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내가 다니던 사무실 창밖에는
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언젠가 먼 하늘을 건너
작은 새 한 마리가 찾아와
가장 먼 가지에서
저 보다 큰 나뭇가지를 건드려보곤 하였습니다
나뭇가지가 흔들릴 적마다
세계는 지진이 난 것 같았겠지만
새는 나무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새의 장난이라 지나쳤으나
무심히 흔들리던 한 세계가
오래도록 생각났습니다
새는
봄을 붙들고 희롱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어느 이른 봄날
나무는 꽃을 피워
이름을 얻고
나는 처음 보는 꽃나무 아래를 지나
사무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 뒤로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았으나
언뜻, 새의 둥지를
본 듯도 하였습니다
어쩌면 나무는 온 몸을 흔들어
작은 새를 붙들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봄에
나는,
무슨 감정에
그토록 열중했었나?
비가
와서
그곳에 두고 온
꽃나무가 생각난다.
몸에
열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