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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를 포기하고 얻은 것

by 백작책쓰기 Mar 23. 2025

요즘 내 고민은 '어떻게 하면 작가들이 읽고 쓰도록 도울 수 있을까'다. 사사건건 간섭? 하는 것도 문제다. 그렇다고 모른 척하는 것도 강사가 아닌 것 같아 중간 지점을 찾고 있다.

평소에 나와 줌에서 만나는 작가님들과는 근황도 물으면서 대화도 가능하지만 줌에 접속을 하지 않는 작가들은 어떻게 챙겨야 할까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돕고자 하는 영역은 개인 저서 출판인데 이 부분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줌에서 자주 봐야 하고 스스로 쓰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 

간절하지 않단 말인가? 나와 줌에서 만나는 상황이 그다지 도움 되지 않는가? 아니면 긴급한 일이 터졌는가?

출판을 통해 작가들이 강의의 기회도 만날 수 있길 바라는 내 마음과 달리 일상 글을 끄적이는 삶이 좋아서 줌 접속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각자의 사정이 있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반대로 글 친구들 안 챙기는 거냐고 서운해할까 봐 마음이 쓰인다.

2020년 12월 자이언트 책쓰기 과정에 등록했다. 지금까지 매주 강의를 듣고 있으니 줌 세상 혜택을 내가 다 받은 기분이 들 정도다. 책을 쓰겠다는 마음으로 처음으로 자기 계발비를 투자했으니 각오가 대단했다. 가급적 전문가 느낌이 들 정도로 교육서를 쓰고 싶었다. 그 당시 수학 문화관과 매주 줌 미팅을 했던 일도 영향을 주었다. 수포자를 돕고 싶은 마음으로 원고를 써 나갔다. 쓰다 보니 자꾸 내 아이 공부 못한다는 쪽으로만 쓰고 있더라. 토요일마다 끙끙 거리며 쓰던 시간도 아깝게 느껴졌다. 출간도 못할 원고를 잡고 있었나 싶었다. 1월부터 5월까지 빨간 날마다 원고 붙들고 있었던 게 억울했다. 어린이날에도 원고 썼다. 하루는 8시간 내내 앉아서 이 고민, 저 고민하면서 한 꼭지 채웠던 적도 있다. 

멈추었다. 그리고 강의만 들었다. 계속 쓸 수 있을까 점점 자신 없었다. 내가 모은 수학 자료, 사비 들여서 구매한 교사용 USB 자료까지 모 작가가 책 쓴다고 자료 물어봐서 보냈다. 그리고 그 원고는 그대로 저장되어 있다. 4장 반까지 쓰다가 5장 두 꼭지 쓴 그대로.

실패다. 내지 못할 원고. 한 번 쓰다 만 경험이 있으니 새로운 주제로 쓸 땐 끝까지 써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하루라도 멈추면 첫 번째 원고처럼 완전히 포기할까 봐 염려했다. 최대한 빨리 써버리는 게 목표였다. 27일 만에 초고를 완성했다. 

라이팅 코치를 하면서 알았다. 쓰다만 초고는 나에게 원고 진도가 나가지 않는 글 친구를 이해하는 데 쓰였다. 그리고 쓴 만큼 글쓰기 연습이 되었다. 줌에서 자주 얘기한다. 쓰다만 초고 있었다고, 때려치우고 다시 원고 써서 첫 책 나왔다고. 원고 멈추는 것을 실패로 봐야 할지는 모르겠다. 책 쓰려고 자기 계발비 투자하고 잘 안 써질 때 어디 징징거릴 곳도 없었던 날들을 생각하면 실패였고 끈기도 배웠다.

나는 왜 책을 쓰고 싶었는가 되짚어 본다. 글 친구의 출판을 돕는 이유는 무엇인지 시작을 되돌아본다.

책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전문가 소리 듣고 싶었고 강의도 나가고 싶어서였다. 글 친구를 돕는 이유는 출간 작가가 버킷리스트인 사람에게 성취감을 주고 싶어서다. 이러한 마음 보다 우선 될 것이 독자 생각이었던 걸을 나도 글 친구도 점점 알아가고 있다.

나만을 위해 하는 일은 오래 가지 못한다.  나는 나대로 글 친구의 성장을 도와야 한다. 글 친구는 글 친구대로 독자를 위로하는 글을 써야 한다. 선순환이다.

나 잘났고 강의 좀 한다는 증거물(?)로 책을 쓰려고 했으니 첫 원고는 내 컴퓨터 안에만 있는 게 당연하다. 수포자를 위한 수학 교육서가 교육자로서 뛰어난 두뇌, 이론, 경험을 바탕으로 짠 하고 서점에 깔렸다면 이후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첫 책 가볍게 출간했다면 출간의 어려움을 이해하지도 못했을 거다. 더 나아가 스승을 대하는 태도도 갖추지 못했겠지. 적어도 스승을 출판의 도구로 쓰는 인간은 되지 않아야 한다. 

어려움에 봉착해 본 사람은 겸손해진다. 나보다 먼저 시작한 사람들의 연륜을 존중한다. 글 친구의 출간과 성장을 돕는다고 하다가 최근엔 글 친구의 성장과 출간을 돕는다고 바꿨다. 성장이 우선이고 출간은 결과물이란 마음으로. 쓰는 시간을 통해 마음의 성장을 함께 누리는 삶을 추구한다. 마음 성장이 독자에게 닿으려면 써야 한다. 출간 못한 게 대단한 실패도 아니지만 글 친구와 함께 줌에서 만나는 입장에서 나름 이야깃거리다.

퇴고를 멈춘 강 작가에게 한마디 했다. 요즘 교장과 합이 잘 맞나 봐. 퇴고를 안 해. 강 작가가 매일 글 쓰는 삶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코치로서 한 마디 농담으로 던질 뿐. 강 작가 첫 원고가 강 작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일지가 더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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