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직전 업무 총 회고. PM/PO 도전을 준비하며.
부트캠프 PM을 하신 분이라면 공감대가 있겠지만, 그 외에는 그저 이런 일을 하는구나 정도로만 봐주세요.
문득 그런 잡념이 날 고민의 구렁텅이에 빠트렸다.
"교육 콘텐츠는 프로덕트라고 하지 않을텐데."
"서비스 기획자는 Figma나 XD를 다뤄야 하고, 스토리보드(화면설계서)도 작성해봐야 할텐데."
"PM이 되려면 데이터 분석은 물론 이슈 관리, CX 역량 등 다양한 역량이 추가로 필요할텐데."
"애자일한 업무 방식과 디자인 씽킹도 필요할텐데."
분명, 지금까지 내가 알아본 서비스 기획자 또는 PM의 역량과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PM의 역량에는 다소 달라보인다.
하지만 이 회고를 쓰며 들었던 생각은 이번 글을 한줄로 요약해주었고,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뭐야, 나 PM으로서 역량을 갖추어가는 중인데?
요즘 PM이라는 업무에 대해 많은 아티클을 서치해보고 있다.
어쨌든, 지금은 Next Career를 설정할 때이니까.
PM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량이 필요한데,
내 나름대로 생각하여 정리한 PM의 필요 역량은 다음과 같다.
1. 고객 중심적 사고(UX) : 고객은 어떤 문제를 고민할까? 고객이 진정으로 바라는 니즈는 무엇일까? 고객에게 어떤 제품으로 고민을 해소시켜줄 수 있을까?
2. 시장과 제품에 대한 이해(Business) : 내가 기획하는 제품의 BM은 무엇일까? 제품의 존재 가치는 무엇일까? 왜 이 시장에서 이 제품이어야만 할까? 경쟁사 제품은 어떨까? 이 시장과 제품에 미래가 있을까?
3. 다양한 제품 개발 환경(Tech) : 우리 제품은 어떤 환경에서 개발되어야 할까? 제품을 기획하고 출시하기까지 어떤 스킬이 필요할까?
4. 애자일한 협업 방식(Communication) : 주어진 업무 프로세스를 명확히 정의하고, 기획자/개발자/디자이너/운영자/QA 등 제품에 참여하는 다양한 직군에 효율적으로 R&R을 배분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들과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어떤 지식이 필요할까?
물론 서비스 기획자와 PM은 다르지만,
내가 '서비스 기획을 배워야겠다'하고 생각한 이유는 결국 'PM'이 되고 싶어서라고 본다.
(감사하게도, 다른 작가님께서 작성해주신 글에서 PM, PO, 서비스 기획자, UX 기획자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끼워맞추기 식으로 PM으로서의 역량과 내가 쌓아온 역량들을 비교해봤을 때
생각보다 매칭이 잘 되서 진지하게 놀랐다.
다만 확실히 매칭되지 않는 것은,
IT 업계에서 말하는 Online/Mobile 서비스가 아닌, 나노디그리는 Offline 기반의 서비스라는 것이다.
다른 작가님께서 써주신 "PM의 역할"에서 순서만 약간 변경하여 가져와서,
내가 해왔던 주 업무인 '나노디그리 Product Management'와 비교해보았다.
1. 고객 중심의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의 문제 발견
나노디그리의 (잠재)고객의 대상은 여느 부트캠프와 다를 바 없는 페르소나일 것이다.
"데이터 분석에 대해 배워 실무에 빠르게 취업하기를 원하는 비전공자 출신".
하지만 나 또한 데이터 분석가로 취업하기를 원했던 사람으로서,
고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페르소나에는 몇 가지 빠진 특징이 존재한다.
- 데이터 분석은 어디에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취업을 하려면 단순히 분석 스킬을 배우는 것을 넘어 특정한 도메인에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 기업마다 데이터 분석 업무도 다양한데, 내가 가고 싶은 기업에 취업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기업에서의 정확한 포지션을 이해해야 한다.
