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D에 대해 알고 싶다면 시작은 이 책으로
언제부터인가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물론 논문도 썼고, 교육 자료도 무수히 만들었지만 그것들과는 별개로 정리를 한 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하는 후배들을 위한 글을 쓰고 싶었다.
전자책을 한 번 만들어 보자!
시작을 두고 고민하고 있을 무렵 '한나전(한달만에 나도 전자책 만들 수 있다)"이라는 모임을 알게 되어 전자책 만들기 멤버들과 함께 했다. 당연히 혼자서는 안될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챌린지 모임과 함께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전자책의 맥락을 정하고, 새벽시간 줌으로 모여 강제(?) 글쓰기 시간을 가지며 페이지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VMD가 너무 좋아서 다른 쪽으로는 눈길도 돌리지 않고 오직 한 길만 고집해 온 뼛 속까지 VMD인 까칠한 팀장이다. 내가 처음 VM을 시작했을 때, DISPLAYER, 또는 COORDINATOR 였다. Visual Merchandiser 라고 불리웠을 때는 5년 차 정도되었을 때 정도로 생각된다. VMD가 되면서 업무 영역이 훅 커진 느낌을 받았다.
패션 영역이 넓어지면서 VMD도 많아지고 관심도 커졌다. 패션 전공자들로 시작된 VMD가 이제는 전공을 불문하고 선호하는 직업이 되었다. VMD를 꿈꾸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 방법이 없고, 인맥이 없어서, 또는 자료가 없어서 막막한 후배들을 위해 전자책을 쓰게 되었다.
현업에서 업무를 하며 패션 계열 대학교에 출강 중이다.
대학에서 최대한 실무 위주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에 입사를 하는 학생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학교에서 배운 거랑 너무 다르다는 말을 한다. 이 책을 통해 패션 회사의 각 부서 업무, VMD 업무의 프로세스와 주요 업무를 알 수 있도록 했다. VMD가 되기 위한 준비, 입사 지원 시 면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회사를 다니는 신입 사원까지는 무난히 잘 활용되어질 것이다.
더불어 한 회사를 꾸준히 다닐 수 있는 비결과 한 가지 일을 20년 이상 할 수 있는 노하우까지 터득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는 행복한 사람이 되길 간절히 바래 보았다.
매장에 관련된 비주얼(요즘엔 눈에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음악, 향기도 관리…)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VMD의 역할이다.
남들이 볼 때는 멋스런 옷을 입고 손놀림 몇 번이면 멋진 매장이 연출되어 있을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실상은 먼지 가득한 공간에서 인테리어 컬러, 사이즈를 체크하고, 무거운 박스, 소품, 의류들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레이아웃과 컨셉을 만들어 간다. 결국 일관된 하나의 컨셉으로 통일된 매장을 만들어 고객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 일은 완성의 기쁨이 얼마나 큰 지 아는 사람이라면 꼭 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또, 일을 하면 할수록 필요한 것이 체력이다.
