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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디이야기 박문희 Jun 30. 2024

보리콩 선물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두리번두리번 첩보요원의 눈초리로 길 가에 서 있거나 정류장에 서있는 어르신들이 계시나 살피게 된다. 이 습관이 생기기 시작한 건 돌봄 일을 시작한 시기와 맞닿아 있다.


신호 대기 중 버스정류장을 기웃거리다

만나는 허름한 옷에 운동화는 늘 형광색을 즐겨 신는 심란한 차림의 중년 남자도  이젠 낯이 익다.

그래도 차에 태워 주지는 못하겠다.


근무지는 물론 집 근처를 다니다가도 이 습관은 버리지 못한다


점심 휴식시간 근무지를 지나다 예쁜 치마를 입고 손에 뭔가를 들고 걸어가시는 어르신 낯익은 뒷모습에 차를 세워 보니 얼마 전부터 돌봄서비스를 받기 시작하신 동료 지원사님의 어르신이다.

 

실버카를 타고 다니시는데 어쩐 일로 오늘은 걸어서 가시나 내려서 인사드렸더니

시니어클럽 교육받으러 어르신들과 함께 나오셨다가 잠시 은행 일 보러 다녀오시는 중이라 하신다.

마침 시간이 있어 댁까지 모셔다 드렸더니 너무 고마워하셨다.


며칠 뒤 동료지원사 손에 들려 보내신 보리콩  한 봉지

감사히 받았노라 잘 먹겠노라 인사드렸더니

' 농갈러 무야지(나눠 먹다) 내 마음이다' 웃으신다.


그 일을 두고 어르신은 일자리 어르신들이 모여 계시는 자리에서 당신이 앉고 계셨던 방석을 기꺼이 내어주시며  괜찮다는 필자를 기어이 앉히시고 노인 일자리 하시는 어르신들 다 모여 계신 자리에서 너무 고마웠다시며 '세상에, 뒤에서 어찌 알아보고 집까지 태워다 주는지, 너무 고마워서' 라며 그 일을 이야기하셨다.


쓰다 보니 어찌 필자 자랑처럼 읽힐 수도 있겠다 싶지만 어르신들은 대부분 홀로 지내시는 분들이라 작은 마음 하나하나를 크게 느끼신다.


이제 많은 농사일을 못 하시고 집 앞 작은 텃밭이나 가꾸시지만 그곳에서 수확해 나눠주신 보리콩 맛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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