-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분석가로서 내가 어떤 일을 해왔고,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 내가 지금 취업에 대해 잘 준비하고 있고, 취업 자신감이 결여되어있지는 않은지 체크해야 한다. 등
이처럼 내가 직접 고객이 되어보기도 했고,
그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그들에게 주어진 문제를 지속해서 발견해왔다.
2. 시장 상황, 고객의 니즈, 비즈니스 기회 등을 파악하여 제품 전략, 성장 로드맵 및 방향성 설정
포화된 성인실무교육 시장, 넘쳐나는 부트캠프들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부트캠프를 타파하는 새로운 개념의 부트캠프가 필요했다.
"5개월만 배우면 바로 취업 가능"하다던지, "분석, AI 등 다양한 스킬을 배울 수 있다"던지
하나의 부트캠프에 너무 많은 것을 담아 상품으로 출시해내고 있는 것이 지금 부트캠프의 현실이라고 본다.
발전된 인터넷 환경 덕분에 고객들은 다양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트캠프들에 대해 다양한 이유(커뮤니케이션이 한정되는 온라인 환경, 부담스러운 가격, 적절치 못한 커리큘럼 등)로 거부감을 표출해낼 수 있다.
필자는 나노디그리 총괄을 맡은 이후 상품을 기획할 때, 이런 점을 다양한 시각에서 리서치하며 고민했고,
나노디그리의 전체 로드맵 및 방향을 다음과 같이 설정했다.
- 코로나19에 익숙해진 온라인 환경이 아닌,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오프라인 환경에서 학습(기존 방식과 동일하게)
- BM 상 단기 수익이 적더라도 장기적인 리텐션을 높여줄 수 있도록 타사 대비 합리적인 상품 가격 조정
- 업계 트렌드 및 분석가 채용 공고를 리서치 분석하여 정말 빠르게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 조정 등
이런 프로세스를 4기부터 6기까지 총괄해오면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고, 실제로 4기 당시의 나노디그리와 6기 당시의 나노디그리는 다양한 부분에서 기획으로서의 변화가 발생해왔다.
3. 제품 개발 프로세스 관리 및 운영, 리딩
나노디그리의 한 기수가 출시되기 전부터 종료된 이후까지 다양한 업무 프로세스와 이슈가 발생한다.
- 출시 전 : 튜터 소싱, 커리큘럼 조정, 교육일정 스케쥴링, 프로젝트 일정 조율, 커리어 이벤트 기획, 커리어 미팅, 기타 CS 등
- 운영 중 : 운영(입실/퇴실체크, 강의장 관리, 커리어 상담, 커리어 이벤트 운영, 프로젝트 평가관 및 조교 수행 등) + 기획(고객 피드백에 따른 커리큘럼 조정, 튜터 일정에 따른 이벤트 일정 재조율, 추가 이벤트 기획, 외부 업체 및 튜터와의 연계 및 추가 특강 등)
- 종료 후 : 사후 고객 관리(취업 컨디션 체크, 기업 추천, 취업률 조사 등)
이러한 프로세스와 이슈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내부에서 사용하던 Slack과 Notion 등을 적극 활용했다.
4. 법적 제약, IT 윤리, 운영지침 등 제품 관련 정책에 대한 고민
때때로는 커뮤니케이션 및 이슈 대응 채널로 Notion, Slack이 아닌 다른 플랫폼을 도입하여 사용하기도 했고, 해당 제품의 가격을 산출하기 전 외부 업체에서 제공하는 후불제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처럼 B2C 기반의 B2B 협업이 가능한 상황에서, 제품에 대한 인바운드&아웃바운드 Policy가 필요했다.
기존에 문서상 기록되지 않았던 환불 정책, 운영 약관 등을 정리하였고, 타 직원들도 해당 제품에 쉽게 온보딩할 수 있도록 업무 운영 가이드도 별도로 만들어 배포했다.
5. 개발, 디자인, 경영 등 다양한 포지션의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해당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다양한 팀원과의 협업이 진행되었다.
가령 제품 가격 산출을 위한 경영 팀과의 BM 구성, 제품 소개 페이지 제작을 위한 디자인 팀과의 협업, 제품 홍보를 위한 마케팅 팀 및 영상 콘텐츠 팀과의 마케팅 협업 등 내부 조직원들과 활발히 소통했다.
