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여성에게 감옥으로 작용한다. 사회가 여성에게 부여한 “가정의 수호자”라는 역할은 가정의 유지를 위하여 여성들의 사회적인 삶을 박탈한 기득권층의 시도를 은폐한다. 가정은 기득권층인 남성이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고 공고하게 만드는 가부장제의 장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여성들은 가정에 갇혀 육아와 집안일이라는 무급노동을 하도록 강제된다. 사회가 주창하는 여성의 필수 조건은 모성애이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여성은 아이를 자신과 동일시하여 사랑과 희생을 무조건적으로 베풀어야 한다. 여성은 자신의 자아를 아이에게 투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여성은 자신의 주체적인 자아를 억압당하고 자신의 상징이 타인인 아이로 대체된다.
한편, 모성애를 지니지 않았다고 인지되는 여성은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았으므로 “비인간적”으로 인지되고 사회에서 배척된다. 그러나 이 조건을 충족시켜 모성애를 충분히 발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사회에서 소외된다. 아이를 가진 여성들은 육아와 집안일로 인해 가정에 갇히게 되고 직장에서 해고당한다. 육아를 도맡아 하지 않는 여성들은 “어머니로서 의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인지되어 사회적으로 지탄받는다. 결국, 사회 내에서 여성은 유용한 인력을 생산하는 기계로 기능하도록 강제된다. 사회와 기득권층이 주창하는 모성애는 여성의 주체적 자아와 사회적 존재를 박멸하는 허상의 가치라는 것이다. 물론, 어머니가 자신의 자식한테 자발적으로 베푸는 사랑은 숭고하다. 그러나 사회와 기득권층은 이러한 사랑을 모든 여성의 필수적인 속성으로 규정하여 여성을 도구화한다는 점에서 비판된다.
사회 내에서 집안일은 하찮은 것으로 폄하되고 육아는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신성한 것으로 격상한다. 이렇게 극도로 다른 평가는 두 노동이 가부장제에 기여하는 정도와 여성의 독점 여부에 근거한다. 집안일과 달리, 육아는 남성의 자손 생성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가부장제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육아는 자신과 유사한 자식을 생산하여 삶을 연장시키고자 하는 남성의 번식 욕망을 충족시킴으로써 남성이 권력자인 가부장제의 유지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편, 임신은 여성만이 가능한 행위이다. 이에 반해, 집안일은 누구나 할 수 있고 가부장제 유지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지 않는다. 사회의 기득권층인 남성은 표면적으로 임신과 육아를 신성시하여 이를 수행하는 여성들을 우상화한다. 그러나 이는 피상적이고 여성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남성은 이러한 행위들에 포함되어 있으나 묵인된 극한의 고통과 노동을 여성에게 전가하고 자신은 노동의 결과물인 아이를 소유한다.
육아는 남성이 여성과 아이를 소유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행위이다. 남성은 성관계를 통해 여성을 임신시키어 10개월 동안 고생하게 하고 극한의 고통을 통해 아이를 낳도록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성된 아이는 일반적으로 남성의 소유물로서 그의 성을 가지도록 강제된다. 결국, 여성의 몸에서 생성되어 태어난 아이는 남성의 소유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아이는 여성의 것이다. 물론, 모체에서 독립하여 홀로 숨을 쉴 수 있는 아이는 주체적 존재이다. 아이가 여성의 몸에 내포되어 오로지 여성에게 자신의 생명을 위탁할 때까지 아이는 여성의 소유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남성은 후손을 생성하여 자신의 존재를 영속화하고자 하는 욕망을 관철시키기 위해 여성의 몸에 포함된 태아까지 자신의 소유물로 전락시키고자 한다. 이로 인해 낙태는 과거에 범죄로 규정되었고 지금까지 죄로 낙인 찍힌다. 그러나 낙태는 죄가 아니라 임신을 중지시키는 일상적인 행위이다. 단순히 여성의 몸에 기생하고 있는 세포를 죽이는 것이 낙태라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이 낙태에 대해 정당한 근거를 제공하고 무고한 생명을 죽인다는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여성이 중지한 임신이라는 행위는 사회와 기득권층에 의해 이상화되어 이들의 체제와 권력 유지를 위한 도구로 기능할 뿐이다. 임신을 통해 노동과 생산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 구성원이 증가함으로써 사회의 지배 체제와 권력 유지가 가능해진다. 이들이 낙태를 죄악시하며 주창하는 생명의 소중함은 임신을 여성에게 강제하는 표면적인 이유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임신 중지는 여성의 주체적인 행위이다. 남성의 영향이 있는 임신에 반해, 임신 중지는 여성이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과 사회가 종용하는 허상의 모성애를 사장시키고 임신 중지를 함으로써 온전히 주체적인 자아와 자기 소유의 육신과 정신을 확립할 수 있다. 이처럼, 임신 중지가 일상적으로 수행되면 여성은 사회가 강제하는 생산 기계의 역할로부터 탈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