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생활이나 인간관계, 업무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성격은 아니다. 언제 어느 때나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장점이고 실제 그런 면에 대한 평이 좋아서 가끔 일어나는 실수도 잘 수습하고 잘 대처하고는 했다.
사람인지라, 밀려드는 업무와 급작스럽게 닥치는 상황들을 쳐낸다고 쳐냈는데도 실수가 연달아 나왔다. 2월에 새로 맡은 업무의 난이도와 업무량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3개월이 지나 좀 적응했다고 방심했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정부 조기집행 정책 프레스가 본격적으로 밀려드는 시기여서 내 예상보다 더욱더 일이 많아서였을까(필자는 공공기관 계약 업무를 하고 있다).
자존감이 뚝뚝 떨어지고 그 와중에 표정관리는 해야겠고(부서 점수를 깎아먹는 실수였고 부서장도 부서원도 그럴수 있다고 독려해줬지만 스스로를 자책할 수밖에 없는 실수였다.), 당장 쳐내야 하는 서류들은 계속 들어오고, 그와중에 늦게 퇴근한다고 날이 서있는 남편의 메시지가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육아나 가사의 대부분을 프리랜서(이자 박사, 모대학 겸임교수라는 명칭의 시간강사 등) 남편이 해내면서 여타의 직장맘에 비해 부담을 덜한 상황인 건 사실이다. 큰아이의 이른 사춘기와 예민한 둘째 아이를 챙기느라 곤두서 있는 남편의 기분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침저녁 끼니도 출퇴근 차량에서 때우고 어떻게든 양쪽 일을 다 해내려다가 이도 저도 잘하지 못하는 갓 같아 자괴감만 가득 차오른다.
매사 긍정적으로, 즐겁게 살고자 노력하지만 작은 실수에도 예민해지고 멘탈이 흔들리는 평범한 사람이고 그저 주어진 일을 무리 없이 해내고 싶어 하는 야심 없는 평범한 직장인일 뿐인데.
평범하고 즐겁게 산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베로니카, 즐겁게 살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