VMD로 오랫동안 일을 하면서 꼭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면, '브랜드 지키기' 라 할 수 있다. 브랜드의 컨셉을 유지하는 것이다. 브랜드 컨셉을 지키는 것은 나를 버리고 브랜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개인의 취향이 굉장히 많이 반영되는 업무라 회사에서 VMD로 일 할 때는 개인취향을 버리고 브랜드 컨셉에 충실해야 한다. 때로 상사가 개인적인 취향(컬러, 집기, 구도)을 디자인에 반영하도록 요구할 때도 있다. 이 때는 다양한 사례의 사진과 자료를 준비하여 설득하고 함께 고민하여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내 취향의 내가 좋아하는 컨셉의 브랜드에서 일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나는 처음에 데님 브랜드에서 일했는데, 20대에 내가 가진 청바지만 한 계절에 20개가 넘었다. 한 매장을 연출하고 나면 손이 파랗게 물들 정도로 애착을 가지고 일을 해도 데님이 좋았다. 30대에는 여성복 브랜드 VMD로 주로 내가 입기 딱 좋은 브랜드라 더 재미있게 일 할 수 있었다. 가장 높은 퀄리티의 소재와 디자인을 먼저 보고 매장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 후, 출산으로 육아를 하며 이직한 회사는 유아의류, 용품 관련 VMD로 10년이 다 되어 간다.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곧 브랜드의 비주얼과 관련된 업무를 하니 일이 너무 즐겁다. 패션에도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으니 본인과 가장 잘 맞는 브랜드를 찾는다면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VMD를 세분화하면 크게 S.I(Store Identity), VMD, 그래픽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회사에 따라서 3개의 팀이 비주얼 부문 또는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S.I(Store Identity)는 매장의 건축, 파샤드(외관), 인테리어, 자재, 견적, 현장 감리, 하자보수(AS)등이 주된 업무이다. VMD는 매장의 구성과 디자인, 레이아웃, 연출, 매장 교육 등, 그래픽은 매장의 비주얼 부분(광고 진행, 실사 이미지, 포스터, POP 등)으로 마케팅과 관련된 디자인으로 매장의 퀄리티를 높이는 업무를 한다.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화보 촬영에 VMD가 관여하는 경우가 있다. 브랜드 컨셉에 따른 모델 착장과 스타일을 협의하며 매장 적용, 이벤트 등에 사용한다. 나는 마케팅팀과 컨셉을 잡고 장소 헌팅, 소품 디자인 의뢰, 그리고, 보아, 플라이투더스카이, 김남주, 이나영, 수애, 외국인 모델, 아기 모델들과 함께 화보 촬영을 하며 배운 것이 많다.
이 책은 20년 이상 VMD 업무를 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패션 브랜드에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VMD가 하는 일을 알려 주려고 썼다.
VMD가 되고 싶은 취준생, VMD 업무에 대해 궁금한 패션브랜드 타 부서 분들, VMD로 전업하고 싶은 분, 팀장님께 칭찬받고 싶은 신입사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보게된 내 논문!
[비주얼머천다이저의 업무분석 (2010, 8)] 을 다시 보게 되었다.
아, 그 때도 이 내용으로 논문을 썼구나.
만삭의 몸으로 논문 발표하던 순간이 생각났다. 아들은 2010년 8월 17일 출생으니 난 논문을 쓰며 태교를 한 셈이고, 대학원 졸업 사진이 곧 만삭 사진이었다. 출산 전에 무조건 논문을 완료하고야 말겠다는 생각 뿐이었고, 졸업식 날, 출산했다.
'어차피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자신감으로 글을 써내려 갔고 어느덧 글이 완성되고 있었다.
함께 하는 챌린지의 가장 큰 매력은 같은 목표를 가진 멤버들의 무한 격려와 응원이다. 특히 한나전의 리더인 해피스완님과 클리오님의 우리를 향한 밀당은 큰 힘이 되었다.
완성된 PDF파일을 크몽에 등록하고 승인 요청 버튼을 눌렀다. '제출'인줄 알았는데, 답이 없어 다시 보니, '임시 저장'한 것을 뒤늦게 알고 다시 제출하는 해프닝까지 챙겼다. 그리고 하루만에 승인이다.
7월말에 발행한 전자책 [현직VMD가 비주얼머천다이저의 모든 것을 알려드립니다]는 꾸준히 팔리며 내 생활의 꿀같은 커피값을 제공한다. 나에게 있어 전자책 발행의 의미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알려준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루어지는 업무인 VMD를 온라인에서 다양한 형태로 프리젠트할 수 있는 한 가지 길을 열어 준 것이다. 다른 세상에 한 걸음 발을 옮겨 보았다.
그리고, 나의 첫 노란책에 이어 후속책들의 표지를 미리 만들었다.
블랙북까지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