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문제인지 아니? - 인사제도가 투명하지 않아.
모든 조직에서 HR은 투명한 인사제도 운영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로 조직 내 직원들이 인사제도가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믿고 있을까? 인사제도가 투명하다는 말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제도 운영 결과에 대해서 납득할 수 있다는 말일 텐데, 인사 제도가 투명하게 운영된다는 게 가능할까?
생각해보면 직원들이 요구하는 투명성과 실제 인사제도가 운영되어야 하는 투명성에는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직원들이 요구하는 제도의 투명성이란, 보통은 정량적이고, 누가 판단하더라도 같은 결과를 이끌어내며, 모든 기준이 공개되어 있는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인사제도가 정량적으로만 관리되기도 어렵고, 판단하는 주체가 기계가 아닌 이상 동일한 결과를 이끌어 내기는 불가능하다.
이는 일종의 리더십에 의존하는 경향도 분명히 있다. 따라서 모든 기준이 공개되어 있다고는 하나 실제로 직원들이 투명하지 않다고 느낄 수는 있다. 사람이 사람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기에...
실제로 HR을 기획하고 운영해본 사람으로서 인사제도 전체가 투명하게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즉, 직책자를 선임하거나, 인력의 이동/배치를 하거나, 평가 결과를 공개하거나, 보상 기준을 책정하거나 하는 경우에 모든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으로 운영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HR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이런 경우는 보통 경영진의 요구 사항에 의해 인력을 배치, 직책 선임 등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는 직원에게 일일이 투명하게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상의 기준 또한 공개되어 있다고는 하나 필요한 경우 내부 의사결정에 의해 기준과 다르게 운영될 수 있다.
이러한 투명하지 않은 인사 운영의 모습은 경영진에 의해 요구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HR이 그 이유를 직원들에게 설명할 때 경영진의 탓으로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HR에서는 납득할만한 논리를 만들어 내야 하고, 그게 때로는 향후 인사 운영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이러한 일들이 쌓이다 보면 결국 점차 투명하지 않은, 논리가 빈약한 제도 방향성, 운영 등이 이루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축구 국가대표의 라인업에 있어서 경기 중반 감독이 승부수를 던지기 위해 공격수를 교체한다. 그럴 때, 그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이 생각하는 교체 선수와 감독이 생각하는 교체 선수가 다른 경우가 있다. 경기를 중계해주는 캐스터도 간혹 이해할 수 없는 감독의 용병술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가 했던 용병술도 어찌 보면 그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는 용병술이었다. (지금은 그 모습이 굉장히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느끼겠지만.)
이처럼 조직에 있어서도, 경영진이 생각하는 전략전술의 변화에 따른 라인업이 일반 직원들이 생각하는 라인업과 다를 수 있다. 그 이야기는 경영진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직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어찌 보면 HR의 책임이라고만은 할 수 없겠지만, 실제 그런 경영진의 요구에 의해 기존의 인사운영 방향성과 조금은 다른 인사 제도 운영을 요청받았을 경우, 그것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HR이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기존 관행과 맞지 않는, 기존 인식에 있어서는 불합리해 보이는(?) 요구가 왔을 때, 명확한 철학과 방향성에 의해 그 요구를 합리적인 이유를 들어 거절할 수만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쉽지 않다. 우선은 그런 명확한 철학과 방향성을 가지고 운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두 번째는 그런 철학과 방향성에 의해 거절하더라도 그 거절을 경영진이 인정하고 요청을 철회하는 경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HR은 경영진의 눈높이를 이해하고, 이를 직원의 눈높이로 그 내용을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한데, 실제로 그러한 노력이 별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영진의 요청이 왔을 때, HR은 질문을 통해 그 의도를 확인하고, 내부 논의와 기존 제도를 고려하여 거기에 맞는 적절한 조언을 하면서 경영진과의 적절한 논의가 이루어진 뒤에 경영진과 HR이 방향성에 대한 공감이 이루어지게 되며, 그 이후에 이를 어떤 식으로 제도에 녹여낼 것인가, 직원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경우에 어떤 식으로 이를 설명하고 공감을 이끌어 낼 것인가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조직 내에서 HR은 조언자의 역할을 수행하되,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경영진에 의해서 이루어지게 하는 게 맞다. 하지만, HR이 봤을 때 정말 아닌 사람을 활용하겠다고 하면 끝까지 말릴 수 있는 배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경영진의 요구에 따르게 되었을 때는 그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기존 제도에, 그리고 직원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에서 이러한 경우가 발생했을 때는 비밀이 되어 버린다. 그리고 직원들은 납득할 수 없는 인사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나마 직원들의 그런 인식에 대응을 해주는 HR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종종 HR조직이 있어서 오히려 인사가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사제도는 사람이 사람을 다루는 제도인 만큼 명확하게 기계처럼 잘라서 운영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제도란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정도면 정말 훌륭한 인사운영의 모습이 될 것이다.
이러한 공공의 이해가 필요한 인사제도에서 이를 위한 노력은 HR이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앞에서 설명했다시피, HR스스로도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 사안이거나, 이를 직원에게 풀어내는 노력이 부족하거나 이다.
직원들도 HR을 운영하는 사람도 알아야 하는 것은 투명한 인사운영이란, 기계처럼 예측을 빗나가지 않는 딱 떨어지는 운영방식이 아니라, 일관된 방향성 내 직원 공공의 이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운영방식이어야 하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HR이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HR에게 불편한 이야기 5가지에 대해 했다. 문제점만 지적하기보다는 다음 글에서는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