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 뿐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명언이 있다. 무언가 한 분야에서 업적을 이룬 사람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하곤 한다. 그래서 명언은 수 없이 많다. 그 수많은 명언들 중에 언제부터인가 내가 가장 좋아하게된 말이 있다.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 뿐이다."
정확하게는 내가 항상 머리 속으로 되뇌였던 문장은 "오직 나만이 나를 구원할 수 있다." 였던 것 같다. 다양한 것으로부터 나 스스로를 구원했지만 이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세상'이였다. 모든 이의 인생이 그러하듯 나 역시 세상 속에서 나를 구원하기 위해 열심히 노를 저었다. 우리 인생은 배와 같다. 노를 젓지 않으면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시류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보하고야 만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좌우명을 적어내라고 하거나 누군가 좌우명을 묻는 질문들을 하곤 했었다. 그때마다 나는 할 말이 없어서 머릿 속에서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좋은 말을 적어내거나 이야기해주곤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확실히 내 좌우명을 말할 수 있다. 나만의 확고한 가치관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좌우명을 자신있게 타인에게 말하고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조금 거창하게 말하면 자신만의 인생 철학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인생철학이 어떠한 이유로 당장 내일 다른 명언으로 대체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 전까지는 스스로의 좌우명을 사랑해야 한다. 좌우명이 곧 자신이다.
내가 태어나는 곳은 인천이다. 잘쳐줘도 인천에서 평균 정도되는 급지, 그 곳이 나의 고향이자 근본이다. 여기서 말하는 급지는 물론 집값을 기준으로 한다. 집값은 학군을 반영한다. 유년시절에 어떤 학군에서 공부하였느냐는 한 개인의 근본을 가늠케할 수 있는 지표이다. '그래도 인천은 수도권에 속하는 광역시인데?' 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을 조금 더 설득하기 위해 한 가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내가 처음 수능을 치른 것은 2007년이였다. 2007년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수능등급제가 시행된 해였다. 수능을 치른 후에 재수를 하게 되었는데 인터넷으로 기사를 하나 발견하였다.
'인천, 언수외 3등급 이내 학생 비율 3년 연속 최저'
이 기사는 여느 기사와 다를 바 없이 머릿 속에서 잊혀져 갔다. 그러나 이 기사를 읽었던 기억을 상기시켜주는 기사를 1년 뒤에 보았다.
'인천, 언수외 3등급 이내 학생 비율 4년 연속 최저'
나는 비로소 재수를 통해 인천 소재 고등학교에서 교육대학교에 입학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 일인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3년 후, 어느 날 나는 또 하나의 기사 헤드라인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인천, 언수외 3등급 이내 학생 비율 7년 연속 최저'
나 역시 교육대학교에 합격했을 때 자랑스러운 마음보다는 안도감이 먼저 다가왔다. 누군가가 "어느 대학교 다니니?"라고 물어보았을 때 부끄럽지 않게, 조금 더 보태면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학교였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내가 꿈꾸어왔던 소위 말하는 SKY에 합격할 성적으로 교육대학교에 입학한 것이 아니였다. 그래서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남들보다 1년 뒤쳐졌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성적으로 흡족하게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여정을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이 두 가지의 담론,프레임에 갖혀서 나의 자존감 지켜내지 못했다. 아니 갉아먹었다.
그러나 나는 비로소 스물 셋이 되어서야 이 세 번의 기사를 통해 나 스스로를 조금 더 가엽고 대견하게 그리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겨도된다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되었다.
21살의 나에게 34살의 내가 과거로 돌아가 따뜻하게 말해주고 싶다. '너가 처한 환경 속에서 넌 최선을 다했고 충분히 자랑스러운 결과야. 그리고 스스로를 좀 더 자랑스럽게 여겨도 돼. 정말 수고 했어."
교육대학교에 입학하여 소위 말하는 '임용고시'를 통과하여 초등학교 교사가 된 나의 이야기는 '전혀' 놀랍지 않은 이야기다. 그 이유는 아마 아래와 같을 것이다.
"교사? 나보다 공부못했던 사람들이잖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입장
우리가 살아가며 수 많은 교사를 만난다. 한 마디로 교사 수가 많다.
"교사도 하나의 직장에 불과하잖아. 대다수가 직장은 있지 않나?"
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초등학교 남교사이다. 결혼 5년차, 같은 직업을 가진 배우자가 있다.
'나는 딩크인걸까?' 라는 생각이 점점 확신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초등학교 남교사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나의 이야기를 적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