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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Nov 12. 2024

다시 헤세: 헤세 다시 읽기

다시 헤세: 헤세 다시 읽기


마흔 무렵 재개된 나의 문학 읽기의 출발은 헤세였다. 중학생 시절에도 그랬다. 추리소설만 탐닉하다가 순수문학으로 전향한 출발점이 헤세의 ‘데미안’이었다. 같은 작품을 시기를 달리 하여 읽는 맛은 오직 경험한 자만이 아는 은밀한 유희다.


작년 9월부터 쉬지 않고 매달 모이고 있는 독서모임 ’도스토옙스키와 저녁식사를‘ 덕분에 미국에서 혼자 끙끙대며 읽었던 도스토옙스키 작품들을 재독 하는 영광을 누리고 있다. 한 번 읽기도 쉽지 않은 도스토옙스키라는 거대한 산을 두 번이나 넘는 이 과업은 정말 인생에서 길이 남을 멋진 추억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실 이 독서모임은 나 혼자선 감히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김관장님과의 운명적인 만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우연으로 찾아왔지만 지금은 필연이라 느끼게 된 이 모임이 내게 가져다준 만족감과 행복감은 차마 글로 다 담아내지 못하리라. 


나의 잠자던 문학 감수성을 일깨웠던 헤세의 작품들을 다시 읽는 기회가 며칠 전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지난 금요일 오후, 글쓰다짓다 오프라인 모임에서 문학 읽기의 중요성을 나누다가 동지들 모두가 자발적으로 더 쓰기 위해서는 더 읽어야만 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나는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작가로 아무런 망설임 없이 헤세를 추천했다. 바로 그날 내 인생에서 헤세 다시 읽기가 시작되어 버린 것이다. 운명처럼 말이다.


도스토옙스키 다시 읽기처럼 헤세 다시 읽기도 나 혼자만의 의지와 욕구가 아닌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덕분에 나는 나의 다시 읽기의 깊이와 더불어 함께 읽기의 풍성함을 장착하게 된 것이다. 깊고 풍성한 삶을 인생 후반전 모토로 살아가는 내겐 선물과도 같은 순간이었다. 


다 만남 덕분이다. 나눌 수 있고 섬길 수 있는 만남이 있음에 나는 깊이 감사한다. 홀로 절박하게 시작했던 읽기와 쓰기가 이렇게 세월이 흘러 풍성한 열매를 맺어가고 있음에도 무한 감사한다. 나는 이런 만남들을 사랑한다. 사랑할 수밖에 없다. 내 삶은 더욱 깊어지고 풍성해져 간다. 아름다움도 그 안에서 잔잔히 빛날 것이고, 그 빛은 다른 이의 수줍은 빛도 당당히 빛나도록 도와줄 것이다.


첫 작품은 ‘수레바퀴 밑에’이다. 헤세의 자전적 소설이라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헤세를 시작할 때 가장 적당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작품만이 아니라 작가도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처럼 이 모임도 한 달에 한 작품을 완독하고 감상문을 써오기로 했다. 분량은 A4 기준 두 장 내외다. 좀 길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모임의 본질은 읽기에서 멈추지 않고 쓰기까지 나아간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정했다. 그러므로 작품을 읽을 때에도 나는 모두에게 단순한 문학 독자가 아닌 한 명의 작가로서 읽어 줄 것을 요구했다. 줄거리를 파악하고 공감하고 감동받는 차원을 넘어 작가로서 대선배 작가인 헤새의 묘사와 서사와 문체를 이제까지와 다른 눈으로 살펴볼 것을 요구했다. 관점을 달리 하여 읽게 되면 분명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게 될 것이다.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느껴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을 몰입해서 즐기다 보면 어느새 ‘나의 글쓰기’도 성장해 있으리라 확신한다. 


자, 헤세의 세계로 다시 빠져 보자. 자아의 발견, 성찰, 성장, 성숙, 그리고 분열과 합일에 이르는 방대한, 그러나 내밀하고 서정적인 여정을 떠나 보자. 그 끝엔 카스탈리엔의 빛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블완_티스토리챌린지_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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