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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당재 Sep 16. 2020

떠 도는 고향 1

이름을 몰랐으면 했다

           

내가 다니던 사무실 창밖에는 

나무가 한 그루 있었습니다   

   

언젠가 먼 하늘을 건너

작은 새 한 마리가 찾아와

가장 먼 가지에서

저 보다 큰 나뭇가지를 건드려보곤 하였습니다   

  

나뭇가지가 흔들릴 적마다

세계는 지진이 난 것 같았겠지만

새는 나무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새의 장난이라 지나쳤으나

무심히 흔들리던 한 세계가 

오래도록 생각났습니다    

 

새는

봄을 붙들고 희롱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어느 이른 봄날

나무는 꽃을 피워 

이름을 얻고   

  

나는 처음 보는 꽃나무 아래를 지나

사무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 뒤로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았으나     


언뜻, 새의 둥지를 

본 듯도 하였습니다

     

어쩌면 나무는 온 몸을 흔들어 

작은 새를 붙들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출처: 픽사베이_HeungSoon

지난 봄에 

나는, 

무슨 감정에 

그토록 열중했었나?


비가 

와서

그곳에 두고 온 

꽃나무가 생각난다.


몸에 

열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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