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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햇살 Mar 13. 2024

스무 살, 카페

나의 첫 직장 혹은 일

희뿌연 담배 연기, 당시 내 취향에 맞게 흘러나오는 음악, 다양한 사람들의 이런저런 사연들.

그리고 아줌마 사장.

푸릇한 스무 살. 대학에 입학하고 방학을 맞아 첫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은 카페였다.


고등학생 때 친구들을 따라 가끔 가던 장소였기에 너무 낯설지만은 않아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주신 돈을 재미있고 맛있게 쓸 줄만 알다가 남의 돈을 번다는 어려움과 서러움을 경험한 곳이기도 하다. 한없이 인색했던 카페 아줌마 사장은 인자한 법이 없었다. 카페에 종일 함께 있는 날에는 식대를 아끼기 위해 집에서 먹거리를 싸 와 주방에서 그녀 혼자 점심을 해결하기도 했다.

그녀가 내 옆에서 주로 하는 일은 팔짱을 낀 채 작은 눈을 흘기며 일을 제대로 하나 안 하나 감시하는 일이었다. 그래도 마냥 속상하지는 않았다.


카페 일이 의외로 적성에 잘 맞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일정이 있어서 카페에 나오지 않는 날이면 어깨가 들썩이고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내 취향의 음악을 크게 틀고 숨을 크게 고른 후 빗자루를 들었다. 삼면이 통창인 덕에 아침 햇살이 아낌없이 쏟아지는 테이블과 의자 사이사이를 쓸고 닦다 보면 왠지 모르게 신나고 설렜다. 햇살과 음악에게서 밝은 에너지를 듬뿍 받았다.  청소가 끝나면 드립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는데 기분 좋은 커피 향이 카페를 가득 채웠다.      


하루종일 다양한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는 일도 꽤 재미있었다.

소개팅하는 이들의 설레며 어색하기도 한 탐색의 언어들. 한창 서로에게 푹 빠져있기에 대화보단 스킨십과 눈 맞춤으로 시간을 보내는 연인들. 헤어짐이 임박한 그와 그녀의 아슬아슬한 대화들.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줄담배만 피우다 나가는 아저씨들.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내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는 이들이 있으면 그들의 분위기에 맞게 다방 DJ처럼 음악을 달리 트는 낙도 있었다.


카페에서의 내 인생 첫 아르바이트. 덕분에 인간의 인색함도 생경한 즐거움들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었다.     


아, 갑자기 궁금하다.

카페 그녀는 지금 어떤 할머니가 되어 있을까. 아흔이 다 된 나이일 텐데 살아계시다면 욕심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건강한 노년을 보내고 있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때 사랑을 속삭이다 징글징글하게 싸우기를 반복하는 그 연인은 어떤 삶을 살고 있으려나.


이미지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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