뿐만 아니라 나노디그리의 튜터들을 포함한 외부 관계자들과도 지속적이고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커리큘럼 고도화, 일정 세팅, 이벤트 기획을 주도했다.
6. 데이터 기반 모니터링, 문제점 및 해결방안 도출, 가설 검증 등으로 제품 및 서비스의 솔루션 기획
고객들이 제공하는 정량적/정성적 학습 데이터(출석률, 상담 진행 내역, 사전 강의 수강률, 프로젝트 진행 상황 등)를 주기적으로 체크하고 분석하여 기수별로 학습 커리큘럼을 애자일하게 조율했다.
이전 기수 고객들의 니즈를 더해 신규 학습 로드맵을 구성하고, 튜터들의 자료를 기반으로 새로운 프로젝트 시스템을 구축해내는 등 고객들의 성장 목표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왔다.
- 4기 이전에는 데이터 분석가에게 필요한 하드 스킬 위주의 학습 로드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면,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소프트 스킬을 함께 쌓을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을 추가했다.
- 이전에는 단순히 공공데이터 또는 Kaggle에 주어진 데이터로 별도의 주제나 컨셉 없이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주제나 데이터를 선정하는 시간이 매우 길었다. 실무에서는 데이터와 주제가 정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파악하여 4기 이후에는 주제 또는 데이터를 주어주고 프로젝트 주차별 상황 보고 시스템을 구축하여 프로젝트 진행 정도를 실무에 맞도록 관리하기도 했다.
7. 유저의 제품 사용성을 고민하고, 최적의 유저 플로우 제공
제품 특성상 고객에 대한 마이크로 매니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내부 인력이 다소 부족한 극악의 조건에서 제품 자체의 수익성 강화를 위해 제품의 수명 주기를 더 빠르게 개선해야 했다. 이에 다음과 같은 활동을 통해 솔루션을 기획했다.
- 내부 운영 인력을 최소화하는 대신, 각 이벤트 및 프로젝트마다 운영 리소스를 줄일 수 있도록 반자동화 작업 진행
- 노션을 활용한 개인 학습 및 커리어 관리 시스템 구축
- 내부 VOD 강의 컨텐츠 제공으로 고객들에게 사전 지식을 함양시키고, 이로 인해 추가될 기획 리소스 제거
- 각 기수별로 기획하는 리소스를 줄이는 대신, 다양한 B2B 협업을 통해 각종 이벤트 사전 기획
나노디그리에 참여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취업"에 있기 때문에, 외부 기업 연계가 없는 부트캠프로 유지되기는 어려웠다. 고객이 원하는 기업을 분석하여 B2B 영업을 진행하기도 했고, 각종 이벤트에 대한 상세 가이드를 정리하여 사전 안내를 실시했다.
8. 사업과 트렌드에 대한 관심으로 신사업 기획
지난 나노디그리 데이터 애널리스트 취업 코스에서 구축한 프로덕트 프리셋을 기반으로,
개발자의 수요 증가 및 고객들의 국내 개발자 부트캠프에 대한 부정적 감정(포괄적인 커리큘럼, 과하게 짧은 학습 일정 등)의 다양한 사회적 트렌드 및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새로운 부트캠프 프로덕트 '나노디그리 백엔드 개발자 취업 부트캠프'를 기획했다.
비록 출시 이후 인수인계 및 타 팀원들의 리뉴얼이 진행되었지만, 기초 아이디에이션부터 커리큘럼 세팅, 튜터 소싱까지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확실히 어거지로 끼워맞추면(?) 정말 PM으로서의 업무를 진행한 것 같다.
단언컨데, 1인 CEO가 되어 나노디그리 전반을 총괄하여 리딩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자랑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Online 기반의 PM으로서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인 듯 하다.
당장 내게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역량은 다음과 같다.
1. 온라인(웹/앱) 환경에 대한 이해
Web, Mobile 등 온라인 제품 개발 환경에 대해 간접적으로 경험은 해봤지만, 결국 오프라인 기반의 서비스 프로덕트를 관리했다. 온라인 프로덕트와 오프라인 서비스 프로덕트는 서로 전혀 관계없는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가질 것이라 판단했다.
