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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범 Mar 24. 2020

100일동안 18kg 감량해보니.

체력과 자신감과 요요를 얻고 피부와 두피를 잃었다.

2017년 5월 중순 어느날부터 100일 동안 18kg을 감량했다.


배우 이성민이 영화 ‘보안관’ 촬영을 위해 체중을 감량한 후 “왜 몸매 좋은 사람들이 자꾸 붙는 옷을 입는지 알 것 같더라”고 말했는데 내가 그랬다. 살을 뺀 후 타이트한 옷만 사들였다. 그때 산 옷들은 지금 옷장 속에서 좀벌레 먹이가 되고 있다.


당시 18kg 감량한 내 경험을 공유한다. 이 경험이 누군가에겐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계기


2017년은 내 인생 최악의 1년이었다. 절대 그럴 리 없다고 100% 신뢰하던 직장동료가 뒤통수를 도끼로 내리찍었다.


정신적 충격은 내 일상을 무너트렸다. 눈엔 초점이 풀렸고 몸은 순식간에 망가졌다. 급격하게 불어 난 체중 98kg.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힘들고 걷는 것은 물론 숨쉬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98kg 당시 사진이다



마침 이 시기 아들이 전학을 가게 됐다. 일반 초등학교를 다니다 특수학교로 옮기게 됐다. 반강제적인 전학이었다. 눈물을 흘리고 맘고생 하는 아내를 보고 정신줄을 잡기 시작했다. 몸부터 만들기로 했다. 무기력을 버리고 활력을 되찾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X라는 트레이너를 알게 됐다. 100일 동안 절실함이 있는 일반인을 운동시켜 준다고 했다. 비용은 무료. 대신 훈련 과정 등은 X의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공개된다는 조건이다.

트레이너로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대상이 필요했던 X, 도움을 받아서라도 운동할 기회가 필요했던 나. 100일간의 지옥훈련 시작이다.


공복 맨몸운동


100일 동안 18kg 감량의 가장 큰 원동력은 공복 운동이었다.


공복 운동 효과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아침 출근도 바쁜데 운동까지’라며 언감생심이었다. 그랬던 것이 X와의 약속에 따라 매일 아침 6시 반까지 서울 모처로 향했다. 그 시간을 맞추려면 오전 4시 30분 기상은 필수였다.


운동은 의외로 간단했다. 기구? 특수장비? 아니 그냥 맨몸 운동이었다.


오전 6시에 모인 우리는 X 지시에 따라 혹독한 맨몸 운동으로 하루를 열었다. 어떤 날은 푸시업 10회, 스쿼트 20회, 윗몸 일으키기 30회를 1세트로 총 10세트. 어떤 날은 ‘프랭크데이’라 해서 프랭크만 죽어라 했다.


비록 98kg의 무거운 몸이었지만 운동을 즐겨왔던 터라 쉽게 따라갈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짧으면 30분 길면 50분의 운동이 끝나면 탈진했다. 매일 아침 온 몸은 젖은 수건 신세가 됐다.


주말에는 서울 근교의 산 입구에서 모였다. 산 입구 초입의 공터에서 스쿼트를 하며 가볍게(?) 몸을 풀어준 뒤 산 정상까지 올랐다. 처음엔 왕복 2시간이 걸렸다.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힘들어서 욕이 막 나왔다.



한 달이 지나자 제법 체력이 올라왔다. 어느 날 “뛰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뛰었다. 된다. 심장마비로 쓰러지지 않았다. 무사히 뛴 걸음으로 산길을 왕복했다. 그때부터 주말 산행은 뛰어다녔다. 70여일 쯤 되었을 땐 산 정상을 찍고 내려오기까지 4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처음 2시간도 죽을 것 같던 코스가 가뿐히 뛰어다닐 수 있는 코스가 됐다.


16 : 8, 간헐적 단식


식이요법은 16 : 8 간헐적 단식을 택했다. 수면 시간 포함 16시간은 무조건 단식하고 8시간 동안엔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었다.


X는 이 방법으로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8시간 동안 먹는 식사양이 엄청났음에도 체지방률 5% 이하의 몸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나 역시 그 방법을 따라했다.


16 : 8을 지키기 위해 주변에 양해를 구하고 저녁 술자리를 끊었다. 점심은 회사에서 사람들과 함께 먹어야 했기에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를 먹는 시간으로 정했다.


