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연일 May 18. 2021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것은(1)

누가 이런 변태적인 생각을 했냐



예체능 계열은 졸업을 할 때 졸업 시험 대신 졸업 전시를 연다. 만화나 애니메이션학과들은 추가로 과제작을 전시하는 과제전이 열리기도 하는데, 내가 입학하던 해에 과제전을 강제로 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를 투표했다. 과반수가 강제로 하는 것에 동의를 했고 나와 내 친구들은 졸업할 때까지 2편의 과제작과 1편의 졸업 작품을 완성하게 되었다. 나도 찬성표를 던지기는 했는데 그게 미친 짓이라는 걸 스스로도 잘 알았다.


 그래서 1학년 여름 방학에 나는 애니메이션 캠프에 참가했다. 여름 방학 내내 교수님이 진행하시는 애니메이션 캠프를 들으며 선배들의 졸업 작품을 어시 하면 과제작을 하나 한 것으로 쳐주겠다는 공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수님은 워너 브라더스 영화사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하셨던 분이었다.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건 무엇인가.


누군가 나에게 물어본다면,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재창조하는 일이라 답하겠다. 문제는 우리가 인간이라는 것에 있다. 우리가 이 세계를 만든 것이 아닌데 어떻게 이 세계를 재창조하냔 말이다. 그건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일단 애니메이션은 손이 굉장히 많이 간다. 영상 매체에는 '프레임(frame)'이라는 개념이 있다. 영화 필름 한 장. 일명 콤마(comma)라고도 한다. 영화 필름이 노출을 위해 카메라 애퍼처(aperture) 앞에 순간적으로 멈출 때 한 프레임의 이미지가 필름에 기록된다. 이 필름을 현상하고 포지티브로 프린트하면 연속적인 동작의 한순간을 기록한 한 장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사진 작가 '에드워드 마이브릿지'가 1878년 촬영


저 사진의 한 칸이 한 프레임이다. 애니메이션도 똑같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표기인 fps(Frames Per Second)는 1초에 프레임이 몇 장 보이느냐를 뜻한다. 24 fps라면 1초에 24장의 프레임이 들어있다는 뜻이다. 우리 눈은 최소 1초당 8개의 프레임이 있어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고 느낀다. 미국 애니메이션 영화는 보통 24 fps이고 일본 애니메이션은 보통 16 fps다. 그러니까 1초를 위해 애니메이터들은 최소 16장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뜻이다.

 

 애니메이션 캠프에서 나는  초의 장면을 따라 그리면서 애니메이팅을 체험했다. 교수님은 사람보다는 더 간단한 효과나 자연물들을 그리게 하셨다. <피터팬> 팅커벨이 뿌리는 가루, <포카혼타스>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 <아키라> 폭발 연기 . 그것도 컴퓨터가 아닌 수작업으로. 라이팅 박스에 작화지를 타프로 고정시키고 손으로     넘겨 가며 그렸다. 포카혼타스의  나뭇잎들을 3 정도 따라 그렸는데, 74장이었나? 그만큼의 장수가 나왔더랬다. 팅커벨 가루는 어찌나 깨알 같은지, 조금 이상하면 다시 수정하라고 하셨는데  알갱이들을 하나하나 그리다 보면 하루가  갔다. 아키라 자동차 폭발씬의 연기는 열심히 그리다 손으로 넘겨보니 연기가 밖으로 방출되는  아니라 거꾸로 자동차가 빨아들이고 있더라. 그게 정말 웃겼다. 답답하기도 했지만 나는 애초에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완성하면 그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내가 그린 것들이 모여 움직인다는   신기하고 재밌었다.


 교수님께서 주시는 과제 말고 선배들 어시를 할 때는 캐릭터 턴테이블, 클린업, 약간의 채색을 했다. 유토로 캐릭터의 조형물을 만드는 작업을 맡은 친구도 있었다. 사실 선배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진 못 했지만, 어시를 통해 우리는 전반적인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X됐다. 과를 잘못 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