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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일 Apr 21. 2021

뭐든지 적당히 운동도 적당히?

필라테스 선생님께 러닝을 금지당했다



일상에 중차대한 문제가 생겨버렸다. 분명 지난주까지만 해도


한 달 넘게 일주일에 세 번 필라테스를 가고 있다. 집에 올 때는 뛰어서 온다. 몇 년 전에는 독일 앱인 ‘프리레틱스’를 썼었는데 이번에는 ‘런데이’라는 국산 앱을 쓰고 있다. 둘 다 뛰었다 걸었다를 반복하는 인터벌 방식이다.


 이런 글을 쓰기도 했는데.... 필라테스 선생님께 러닝을 금지당하고 말았다. 이게 왜 큰 문제냐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 러닝이기 때문이다. City Run. 나는 러닝 머신 위보다 길거리에서 뛰는 걸 좋아한다. 햇살을 맞으며, 바람을 스치며, 주변 풍경에 내가 함께 녹아들며 달리는 게 좋다. 그 날 그 날 컨디션에 따라 골라듣는 음악도 빠질 수 없다. 상황에 따라 러닝 코스도 내 맘대로 바꾼다. 러닝 머신처럼 같은 자리에서 앞만 보고 뛰어야 하는 건 질색이다.



 달리기. 나는 러닝보다 달리기라고 말하곤 한다. 어릴 때 좋아했던 SES 언니들 노래 때문일까?


지겨운 가요 힘든 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 버린 것을
...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이 <달리기>의 가사를 참 좋아했다. 달리기의 매력이 저 가사에 잘 담겨있는 것 같다. 입에서 쇠 맛이 나고, 심장이랑 폐가 터질 것 같아도, 달리기를 마친 후에는 마음껏 쉴 수 있다는 것. 또 한 가지 큰 매력은 머릿속이 텅 비워지는 것이다. 나는 주위에 나처럼 생각 많은 친구가 있으면 특히 더 달리기를 추천한다. 달리기를 하면 머릿속이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잡다하게 널브러져 있는 생각들이 모조리 싹 다 비워진다. 성취감과 카타르시스가 매우 큰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복잡한 마음으로 휴학했을 때도, 달리기를 시작해서 버틸 수 있었다. 처음엔 1.2km부터 시작했다. 일주일에 5일. 그렇게 몇 개월 후에는 나는 하루에 5-6km를 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즈음부터 무릎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고 결국 달리기를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비극을 다시 겪게 될 줄이야. 과거엔 그냥 '내 몸무게에 비해 너무 많이 뛰나 보다' 하는 생각으로 그만두고 말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다. 한 번 닳은 연골은 돌아오지 않는 것이었다. 올해 필라테스를 하면서 어떤 특정한 동작을 하면 꼭 무릎이 아프다는 걸 발견했다. 쌤한테 말씀드렸더니 그건 무릎이 약한 거라 하셨다. 수건을 깔거나, 매트를 2장 깔아야 한다고.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러닝을 하는데 그것도 하면 안 되냐고 물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질 않는지. 쌤은 단호하게 러닝은 안 된다고 하셨다. 대신 사이클 같은 걸 타라 신다.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운동을 금지당했다.... 부정맥이라 운동 열심히 하래서 열심히 했더니 무릎이 상해 버렸다. 일도 적당히, 노는 것도 적당히, 하다못해 운동도 적당히 해야 한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 균형을 유지하며 산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또다시 깨닫는다. 슬픔이 밀려온다. 우울해하는 내게 친구들이 자전거는 어떠냐고 권했다. 나 자전거 커서 배워서 드럽게 못 타는데. 큰일이다. 내 생에 달리기만큼 좋아하는 운동을 또 찾을 수 있을까 겁이 난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 재밌는 유산소 운동 있으면 댓글로 추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사람 한 명 살린다 생각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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