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불평등의 시대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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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 되는 거 맞아?
1년 전, 나는 콜센터에서 인터넷 쇼핑 상담사로 일했었다.
내가 담당한 곳은 운동화와 수영복 위주로 판매하는 한 중소기업이었다. 수화기를 들었다 내려 놓으면 바로 전화가 온다. 평균적으로 60통의 전화를 받았었다. 정말 많으면 80통까지도 상담을 진행했었다. 한 통화당 3분 내에 다 끝내야 한다는 파트장님의 지시를 받았지만, 불만 고객이 너무 많아서 3분 안에 끝낼 수 있는 건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오전 10시가 되는 순간, 이 사무실 안은 전쟁터나 다름없다. 동시다발적으로 꽂히는 통화연결음. 여기저기서 웅성웅성 대는 소리가 내 귀에 꽂힌다. 신발 샀는데 불량이니 바꿔달라. 사이즈가 안 맞아서 환불해달라. 매장에서 상품 교환하려고 했더니 사라져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 평균적으로 들어오는 건들은 상품 교환, 환불건이 많았지만, 특이했던 케이스는 전화주문이다. 이 업체는 앞에도 언급했듯이 인터넷 쇼핑몰이지만, 특이하게도 전화주문이 가능하다. 업체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특정 상품을 주문하고 고객에게는 무통장 입금해달라고 진행하면 된다. 이 기업의 히트 상품은 운동화인데 업체 담당자 말로는 근족막염을 예방하고 가볍고 편안한 운동화라고 한다. 물론 난 써보지 않았으니 모른다. 어차피 이렇게 알게 된 것도 인연인데, 나에게 수고한다고 운동화를 추석 선물로 줬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거 없었다.
사설이 길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전화주문은 자주는 아니지만 하루에 2~3건 정도 있었다. 전화로만 유입되기 때문에 실제 나이는 알 수는 없지만 목소리로만 가늠해 봤을 때 대략 50~60대 정도의 할아버지들이 평균적으로 많이 유입되었다. 운동화 광고를 보거나 입소문을 타서 들어온 분들이었다. "전화 주문 가능한가요?"라고 물어본다. 처음에는 일단 튕긴다. "저희 업체는 인터넷 쇼핑몰이라서 주소창에 입력해주시고 원하는 상품 클릭하셔서 상품 구매 가능하십니다."라고 말하면 두 가지 반응으로 나온다. "아 그래요.. 알겠어요"라고 말하거나 "아니.. 내가 나이가 많아서 이런 거 잘할 줄 몰라요."라고 말하면서 전화 주문을 강한 어조로 요구한다. 보통은 후자가 더 많다. 그렇게 전화 주문을 시작한다. "어떤 상품 구매를 원하십니까" "고객님 성함 알려주세요" "받으실 주소 부탁드립니다" "핸드폰 번호는 어떻게 되십니까" 그렇게 기본적인 사항들은 입력한 후 마지막 결제 단계. "전화 주문은 무통장 입금만 가능한데 괜찮으실까요"라고 말하면 여기서도 두 가지로 나뉜다.(보통은 전화 구매 주문 전에 무통장 입금으로만 전화 구매 가능한데 괜찮으실까요?"라고 물어본다) "카드 결제가 안되나 보네요 다음에 다시 확인하고 주문할게요" 라거나 "네 무통장 입금 괜찮아요"라고 말한다. 고객이 원하는 은행으로 결제 진행 완료하고 무통장 입금 계좌 번호를 고객 핸드폰 번호에 전송해준다. 그렇게 마무리하고 끝인사 하고 통화 종료하려고 하면 할아버지들이 꼭 물어본다. 200% 확률로. "이거 진짜 결제되는 거 맞아요? 사기 치는 거 아닌가요?"라고. "당연히 고객님께서 무통장 입금 기한 내 계좌로 입금하시면 배송 진행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만약 저희 업체가 사기 치는 악덕기업이라면 신고당해서 지금까지 상품을 못 팔았겠죠. 안심하시고 구매 부탁드립니다."라고 고객을 회유 하고 통화를 힘들게 종료한다.
"세대갈등은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온다"
할아버지들은 굉장히 의심이 많다. 왜 그럴까에 대한 생각을 해봤는데, 디지털 불평등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대한민국은 정말로 빠르게 빠르게 바뀐다. 80년대의 컴퓨터, 90년대의 삐삐, 00년도의 피쳐폰, 10년대의 스마트폰. 한국에 디지털 기기들은 순식간에 들어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이런 변화의 흐름 속에 기성세대는 디지털 기기들에 익숙해지지 못한다. 학교에서 따로 교육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다. 오랫동안 주판을 만지던 사람이 갑자기 전자계산기를 사용하려면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문명은 점점 발전해 가는데 기성세대들은 도태되어 가고 있다. 세대 간의 갈등이라는 게 특별한 것에서 오는 게 아니다. 서로 시대의 변화의 공감을 하지 못한다는 것에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그래서 보통 기성세대들이 디지털 기기를 사용법을 알려면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기에 자기 자식이나 주변 동년배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일반적. 나를 예로 들어보자면 우리 엄마는 정말 기계치의 끝판왕이다. 에어 프라이어, 전자레인지 이런 걸 다룰 줄 모른다. 오랫동안 사용하던 피쳐폰을 보내고 스마트폰으로 바꾸게 된 엄마. 누나나 나는 컴퓨터나 핸드폰 등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Y세대라서 어플 위치 바꾸기, 스마트폰 최적화 설정 방법 등 이런 것은 정말로 쉬운 일이지만 엄마는 이거 하나 어렵다고 나한테 와서 "대희야 이거 어플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는데 첫 번째 페이지로 넘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라고 물어본다. 처음에는 그냥 해준다. 하지만 이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어플 위치 바꿔달라 하고 하면 나도 사람이라 짜증 나기 마련이다. 엄마는 그냥 배울 생각이 없는 거 같다. 자식이니까 당연히 알려주겠지 하는 생각이 있는 거 같기도 하고, 엄마 스스로 방법을 터득할 생각을 안 하니 그저 답답할 뿐.
뉴스에 가끔씩 나오는 기성세대들이 전화나 문자로 보이스 피싱 사기로 몇천만 원을 뜯긴 사례 등을 보면 윗 단에 써 놨듯이 할아버지가 정말 그 금액만 결제되는 게 맞는지, 돈만 받고 도망가는 거 아닌지 의심하는 게 정상 일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본인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으니까. 2030 세대들이라면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하지 않을 그런 허위 사실들 (CJ택배를 사칭하여 문자 URL를 클릭하고 개인정보 입력하면 모든 신상이 털린다던지 하는 그런 것들) 보이스 피싱 같은 것들이 생기는 이유는 그들은 알고, 그들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점을 이용해서 사기를 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알아야 한다. 알아야 당하지 않는다. 본인이 알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국가차원에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컴퓨터 사용법, 스마트폰 사용법을 무료나 적은 금액으로 쉽게 배울 수 있게 하는 학습의 장을 정부에서 지자체나 국가사업으로 그들이 알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움의 기회는 언제든 열려 있어야 한다. 이렇게 지식을 습득하면 보이스 피싱 같은 하찮은 사기에 당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