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대신할 수 있는 표현이 없을까?
혹시 살면서 본인을 곤란하게 만든 단어가 있나?
필자에게는 곤란을 넘어 혼란을 가져오는 7글자가 있다. 바로 '수고하셨습니다'
단순한 인사말이 왜 문제가 되냐고? 그 과거는 필자의 학창 시절로 거슬러 간다.
어릴 적 필자는 공부는 못하지만 조용히 선생님 말을 잘 듣는 학생이었다. 그리고 친구는 공부는 못하지만 싹싹한 성격으로 선생님들의 이쁨을 받는 학생이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국어 선생님께 물어볼 것이 있다고 교무실을 가길래 쫄래쫄래 따라갔다. 그 국어 선생님은 필자가 지금까지 본 선생 중 가장 쾌활한 분이셨다.*
(* 쾌활함을 넘어 여고생을 넘는 미친 텐션과 은은한 광기가 서려있는 분이셨다.)
셋이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마치고, 친구가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하고 나올 때였다. 항상 도레미파솔 라--의 음역대로 말하던 선생님이 레-- 정도의 음역대로 "수고하셨습니다. 는 웃어른에게 하는 게 아니야"라고 낮게 읊조리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모르니까 잘못한 일은 아니지만 처음 듣는 낮은 음역대에 필자도 친구도 허리를 숙여 죄송하다고 말했던 것 같다. 사실 겁이 많은 필자는 목만 까닥하고 도망갔던 것 같기도.
이 날 이후부터 필자는 윗사람이든 나이가 적은 사람이든 무의식적으로 '수고했습니다'라는 말을 내뱉는 걸 피했던 것 같다. 어릴 적에는 80% 넘는 사람이 나보다 나이가 많고, 부탁할 일이 많다 보니 '감사합니다'로 퉁쳤던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부터였다!
필자가 다니고 있는 직장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사람 간 왕래가 없어 1년 간 제대로 두 마디 이상 나눠 본 사람이 거의 없다. 그리고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건지 수줍음이 많은 건지 출근할 때 인사도 제대로 안 하는 사람도 대다수다. 여기서 필자가 정말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은, '안녕하세요'도 안 하던 사람들이 참 신기하게 퇴근할 때는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럴 때 필자는 '고생 많으셨습니다~'라고 답변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대부분이 '고생'이라는 말을 하자마자 휑 하고 떠나버린다. 그렇다. '수고하셨습니다'는 그냥 스쳐가는 인사말이다. 그리고 '고생 많으셨습니다'는 그들이 끝까지 듣기에 너무 긴 단어다. 바쁘디 바쁜 세상 속에서 1개가 추가된 단어는 너무나 비효율적인 단어인 것이다.
그 뒤부터 필자는 어떤 표현이 짧지만, 그들의 노고를 이해하고 힘을 더해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 들어갔다. 그래. 일단 적절한 표현을 찾기 위해 기존 '수고했습니다'에 대해 자세히 파봐야지. '수고'는 일을 하느라 힘을 들이고 애쓰다는 한자 뜻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해당 표현이 고통을 받는다라고 해석되어 웃어른에게 쓰면 안 되는 거라고 한다.
그렇다면 고통받지 말고 힘을 내야 하는 인사말을 건네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필자는 '화이팅 하세요!'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주먹을 불끈 쥐는 손짓도 잊지 않았다. 직장 사람들의 반응이 많이 달라졌을까? 유감스럽게도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필자의 주먹을 보지도 않고 빠르게 스쳐갔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피식 웃으며 함께 주먹을 불끈 쥐었다. 뭐 이 정도면 실패는 아니지 않을까?
그런데 해당 표현은 퇴근하는 사람에게는 적절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퇴근하는 사람에게 '화이팅'이라니 다시 일을 하라고 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젠장. 그럼 다시 '고생 많으셨습니다'로 표현을 바꿔야 할까? 아니면 그냥 '감사합니다'라고 마무리를 해야 할까.
끝이 없는 고민에 과거 선생님에게 '수고하셨습니다' 말을 건넸던 친구로부터 조언을 구해보았다.
[수고했습니다 대신에 쓸 수 없는 말이 뭐가 있을까?]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건 너무 길어 다른 말]
[어쩌라는 거야]
~ 자초지종 설명 중 ~
[걍 써~ 아무도 불편하게 생각안함]
역시 선생님의 사랑을 받던 학생의 우문현답이다.
현명한 친구의 말처럼 당분간 더 좋은 말을 찾기 전까지는 '수고하셨습니다'를 써야할 것 같다. 대신 가벼운 목례와 옅은 미소를 곁들여 조금이라도 응원하는 마음을 전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