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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작책쓰기 Dec 31. 2024

교실에서  1학년 경청 습관 기르는 방법

"바닥에 쓰레기 다섯 개만 주우세요." 몸을 숙이는 학생은 5명도 되지 않습니다. "●●이 바닥에 떨어진 것 주우세요.", "◆◆이도 바닥에 뭐가 떨어졌네. 주워야겠다." 한 명씩 이름을 불러줘야 그제야 몸을 숙입니다.

"수학 익힘 58쪽 펴세요."라고 말한 지 1초 뒤에 ★★이가 묻습니다. "선생님 몇 쪽 펴요?" "58쪽이야." 두 번 말했으면 21명 어린이들이 다 알아들을 것 같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선생님! 몇 쪽이에요?" 

쓰레기 줍는 일도, 교과서 펴는 일도 매번 한 명씩 이름을 부르면서 같은 내용을 전달할 수는 없습니다. 5학년만 연속으로 맡았던 저로서는, 경험을 통해 알아갑니다. 1학년 어린이들은 경청이 잘 안된다는 사실을요.

문제가 생겼습니다. 한 달 전, 2025학년도에도 1학년 부장을 하란 말을 들었습니다. 들을 땐 몇 초간 막막했습니다. 입학하는 날부터 남은 189일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던 저에게 1년이 추가되었거든요. 

뒤집어 생각해 보니 제안을 받았다는 것은 세 가지의 장점이 있었습니다. 첫째, 지금껏 1학년 교육과정을 잘 운영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둘째, 경험한 1학년을 한 번 더 능숙하게 맡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셋째, 1학년 담임으로서 현재 남은 기간 동안에도 아이들 특징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문제는 기회입니다.

1년 더 1학년을 맡아야 하며, 집중하지 않아서 제 목만 아픈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까 연구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덟 살 꼬마들의 경청 습관을 기르는 세 가지 방법을 공유합니다.

첫째, 1학년에게는 한 번에 한 가지만 지시합니다. 

1시간 동안 몇 가지를 안내하고 또 안내하는 습관을 버려야 합니다. 바닥에 쓰레기 5개를 주우라고 했으면 그것만 완료했는지를 확인하는 거지요. 듣는 태도가 부족한, 몇 명의 학생들은 쓰레기 주우라고 하니 먹던 우유를 열어 둔 채 책상 위에 올려둡니다. 우유도 쏟고 쓰레기도 줍지 못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우유 마시고 쓰레기를 주워야 한다면 우유 마시도록 기다렸다가 쓰레기 주우라고 지시해야 합니다.

둘째, 1학년 전체에게 활동을 안내할 때는 모두가 선생님에게 집중하도록 집중 신호가 필요합니다. 

1학년 1반 짝짝짝 쉽게 따라 하는 신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신호도 반복해서 쓰다 보니 '1학년'이라고 선창을 해도 따라 하지 않는 경우도 생깁니다. 선창이 다른, 집중 신호 두세 개가 있으면 유용하게 집중시킬 수 있겠습니다. 집중된 상태에서 안내를 하는 것이 한 명씩 따로 지시하는 것보다 교사 목 보호 측면에서 낫습니다.

셋째, 아이들이 산만할 경우에 이말 저말 교사가 늘어놓는 것보다는 가만히 입다물고 기다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선생님이 눈으로는 지켜보되 말을 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앞을 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조용히 해라, 앞을 봐라 하는 말을 줄이고 교사가 한 명씩 눈 맞추는 마음으로 "멈추어" 있다면 집중시킨 후 모두에게 안내하기 수월합니다. 말없이 기다리는 눈빛을 보내는 시간은 교사로서도 마인드 컨트롤에도 도움 됩니다.

한 명씩 이름을 불러줘야, 각자 할 일을 챙기던 1학년이었습니다. 5학년 연속으로 맡다가 1학년에 내려오니 3월부터 목이 아픈 상태로 학급을 운영했습니다.

종업식까지 남은 11일 동안에는 마지막으로 이번 1학년과 함께 하는 마음으로 생활하려고 합니다. 경청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는 거지요. 목이 조금 아프더라도 한 명씩 이름 부른 후 행동을 안내하는 것도 가끔 필요합니다. 상호 친해질 기회입니다.

경청을 위한 학급 운영 시스템은 2024년 마무리 중인 학급에도, 2025학년도 맞을 1학년에게도 적용하려고 합니다. 점점 저의 영역이 확장되어 갑니다.

1학년은 자기 이름을 불러줄 때 경청을 더 잘 한다는 사실도 놓치지 않으면서, 학급 운영 시스템 속에 상호 귀 기울이는 사이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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