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이야기는 이제 그만해야지
셀프고립을 제법 즐기고 있다.
사직서 내고 벌써 4년 그리고 7개월이 지났다.
퇴사하고 여러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혼란스러웠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그 또한 지나갔다.
과거는 과거대로 되새기며 내가 반성해야 할 부분을 명확히 수용했다.
혼자서 보낸 시간이 많았기에 불쑥 찾아오는 복잡한 감정들은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지금은 마음 상태가 평온하다.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나갔고, 부모님처럼 몇십 년씩 회사 다닐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결국 8년 다니고 퇴사했다.
과거에는 혼자서 돈을 벌어먹고 산다는 생각을 못했다.
그러나 세상은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개인이 뚜렷한 자기 정체성을 내세워 얼마든지 세상에 얼굴 드러내고 돈도 벌 수 있다.
유튜브가 많은 기회를 주었다.
부업, 엔잡러, 퇴사, 돈 버는 방법 등 온갖 정보가 유튜브에 차고 넘친다.
나도 돈을 벌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에게 여러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돈 버는 방법을 유튜브를 통해 접했고, 혼자서 게임하듯이 연습을 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수 천 번에 가까운 반복과 그 결과 값을 보며 좌절도 많이 했다.
포기하면 나는 또 무엇을 선택해야 하지?
고민도 많았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마음이 심란하면 바로 밖으로 나가 무작정 걷곤 했다.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기 시작하고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내 경험치는 쌓이고 있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를 버티고 왔다.
요즘은 서서히 내가 기대하는 그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금 보다 내일이 그리고 올해 보다 내년이 기대가 된다.
송길영 씨가 쓴 시대예보에서 언급한 호명사회가 요즘 내 화두다.
지금 당장은 호명사회가 대중적으로 스며들지는 않았다.
다만, 그런 기류가 서서히 시작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저자의 인터뷰 영상을 접하면서 나는 소름 돋을 만큼 날카로운 그의 통찰과 분석에 놀랐다.
왜냐면 퇴사 이후에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 모습이 보였다.
꿈에 부풀어 회사에 입사했고 신입 때는 그저 가르치는 일 배우랴 시키는 일만 했다.
입사하고 3년이 지나 "이게 맞나?", "이 업무를 왜 하지?". "이 길 밖에 없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튀어나오는 생각을 꾹 누르다 8년이 지나니 한계에 다다랐다.
퇴사는 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결국 실행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모든 상황이 나를 퇴사에 이르게 만들었다.
업무 스트레스로 건강이 안 좋았다. 직장 내 인간관계에 문제도 있었다. 팀장과 마찰도 있었다.
무엇보다 당장 다음 해에도 승진 길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내가 생각했던 퇴사가 이뤄진 것이다.
퇴사 전에 무언가 안전장치를 만들고 나가면 좋겠다만 나는 그렇게 못했다.
뭔가에 홀리듯이 코로나가 터진 김에 그냥 재충전이나 하자는 심정이었다.
능력이 있는 회사원은 고정 수익이 나오는 파이프 라인을 만들고 나간다.
나는 퇴사 이후에 셀프고립을 했다. 그리고 뭐 해 먹고살지에 대한 처절한 고민을 다시 시작했다.
내가 회사를 다니며 그 바운더리에서 선택할 수 있는 부업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회사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니 오히려 선택할 수 있는 일들이 잘 보였다.
그래서 꼭 회사를 다니며 현실적으로 접근한 선택만이 최상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정답은 없다.
회사를 나와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얼마든지 심사숙고 끝에 전혀 해보지 않은 새로운 분야로 나아갈 수 있다.
결국엔 생각한 대로 자연스레 따라가면 된다.
나와서 몸과 마음을 좋은 컨디션으로 회복하고 선택해도 된다.
조급증만 버리면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믿는 편이다.
오랜만에 전 직장 동기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생각 차이를 느낀다.
서로가 처한 현실에서 바라보는 시선 차이 같다.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하고 세상을 내 중심에 두고 여러 장면을 보고 선택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너무 현실을 잘 알고 계산기만 두들기면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을 미리서부터 작게 낮춘다.
앞으로 나는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최근에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세상에 가치를 내놓고 싶다.
이제는 호명사회에 살고 있는 개인이 바라보는 생각과 인생이야기를 할 때가 됐다.
각 자의 삶은 나와 다르고 개성 있고 궁금하다.
그렇게 다른 개인 이야기에서 서로 같은 부분에 공감하고 연대한다면 더 힘이 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