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차이로 인한 갭에서 싹트기 시작한 회의감
사실 잘 모르는 일이라도 신입사원의 패기와 열정으로 배우면 금방 익힐 수 있고, 하다 보면 재미가 붙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자는 의지로 어떻게든 됐다. 나의 의지도 중요하고 업무를 알려주는 사람의 의지도 물론 중요한데 운이 좋아서 그건 잘 맞았다.
하지만 재미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점차 모르는 일은 익숙해졌지만 재미가 생기지는 않았다.
내가 어떤 성격의 일에 보람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버틸 수 있는지 잘 몰랐던 탓이다.
첫 팀에서 내가 했던 업무는 개인 업무 PC에 설치하는 보안 소프트웨어를 운영하는 일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업무 시스템의 서버와 데이터베이스 접속 시에 반드시 로그인을 해야 했기에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다.
그래서 사용자가 많은 만큼 다양한 문의를 받았다.
처음에는 담당하는 업무를 배우면서 문의 내용에 점차 답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지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다.
그런데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일을 하다가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끼면 곧바로 내가 담당하는 프로그램 탓을 하는 모습을 보기 시작했다.
당연히 일하는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 그런 불만을 표출하니 듣는 입장에서 기분이 좋지 않을 때가 많았다.
물론 나도 업무와 분리해서 생각하지 못한 미숙함이 있었을 거다. 그런데 일을 열심히 해도 돌아오는 게 그런 이야기밖에 없으면 마음이 식지 않을까.
항상 그런 나쁜 피드백만 받았던 건 아니고, 좋은 피드백을 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그리고 업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빠르게 처리해주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봐주신 분들에게 칭찬을 받은 일도 있었다.
그런 칭찬마저 없었다면 그때그때 차오르는 회의감을 비워내는 게 더 힘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일을 함으로써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게 힘들었다.
보안이라는 업무가 예기치 못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성격을 가지고 있기에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그래서 회의감이 생기기 시작한 틈에 미련이 조금씩 자라났다.
취준을 했을 때 원했던 업무로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싹을 트고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