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버지니아 울프는 뉴먼 대학의 요청에 의해,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게 된다. 그것을 고민하면서 그녀가 내린 결론은 “여성이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이다.
돈과 자기만의 방. 돈은 이해가 된다. 우리가 사회에 살아가려면 꼭 필요한 화폐 아닌가? 근데 자기만의 방? 이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왜 이 전시의 이름은 밀리의 방일까? 왜 방 일까? 왜 공간, 집, 장소가 아니라 꼭 방 이어만 했을까?
방. 누군가의 방. 밀리의 방. 우리에게는 언제나 하나의 방이 있다. 도대체 왜 방이냐고 하냐면, 방이 우리가 필요한 아주 최소한의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태아였을 때는, 엄마의 자궁이 우리만의 방이었을 것이고, 태어났을 때는, 우리에게 주어진 요람이 우리만의 방이었을 것이고, 집에 와서도, 우리의 침상이 우리만의 방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만의 공간, 방을 한정 짓는다. 이것을 우리 세계에 들일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는, 언제나 우리는 무의식적인 선택을 한다. 이것이 내 것인지 아닌지 말이다. 어떻게든 우리의 방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 세계에서 사라질 것이다. 우리 것이 아무것도 없으면,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 세상에서 소멸한다.
비물질 과 물질.
비물질 vs 물질. 픽션 vs 자기만의 방. 무엇이 다르고, 같을까? 픽션이라 함은 무엇인가. 소설이나 희곡 등에서, 실제로는 없는 사건을 작가의 상상으로 꾸며내는 행위를 말한다. 작가의 상상, 허구. 그렇다고 이것이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 인가? 우리는 모두 누구나 우리만의 세계를 갖고 있다. 그것을 인식하는지, 안 하는지는 누구냐에 따라 달려있겠지만, 분명히 누구한테나 그것은 존재한다. 우리만의 세계 vs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그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상과 현실.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 는 없다. 그렇지만, 둘 다 존재한다는 것만큼은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실이다. 픽션으로 다시 돌아와, 픽션은 작가가 자기만의 세계를 표현하는 비물질 적인 요소다. 그리고 자기만의 방은, 우리만의 세계를 현실로 표현한, 물질로 현상화한, 제일 기본적인 공간이다. 그렇다 우리는 언제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오고 간다. 그리고 자기만의 방은 우리를 그 사이에서 오고 가게 할 수 있는 하나의 통로 역할을 해준다. 물질과 비물질, 둘 다 존재하고, 둘 다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만의 방은 너무 소중하다. 우리가 최소한으로 가져야 하는 하나의 통로인 것이다. 이것이 끊어지면 우리는 서서히 사라진다, 소멸하고 죽는다. 그렇기 때문에 픽션을 쓰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이 세상에서 여자는 더욱더 말이다. 자기만의 방은 정말 우리가 필요한 최소한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통로를 만드는 방법.
그럼 이 통로, 자기만의 방을 어떻게 만드는 것인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이 최소한의 존재는 도대체 어떻게 존재하는 것일까? 아주 간단하다. 생각해보라, 당신은 당신의 방을 어떻게 만드는가? 비물질을 물질로 바꾸기 위한 마법의 주문 하나는 바로 행동이다. 비물질 —> 행동 —> 물질. 우리는 언제나 행동하고 있다. 당신이 살고 있으면 계속 행동하고 있을 것이다. 행동을 멈추면 결국 삶은 멈추는 행위인 것이다. 우리가 자기만의 방을 만들 때, 무엇을 하는가? 우리는 행동을 한다. 고양이는 자신의 털을 그루밍하면서, 자신의 몸을 자기만의 방으로 만들어간다. 강아지는, 오줌을 싸서 자신의 영역 표시, 자기만의 방을 만들어간다. 어린이는, 모든 것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면서, 크레파스로 색칠하고, 스티커를 붙이고, 자기만의 방을 만들어간다. 엄마는 집을 청소하고 정리하면서 자기만의 방을 만들어간다. 작가는 카페에 돈을 내고, 커피를 사면서 그 카페를 자기만의 방으로 만들어간다. 아빠는 차를 세차하면서 그것을 자기만의 방으로 만들어간다. 밀리는 인테리어를 하면서 밀리의 방을 만들어간다. 그래 우리는 모두 행동을 해, 비물질을 물질로 바꾸고 있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방은 다 다르다, 우리의 행동은 하나하나, 특별하기 때문이다. 우리만의 방은, 그 행위는, 우리를 내포하고 표현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공간에서 안전을 느낀다. 바깥은 하나의 카오스다.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카오스 말이다. 이 카오스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은 우리를 지키기 위해, 최소한으로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것을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한다고? 행동을 하면 된다.
자 이제 자기만의 방, 아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방에 대해서 인지를 좀 했는가. 이제 나만의 방은 어디 있고, 무엇이고를 생각하고 인지 하기 시작하였는가? 그럼 이제 밀리의 방에 당신을 초대하겠다. 그렇다. 난 밀리고, 이곳은 밀리의 방이다. 나는 당신과 별로 다르지 않다. 인간이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당신의 방에서 나와 밀리의 방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미지에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의 방이 어떤가에 따라, 나의 방이 편안할 수도, 불편할 수도, 많이 비슷할 수도, 많이 다를 수도 있다. 어쨌든 이것은 나의 방이고, 그것은 당신의 방이다. 하지만, 당신이 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우리에게는 어떠한 통로가 생길 것이다. 자 준비되었으면, 이 문을 열고 들어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