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더 나아가면 분명 그 안에는 단순히 감정의 변화만이 아닌 나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더 큰 메시지가 담겨있다.
울거나 투정을 부리는 아이 앞에서 ‘저건 말도 안 되는 생각이야. 어쩜 저렇지?. 가르쳐 줘야겠어.’라는 내 안의 불안한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아이의 여리고 작은 어깨가 쪼그라들어있고 나는 찝찝한 불편함에 둘러싸인다. 그럴 때면 아이의 흔들리는 어깨가 내게 말한다.
‘엄마, 엄마 마음을 들여다볼 때예요. 엄마의 모든 생각과 감정을 판단하지 마세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요.’ 아이에게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았듯 나 스스로의 감정을 억압하고 가두며 살고 있음을 깨닫는 찰나이다.
아이의 실수와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순간. 별거 아닌 일이 별거인 순간. 나의 실수를 바보머저리 같다며 무의식적으로 자책과 비난하고 있는 나를 바라본다. 나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하고 결핍이라 생각하는 내면을 만난다. 내 안에 있는 진짜 불안함의 이유를 그렇게 좇아가보기도 한다.
아이는 나와 같은 듯 다르다. 때로는 그 사실이 괴롭고 고민스럽다. 그렇게 표면적인 현상에만 집착하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쟤는 왜 저럴까.’가 아닌 ‘나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물음을 내면에 던져보기도 한다.
아이와 함께하는 매일이 때로는 고통과 괴로움으로 범벅되어 절망에 빠지는 시점은 분명히 온다. 그것도 여러번. 깨달음은커녕 파충류의 뇌로 다시 돌아가 본능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도 하며 자책의 웅덩이에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나는 깨달음과 사랑의 조각들을 조금씩 용기 있게 건져 올리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