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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디이야기 박문희 Jun 02. 2024

센  언니들

쌀 20킬로


딩동 벨을 누르면 현관문이 열리기까지 다가오는 소리 '오야, 간다, 아야, 아야, 아프다 '를 달고 사시는 애인

다리가 많이 아프셨을까 허리가 더 아프셨을까 생각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꺼내 놓으시는 이야기


맙소사

그제 경로당 어르신 세 분이서 ㅅ마트에 가셨다가 메뚜기쌀을 할인해 판매한다는 말에 계산을 하시고 배달해 달라 이야기하니 할인상품이라 배달이 불가하다 해서 그걸 보조보행차에 싣고 언덕 위에 있는 댁까지 오셨단다.

'배달해주지 않으면 그만 결재를 취소하시면 될 것을 이미 구입한 물건을 다시 물리는 건 미안한 일이란 생각이셨으리라 말해 무엇하리'


아파트 입구서 엘리베이터에 다시 내려 싣고 내리고 복도식 아파트 안쪽인 댁 까지는 또 어찌 가지고 오셨을지 눈에 선하다.


이웃 젊은 사람이 보고 어르신 나중에 저한테 사다 달라고 하시지 그러셨냐 하더란다. 그러게 말입니다. 나중에 필자에게 사다 달라고 하시면 되시는데 말입니다

쌀이 똑 떨어진 것도 아니고 10킬로짜리 아직 뜯지도 않은 것도 골방에 그대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너도 한번 들어볼래


골방에 들어가 얼마나 무거운가 20킬로 쌀 포대를 드는데 필자의 힘으로도 미동도 없다

웃으시며' 할마시들 셋이서 얼마나 쇼를 했는지 아나. 질질 끌고 '

들여다 놓고 정신을 차리니 팔이 아프시더랍니다. 한의원 가셔서 침 맞으셨더랍니다. 한의사가 어르신 어쩌시려고 그 무거운 걸 드셨냐며 힘줄이 늘어난 거 같다 하더랍니다.


떨어진 건 기운


쌀은 쌓여있고 기운은 다 떨어지시고

만원도 안 되는 할인 가격 그 뭣이라고

이야기를 듣는 내내 어찌나 놀랍고 속이 상하던지 모른다.


필자가 방문 않는 날이라도 전화하심 퇴근길에라도 사다 드리는데 말입니다.







쌀 20킬로는 센 언니에게 양보하세요



필자에게도 쌀 20킬로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막내라 평소에도 엄살이 강하기도 하지만

마트 안에선 쌀을 직원이 트에 실어주니 문제가 없다. 카트에서 들어 차에 옮겨야 하는데 깊이가 있는 카트 안에서 쌀 20킬로 포대는 끙끙을 수십 번 반복해도 도저히 끄집어낼 수 없어 주변에 직원이 보이나 살피다 보이지 않아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연세가 칠십은 가까이 돼 보이시는 분이 다가와 '쌀 이거 차에 실을 기가?' 하시더니 덜렁 들어 차에다 실어주신다.


집에 와 그 얘기를 했더니

'우리 마누라는요 쌀 20킬로도 못 들어서요 지나가는  할머니가 실어줍니다요'라고 두고두고 사람들에게 널리 전파하는 세대주다.


그 마누라 요런 것은 아주 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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