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 산업의 추가금 파티는 사실 계약서에서부터 시작된다. 여러 업체를 후보군에 올려놓고 그중 가장 저렴한 곳의 가격을 계약서에 적는 것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계약했다는 착각에 빠지게 만들지만, 몇 달간의 준비 기간을 거치다 보면 최종 결제 금액은 몇 배로 뛰어 있다. '인생에서 한 번뿐'이라는 특수한 이유와 '십만 원만 더 내면~' 같은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에 예비부부들이 '보태보태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드레스투어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일반적으로 세 개, 많게는 다섯 개 이상의 드레스 업체를 적어둔다. 물론 계약서에 적힌 숫자는 그중 가장 저렴한 업체의 가격이다. 예비부부는 여러 업체를 방문해 드레스를 입어본 후에 한 군데를 선정하는데, 이 과정을 드레스투어라 한다. 내 계약서에도 몇 개의 드레스 샵 이름이 적혀 있었다. 초기 계약금은 144만 원이지만, A 샵을 선택하면 14만 원 추가, B 샵을 선택하면 32만 원 추가, 뭐 그런 식이다.
당시에는 드레스투어에 들이는 돈과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직접 이런저런 드레스를 입고 세세하게 비교하다 보면 당연히 비싸고 좋은 드레스에 혹하기 마련 아닌가. 막상 결혼식에 참석한 누구도 신부의 드레스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게다가 드레스는 입어보는 것도 돈을 내야 한다. 드레스 샵에 갈 때마다 5만 원씩 '피팅비'라는 것을 지출해야 하니, 세 군데만 돌아봐도 15만 원의 추가금이 생기는 것이다.
고민 끝에 과감하게 드레스투어를 생략하고, 사진만 참고해서 기본 드레스 샵을 선택했다. 비싼 드레스를 입는다고 내 얼굴이 더 예뻐지는 것도 아닐 테니까. 웨딩 산업의 상술에 놀아나지 않겠다는 이 결심은 과연 옳은 선택이었을까?
이후로 나는 몇 번 후회를 하게 된다. 내가 고른 업체는 가격도 합리적이고 드레스도 예뻤다. 하지만 평상복을 입더라도 여러 매장의 옷을 입어보고 비교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 절차를 생략해서 나에게 꼭 맞는 옷을 고를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 아쉽다. 또 지금 생각해 보면, "피팅비 5만 원"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잃어버렸다 쳐도 삶에 큰 타격은 없는 액수다. 비싸고 좋은 드레스를 내 몸에 대어볼 일이 언제 또 있겠나 하는 생각에 '피팅비 정도는 투자해서 다양하게 입어볼걸.' 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어쩌겠는가. 인생에 한 번뿐인 이벤트인 것을. 세상엔 직접 겪어봐야 깨닫게 되는 일들이 있는데, 결혼 준비는 딱 한 번 겪는 일이니 내가 어떤 것에 예민하고 어떤 것에 털털할지 지나기 전엔 알 수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