급 원단으로 맞춤 예복을 계약하면 몇 퍼센트 할인을 해주겠다는 이야기들이다. 우리는 스드메와 결혼식장만으로도 머리가 아팠기 때문에 다른 모든 호객 행위를 뿌리치고 나왔다.
후에 검색해 봤더니, '맞춤 양복인데 맞춘 것 같지 않은 핏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행착오를 거친 기성복의 핏이 제일이다.' 등의 의견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기성복이 더 예쁘다면 굳이 예복을 제작할 필요가 없기에, 기성 양복 브랜드가 모여 있는 아울렛에 먼저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아울렛의 양복도 충분히 옷 태가 괜찮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어떻게 오셨어요?" 하는 점원의 응대에 "결혼식 예복 보려고요."라고 솔직하게 대답하면 70~100만 원의 옷을 추천해 주고, 그냥 "양복 좀 보려고요."라고 대답하면 절반 이하로 가격이 뚝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몇 군데를 돌다가 첫 매장으로 돌아가 '그냥 양복'을 구입했다. 이태리 원단이니 뭐니 하는 것들은 잘 모르지만 그냥 양복도 고급스러워 보였다.
몇 주 후에는 스타필드의 행사장에서 양복을 한 벌 더 구입했다. 웨딩 촬영을 할 때 밝은 색 양복도 입으면 좋다기에, 할인 딱지를 붙인 양복 틈에서 적당히 밝은 옷을 하나 골랐다. 결혼식 예복과 촬영용 양복 두 벌을 합해도 맞춤 예복 가격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최근 웨딩 전문 양복점의 지속적인 사기 계약이 밝혀져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큰 파장이 있었다. 이태리 원단, 영국 원단이라고 속이고 저가 양복을 판매한 것이다. 'made in Italy'라는 원산지 표기 대신 'made by Italy'라는 교묘한 표현으로 수많은 고객들을 속였다. 문제가 불거진 후에는 '이탈리아 스타일일 뿐 원산지가 이탈리아라고 한 적이 없다'며 발을 뺐다.
이제 막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예비부부에게 업체들은 고급 예복을 제작해야 부부의 사랑이 완성될 것처럼 꼬드긴다. 그렇게 계약금만 착수하고는 아무 옷이나 내어 주는 수법이 참으로 치사하고 악랄하다. 당시에는 나 또한 감언이설에 홀려 마음 한 구석에 비싼 예복이 걸려 있었는데, 돌이켜 보니 예복 문제에서만큼은 우리가 제일 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