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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듯한생각비니 Mar 20. 2020

"사랑해요... 아저씨."

'올드보이'가 찾아 헤매던 진실. 당신에게 진실은 무엇인가요?

'올드보이'

박찬욱 作


<영화에 대한 내용 언급이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하신 분은 시청 후 읽어주시길 권장드립니다.>


예전에 '오이디푸스'를 공부하던 시절. 선생님께서 박찬욱 감독님의 '올드보이'가 오이디푸스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올드보이'를 보게 되었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오이디푸스의 내용이 생각나는 콘셉트가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오이디푸스가 운명을 중심으로 이야기했다면, 올드보이는 '진실'을 중심으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영화 '올드보이'의 포스터


'올드보이'의 이야기는 오대수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영화의 시작. 오대수는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15년을 이유도 모르는 채 감금된다. 15년의 상실감은 복수심으로 번지고, 오대수는 독방에서 무술을 연마하며 복수를 꿈꾼다. 시간이 지나, 세상에 나온 오대수는 우연히 미도라는 젊은 여자를 만나고 그녀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자신을 가두게 한 이우진을 추격한다. 결국 오대수는 이우진을 찾아내지만, 이우진은 15년에 대한 진실이 궁금하지 않냐며, 그 이유를 알아내라고 5일의 시간을 준다. 오대수는 그렇게 진실을 밝히기 위해 기억을 쫓는다.



마침내 찾은 진실. 하지만 더한 것이 오태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대수는 고등학교 시절, 이우진이 자신의 누나와 사랑을 나누던 모습을 보고, 친구에게 그 사실을 말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 한마디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임신을 했다며 소문이 커지고, 그 소문으로 인해 상상임신을 하게 된 누나는 자살을 했던 것이다. 15년의 이유를 찾은 오대수는 이우진에게 찾아가 복수를 하려고 하지만, 이우진이 그에게 진짜 복수를 하게 된다. 미도가 사실은 오대수의 딸이었다는 것. 사랑을 하고 몸을 섞은 아버지와 딸. 오대수는 그 진실에 이성을 잃어버린다. 그렇게 오대수는 자신이 알고 싶었던 15년의 이유를 알게 된 대가로 끔찍한 진실과 마주해야만 했다. 오대수는 지난날의 복수심을 억누른 채, 이유진에게 굴복하며 자신의 혀를 자른다.



끔찍한 진실에 과연 오태수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이러한 올드보이의 내용에서 '과연 진실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고민 끝에 나는, 먼저 '사실'과 '진실'을 나누어서 이야기하고 싶다. '사실'이란 실제로 일어난 일. '진실'이란 개인이 사실이라고 믿는 일이라고 표현하겠다. 영화를 통해 예를 들자면, <수는 '젊은 여자'인 미도와 사랑을 나눴다.>라는 진실이 <수는 '자신의 딸'인 미도와 사랑을 나눴다.>로 바뀌는 것이다. 이렇게 진실은 변할 수 있다.


'진실'이라는 것은 매우 매혹적이다.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고, 그로 인해 우리는 항상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든 진실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올드보이의 진실처럼, 인간으로서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진실도 있는 법. 그럼에도 우리는 알려고 한다. 영화는 '복수'라는 테마를 통해서 인간이 진실을 향하는, 마치 불속으로 날아가는 불나방 같은 우리의 모습을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수는 진실을 외면하기로 결정한다. 도저히 마주할 수 없는 진실, 받아들일 수 없는 진실을 껴안고 살아가기에는 생각보다 인간은 나약하다. 영화는 진실에서 도망치는 오대수의 모습을 통해서, '때론, 진실의 무게는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울 수도 있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사람은 말이야... 상상력이 있어서 비겁해지는 거래."


이 글을 읽는 우리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에게 '진실'은 무엇인가요? 우리은 '진실'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전 우리들이 진실에 자유롭지 못해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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