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번째 이야기
요즘 여러분의 마음은 어떠신가요? 괜찮으신가요? 여전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참 복잡하고 어려운 관계의 구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모두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상처에도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어 기간이 지나면 마음대로 버릴 수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간절하네요. 그래서 때때로 마음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다른 감정으로 포장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겉으로 상처를 받지 않은 것처럼 티를 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가면을 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의 상처를 마주한다는 것"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상처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어 임시방편으로 반창고를 붙여 놓습니다. 그러나 가려진들 그 상처는 여전히 아프고 마음속에서 요동칠 테고 결국 상처는 곪아 터져 더 큰 상처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아주 조금만 닿아도 몹시 아프게 느껴지겠죠? 이런 과정들이 반복되는 시간 동안에 상처의 크기는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종종 아픈 상처와 만나야 하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몇 해전 아주 가슴 아픈 이별을 겪게 된 후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관련된 기록과 물품 등을 모두 눈앞에서 치워버렸다. 지속적으로 내 안에서 보내는 커다란 신호가 있었고, 가슴이 미어지기도 하고 쓰라리기도 하지만 도려내지 않는다면 그게 퍼져서 결국 다시는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나씩 하나씩 박스에 담아 버리고 또 버리고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비워내고 난 후 일상을 살아가다 보니 또 다른 내 인생의 레이어들이 켜켜이 쌓이게 되었고 어느 순간 과거의 기억마저도 희미해지고 무뎌질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감정에서 보내는 신호는 한 가지가 아니었다. 드러난 상처의 신호에 집중한 나머지 감추어진 아픔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했던 것 같다. 정확히 치유를 해야 했었다. 그것을 받아들이며 다양한 방법으로 회복할 수 있는 과정과 함께 말이다. 역시나 나의 신호에 좀 더 집중을 해서 다시 그 상처 앞에 마주 섰을 때 "아주 극심한 아픔과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왈칵 눈물이 쏟아지도 했고,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깊은 한 숨을 쉬기도 하였다. 하지만 몇 번을 덮고 다시 꺼내기를 반복하면서 안 좋은 기억과 부정적인 시각을 계속해서 지우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현재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이 같은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 보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반창고나 처방전을 통해서 그 상처를 가리는 것은 아픔을 무시하고 상처를 키우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행동은 단기처방에 그치지 않기 때문에 더욱더 또렷이 그 기억이 우리를 더 크게 찾아옵니다. 배의 작은 결함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결국 침몰하고 마는 상태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 정도가 되면 우리의 몸에도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결국 상처를 회피하는 것은 더 큰 상처로 가는 지름길일 뿐이었습니다. 저도 그랬듯이 사람들은 상처를 받으면 자기 마음의 문을 걸어 닫고 가두어 버리기 때문에 스스로 회피하는 것은 고통의 악순환으로 빠져드는 길로 갑니다. 살아가면서 처음 맞이하는 아픔을 기억하시나요? 아마도 그 아픔의 화살은 가슴에 맺혀 통증을 느끼게 했을 것입니다. 그 통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덮으려 하면 할수록 두 번째, 세 번째 아픔의 화살이 날아와 내 가슴에 박히고 곧 큰 상처로 바뀌어버립니다. 그렇게 하면 무수히 많은 아픔이 나에게 찾아와 마음을 벌집으로 만들 것입니다. 속수무책으로 계속 아프고, 시간이 지나도 잊을만하면 그 아픈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상처가 반복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상처를 받은 경험을 자신이 받아들이지 못했을 때 상처가 되풀이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상처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을 비난하며 죄의식과 두려움을 느끼고 후회합니다. 그랬을 때 상처의 경험을 되풀이하게 되었고, 그건 아마도 그때의 상황과 사람을 계속 의식에서 밀어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내가 받은 상처는 내가 온전히 받아들일 때까지 끊임없이 나를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치유하는 건 기억을 잊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한들 그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 기억은 더 선명해질 뿐인걸 경험을 통해서 인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기억과 함께 있는 부정적인 감정과 감각에 끌려다니지 않고 소통할 수 있게 되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담담하게 행동하게 도와줄 것입니다.
Note
경험을 통해서 본 상처의 유통기한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상처를 통해서, 아픔을 통해서 또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견디는 능력도 바라보는 시각도 변하기 때문이지요. 아픔과 상처를 지금 당장 바라보기 힘들더라도 언젠가 꼭 그 상처를 치유하고 부딪히며 나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세요. 그래야 현재의 삶에 더 충실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삶의 도전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