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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폴리피자 Oct 31. 2024

어느날 전업 투자자가 되었다.

마음먹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 시작했다.

2020년 4월 1일, 아침에 눈 뜨면 곧장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스터디카페로 향했다.


집에 있으면 게을러진다. 무조건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코로나로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스터디카페는 그럭저럭 한가하고 시설이 깨끗해서 마음에 들었다.


아침 일찍 가서 커피 마시면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그 순간이 괜히 좋았다.


더 이상 전화도 카톡도 오지 않았다.


머리 아플 일도 없이 나는 홀가분하게 온전히 나의 시간을 가졌다.


시간이 넘쳤다. 모처럼 해방감을 느꼈다.


나는 자격증 공부를 했다. 온라인 강의를 듣고 공부가 끝나면 책도 읽고 유튜브도 보고 그랬다.


점심에는 혼자서 밥 먹고 가볍게 산책도 했다.


그렇게 루틴 한 일상이 시작되었다.


퇴사하고 몇 주 지나서, 퇴직금이 입금되었다. 


퇴직금은 마음을 넉넉하게 해 주었다. 기분이 좋았고 어딘지 든든했다.


이 소중한 자유시간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기엔 시간이 아깝단 생각을 했다.


나는 주식 투자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부터 내 인생 방향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향하게 된다.


코로나는 세계적인 유행이었고, 지구촌 재앙이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은 백신 개발에 모든 에너지와 자금을 투입했다.


나는 별다른 생각 없이 미국 주식 계좌를 열고 백신 종목을 골라 투자했다.


미국 대통령이 저렇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당연히 주가는 오르지 않을까?


바이오테마가 투자 섹터로서 참 까다로운 영역인데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내 인생은 투자 종목의 가격 등락에 따라 요동치기 시작했다.


뉴스가 뜨면 주가가 신나게 올랐다가 어떤 날은 급격하게 떨어지기도 하고 나는 마음을 편하게 둘 수 없었다.


독서실에서 자격증 공부를 해야 하는데, 미국주식 커뮤니티에 들어가 온갖 뉴스나 사람들 의견을 읽는데 시간을 썼다.


아침에 눈만 뜨면 주가를 확인했고 뉴스를 체크했고, 내 피 같은 퇴직금을 투자했기에 마음은 더 조마조마했다.


역시나 난 주식 초보자였다.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했으나 어느새 공부에 집중을 못하고 투자종목 커뮤니티를 들락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자격증 공부는 6개월 이상 했으나 보기 좋게 떨어졌다. 


나 스스로 참 창피했고, 가족들에게도 괜히 부끄러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투자하고 그다음 해에 수익을 실현했다. 


마음고생 끝에 결실을 맺은 느낌이 들었다.


그 수익금이 지금까지 내가 전업 투자자로서 시행착오를 할 수 있는 총알과 같았다.  


아무런 수익이 없는 상태에서 희망이었고 큰 행운이었다. 그저 신에게 감사할 뿐이다.


자격증 낙마를 하고 나는 다시 고민을 했다.


뭐 먹고살지? 


그러다 문득 전업투자를 떠올리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퇴직하시고 늘 컴퓨터에 앉아 주식을 하셨었다.


나는 대학생 때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흥미를 갖게 되었다.


본격적인 고민을 하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어차피 퇴직하면 주식투자를 금액이 크든 작든 소일거리로 하게 될 텐데,


굳이 멀리 돌아가지 말고 당장 해보면 어떨까?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결심했다.


전업투자의 길을 걸어보자고...


나는 그 결심을 하자마자 서점에 가서 책을 몇 권 사 왔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했다.


그때 기초공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늘 공부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많이 안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만 그렇다고 모르고 하면 더 위험하다.


공부는 1년 이상 하면서 어느 시점에 소액으로 연습하듯이 시작을 했다.


나는 생각보다 스스로 메타인지가 좋은 편이라 믿었다.


내 실력을 잘 알기에 큰돈으로 급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충분한 연습과 실전 경험이 있어야 감각이 생기고 그렇게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는 세계다.


무턱대고 조급한 마음에 혹은 누군가에게 나를 드러내기 위해 빨리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뛰어들다간 깡통 차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나는 공부도 내 딴에 충분히 하고, 실전경험도 충분히 쌓겠다고 마음먹고 시작을 했다.


그렇게 이 세계에 나는 들어왔고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벌써 4년 차가 되었고, 나는 어떻게 변했을까?


나 스스로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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