16시간, 짧을 것 같지만 처음엔 억겁의 시간으로 다가왔다. 야식과 간식의 즐거움을 포기했고, 새벽녁 공복 운동 때문에 출근 때는 배가 고파 미칠 지경이었다. 오전 내내 꼬르륵 소리가 나는 배를 움켜쥐고 시계만 바라봤다. “11시! 11시! 11시!~~~~”


마침내 11시가 되면 출근길에 편의점에서 산 견과류바를 꺼내 씹었다. 12시에 동료들과 점심 식사를 할 때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수많은 음식을 뱃속으로 밀어 넣으며 포만감을 가득 느꼈다.


당시 X는 고기 섭취를 권장했다. 특히 치킨과 족발 수육 등을 권장했다.

“살을 빼는 데 치킨?????”

의문이 들었지만 16 : 8과 공복 운동을 병행하니 ‘치킨-족발-수육 잔치’를 벌여도 살은 쭉쭉 빠졌다.


이 시기에 치킨을 정말 많이 먹었다. 맛없는 닭가슴살이 아닌 맛있는 치킨을 먹어도 살이 빠지니 행복했다. 여기에 매일 4리터 물 마시기도 병행했다.


18kg 감량 후 변화


18kg 감량 이후 느낀 최고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침 기상의 수월함이었다.


98kg 시절엔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었다. 침대가 내 무거운 몸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다. 기상 시간에만 중력이 두 배로 작동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살을 뺀 후엔 한 번에 눈이 떠졌다.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활력이 생기고 의욕도 솟았다. 무엇이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은 보너스였다.


급기야 더 늦기 전에 내 꿈을 찾아보겠다며 몸담고 있던 세계를 떠나 다른 분야로 외도(?)를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성공했을까? 의욕과 자신감이 모든 걸 해결할 수는 없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고 다시 원래 놀던 물로 컴백했다.


쫙 달라붙는 옷도 그렇게 많이 사들였다. 카드 결제를 할 때만 해도 이 몸이 그대로 유지될 줄 알았다. 대충 3~4개월 정도 입었을까? 지금은 옷장 어디에 들어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100일이 끝날 때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 전문 분장을 받고 사진작가 앞에서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말에 욕심이 생겼다. 몸은 갖춰졌으니 헤어스타일을 멋들어진 회색 컬러로 바꿔 보고 싶었다. 전성기 시절 리처드 기어의 머리색.


꿈만 야무졌다. 미용실 의자에 앉을 때만 해도 회색빛 분위기 멋진 중년 재탄생을 기대했지만 머리 감고 의자에 앉아 거울을 보니 노란색 양아치 머리. 망했다. 그리고 죽었다.

“회사를 어떻게 가지?”보다 “아내한테 죽었다”는 생각만 들었다.  


100일이었다. 100일간의 혹독한 트레이닝으로 살을 뺀 후 얻은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체력과 자신감이다. 겨우 두 개? 아니 그 두 개만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100일간의 혹독한 다이어트는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다. 단기간 체중 감량은 반대로 빠른 요요를 불러왔다. 100일 트레이닝이 끝나고 매일 하던 공복 운동을 더 이상 안 하자 배와 옆구리부터 살이 붙기 시작했다.

맨몸 운동은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고 이미 방법도 알고 있지만 살이 찌는 이유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님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너무 급속도로 살을 빼서인지 아니면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기보단 16 : 8 법칙만 믿고 치킨을 많이 먹은 탓인지, 영양제를 섭취하지 않은 탓인지 전신에 피부병이 퍼졌다.

등부터 허리, 엉덩이, 허벅지에 붉은 반점이 피어올라 점점 늘어났다. 간지러워 참을 수가 없었다.

피부과에서 약을 처방받아 한 달 간 바르자 조금씩 없어졌지만 약을 끊으면 또 생기고 바르면 없어지고를 반복하며 3년째 공생 중이다.


그리고 이건 운동과는 상관없는 얘기지만 두피를 잃었다. (ㅜㅜ)


더 나이 들기 전에 컬러풀한 염색을 해보고 싶었다. 평생 딱 한 번 회색빛 은발 한 번 만들어보고 싶었다. 탈색과 염색이 지나간 자리에 하얀색 굵은 각질과 피딱지가 내려앉았다.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주일에 한 번씩 미용실에서 두피 케어를 받고 있다. 두피를 잃은 댓가가 노란색 양아치 머리라서 더 화가 난다.  


이 사진은 100일 후 찍은 프로필 사진이다. 노란색 양아치 머리가 돋보인다. 당시 몸무게가 80kg이었으니 지금보다 12kg 덜 나가던 시절이다.  



적게 쓰고, 아껴 쓰고, 맞춰 쓰면서 다시 이때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일단은 다시 가보는 게 목표다. 물론 80kg이 된다고 해도 염색은 안 할 것이다.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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