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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당재 Sep 06. 2020

생각의 눈송이가 쌓여

어젯밤 딸이 울었다


여느 때처럼 독서실 앞 도로에 주차하고 아이를 기다렸다.

아침에 나간 아이를 보는 것은 

밤늦은 시간이다.


독서실 계단에 언뜻 딸아이 모습이 보여서 반색했다

그런데 딸은 독서실 입구까지 남자 친구와 

손을 잡고 내려오는 것이 아닌 가?


아마 그때부터였나 보다. 

내 머릿속에 생각의 눈송이가 내린 것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생각이 생각 위에 쌓였다.

점점 무거워졌다.




결국, 딸아이에게 큰 소리를 냈다

아내가 딸아이가 싫어하는 수학 과외에 대해 잔소리를 하고 난 직후다.

난 제대로 하라고 했고

딸 아인 항의했다. 그리고, 

아빠까지 공부로 뭐라 할 줄 몰랐다고 했다.

평소 난 아이 성적과 관련해서 왈가왈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딸은 갑작스러운 나의 지적의 원인이 무언지 따져 물었고

나는 청소년기의 이성교제에 대해 정말 '꼰대'스런 말을 했다.


아이는 말했다.

" 좋아하는데 손도 못 잡아요?"

"----------"

그리고 자신도 성적이 잘 안 올라서 힘든데

아빠까지 공부로 스트레스를 줄지 몰랐다며 울었다. 


아이가 우는 걸 보자 

눈송이처럼 쌓였던 생각이 풀썩 주저앉았다.


생각의 눈송이가 쌓여 

어제 작은 가지 하나를 부러뜨렸다.

출처: 픽사 베이' myungho lee'


맨발로 걷기


                        장석남



생각난 듯이 눈이 내렸다


눈은 점점 길바닥 위에 몸을 포개어

제 고요를 쌓고 그리고 가끔

바람에 몰리기도 하면서

무언가 한 가지씩만 덮고 있었다


나는 나의 뒤에 발자국이 찍히는 것도 

알지 못하고 걸었다



그 후 내

발자국이 작은 냇물을 이루어

근해에 나가 물살에 시달리는지

자주 꿈결에 물소리가 들렸고

발이 시렸다


또다시 나무에 싹이 나고

나는 나무에 오르고 싶어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잘못 자란 생각 끝에서 꽃이 피었다

생각 위에 찍힌 생각이 생각에

지워지는 것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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