2. 서비스 기획 마인드셋
교육을 기획한 것 또한 하나의 서비스 기획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제품 요구사항 정의서 또는 기능 정의 단계를 세세하게 문서화하지는 못했다. 기획에 대한 프로세스를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문서화하는 습관이 필요해보인다.
3. UI/UX의 이해
각 단일 교육 프로덕트에 대한 SNS 마케팅 크리에이티브를 제작하고 캠페인을 관리하는 업무도 병행했는데,이를 통해 디자인이라는 세계에 그나마 트렌디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마케팅을 위한 디자인과 실제 서비스의 핵심 요소가 되는 UI/UX 디자인에는 다양한 부분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 고객심리학적, 인지학적으로 UI/UX를 디자인하는 방법에 대해 학습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진다.
4. 스쿼드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
치명적이게도, 나노디그리와 같은 프로덕트나 기타 단일 교육 프로덕트는 'Non-Squad'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동일한 업무영역 내에서 각자 파트를 나누어 업무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있었지만, 스쿼드 형태로 하나의 프로덕트를 매니징하는 활동이 거의 없었다고 본다.
5. 프로젝트 관리 도구
물론 Notion을 통해 일별, 주별, 월별 OKR을 설정하고 나름 애자일한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관리해왔지만, 보다 체계적이고 트렌디한 방법(Jira&Confluence, 먼데이닷컴 등)으로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관리해보고 싶다. 간단히 사용은 해봤더라도 실무에 적용시키지는 못한 것이 안타까운 내 현실이다.
6. 보다 넓은 비즈니스 도메인
지금까지는 "데이터 사이언스"와 "교육" 그 자체에 대한 도메인 지식을 많이 축적했다. 보다 새로운 도메인으로 확장하여 좀 더 Generalist로서의 역량을 발휘할 순간이 된 것 같다.
이 외에도 PM으로서 가져야 할 역량은 더 많이 있다.
당연히, 기존에 다듬어왔던 PM으로서의 역량도 다시 새롭게 정비해야할 것이다.
이전 회사에서 더 해볼걸, 잘 해볼걸 이라는 생각에 빠지긴 하지만, 이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내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은 열심히 공부하고 적용해보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문서화하고 포트폴리오화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PM/PO로의 이직을 준비하는 이직자가 되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앞서 써둔 이력서를 잘 다듬고 있고
그 이력서들을 다양한 기업에 넣고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앞으로 성공적인 이직까지(그리고 그 이후까지) 해야할 것들은 사악하게 많다.
- 지금껏 정리하지 못했던 이전 경력들을 문서화하고 이력서 다듬기
- 서비스 기획과 UI/UX 디자인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 습득하기 (강의 수강, 독서 활동 등)
- 스토리보드 제작 도구(XD, Sketch, Figma 등) 익히고, 나만의 서비스 기획 프로젝트 해보기
- 배운 것들 기반으로 사이드 프로젝트 참여해보기
- PDF로 정리된 포트폴리오 만들기
- 프로젝트 관리를 위한 협업 도구 다양하게 다뤄보기
- 기업 분석하기
- 지원하고, 지원하고, 지원하고, 지원하기..
솔직히 부담스러운건 사실이다.
부끄럽지만, EP02를 발행하고 지금까지 그 짧은 시간동안
퇴사에 대해 축하와 위로의 메시지를 얻기도, 한편으로 미래에 대한 걱정을 가지기도 했던 것 같다.
겨우 2년 n개월차 경력만으로 '쉬고 싶다'라는 나태함을 가지기도 하고,
겨우 몇몇 기업에서 떨어지는 것만으로 패배감과 회의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기로 했다.
이미 나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도 많고, 그만큼 격려도 많이 받았다.
그 격려에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쉬지는 않았지만, 더더욱 쉬고 싶지 않아졌다.
쉽지는 않겠지만, 더더욱 성장하고 싶어졌다.
PM으로 완벽히 성장한 나를 늘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