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연일 Apr 15. 2021

누군가에게는 '운'

누군가에게는 '인도하심'



 나의 두 번째 수능과 실기 시험을 이야기하기에 앞서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내가 미술 입시를 하는 동안 나에게는 세 가지의 큰 운이 따랐다.     


  첫 번째는 경제적인 여건이 허락됐다는 것.     

  두 번째는 그해 수능 입시 전형이 바뀌었다는 것.     

  세 번째는 내가 입학할 학교의 입시 전형이 전년도에 바뀌었다는 것.     

                

 하지만 나는 이것들을 운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종교 이야기가 영 싫다.’ 하는 분들은 이번 글은 넘기셔도 된다.    

                

 중학교 3학년 때 애니메이션 감독을 처음 꿈꿨다고 지난 편에서 말했었는데, 그건 나 혼자만의 결정은 아니었다. 내가 믿는 하나님께 약속했다.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여름 수련회 때 기도하며 한 약속이었다. 대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이 고민해보고 결정해라 하셨다고 적었지만, 사실 정확한 워딩은 ‘기도해보고 결정해라’ 였다.

                     

 그리고 12년도에 기도하면서 나는 이 길을 가도 되겠다 싶었다. 하나님을 믿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하나님은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나를 제일 잘 아시는 분이다. 부모님보다, 나 자신보다 나를 잘 아신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내가 행복하기를 바라신다.

                     

 또 원하시는 길이 아니면 허락하지 않으신다. 하지만 원하시는 길이면 모든 상황을 다 열어주신다. 미술 입시를 하는 동안 나는 이 길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길이 맞다는 확신을 점차 가지게 되었다.


 미술 학원은 한 학기 학원비를 미리 통째로 내야 한다. 장기적인 커리큘럼이 짜여 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에 알바를 하고 있지 않았고 부모님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셨을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십여 년 넘게 안 팔리던 아파트가 갑자기 팔리면서 부모님은 경제적으로 나를 지원해주실 수 있었다.

                

 수능 전형도 그 해 완전히 바뀌었다. 국·영·수가 A형, B형으로 나뉘어 수험생들이 직접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었다. 예체능을 하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쉬운 A형을 선택하면 됐다. 원래 정시로 학교에 갔던 나에게는 더 유리한 조건이었다.

                

 목표로 하고 있었던 학교 시험 전형도 그 전년도부터 크게 바뀌었다. 원래 그 학교는 전국에서 그림을 제일 잘 그리는 사람들이 들어간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창의적인 인재를 뽑는다고 사물과 상황을 주면 그걸 이용해서 그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사물을 변형해서 그려야 하므로 현실 배경에 사람을 그릴 필요는 없었다. 인체든 배경이든 기본이 부족한 나에게는 희소식이었다. 또 고 3반을 가르치셨던 선생님께서 전년도에 바뀐 입시 스타일을 잘 파악하셨던 것도 참 다행이었다.          


 누군가는 운이 좋았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하나님을 오래 알고 지낸 나로서는 '인도하심'이었다. 그 때문에 나는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들을 다잡을 수 있었다.

               

 많은 분이 공감하시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쓸까 말까 망설였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생략해버리면 미술 입시를 하는 동안과 그 이후의 상황들을 내가 어떻게 버텼는지 이해가 가지 않으실 것 같았다. 또 이 글을 읽는 분 중에서 크리스천도 있으실 테고. 그리스도인들은 '이 길이 진정 하나님이 원하시는 길인가'를 죽을 때까지 물으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니 나의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뭘 물어봐야 하는지도 모르겠는데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