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칠한 팀장님 Dec 09. 2021

내가 제일 관심있는 브랜드로 시작하는 VMD



처음 VMD가 되었을 때, 계약직으로 속옷 브랜드에서 6개월 일했다. 워낙 핫한 브랜드에다 사장님이 연예인이셔서 즐겁게 일했는데, 속옷이다 보니 코디네이션이라든가 연출 등에 제약이 많았다. 상품 구성과 소재도 몇 가지 되지 않아 좀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계약직이라 정직원의 자리를 알아보고 있던 중 데님 브랜드의 VMD로 일하게 되었다. 학교 선배의 소개로 브랜드 많은 회사의 데님 브랜드 VMD가 되었다. 사시사철 청바지만 입고 다니던 내가 데님 브랜드에서 데님과 코디네이션된 상품들 가득한 연출을 하게 되었다.






같은 VM을 하더라도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호감가는 브랜드를 하게 되면 집중도와 아웃풋은 아주 크다. 골프 브랜드를 한다면 골프를 치거나 골프에 대한 상식이 많으면 좋을 것이다. 여성복과 아웃도어 브랜드를 총괄한 적이 있었는데 VMD 담당들의 출근복부터 달랐다. 본인이 담당한 브랜드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이 있다면 더 즐겁게 일 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나는 행운아였다. 청바지를 접고 개고 마네킨에 입히는 등,,, 데님과 함께한 시간만큼 손은 새파랗게 물둘었고(물론 비누로 씻으면 지워짐), 내 옷장엔 데님들로 찼고 나는 늘 데님만 입고 다녔다. 사도사도 또 사고 싶은게 청바지였다.









몇 개의 캐주얼 브랜드를 거쳐 여성복을 맡게 되었다.

상품 스펙과 소재가 훅 많아지는 느낌이었다. 날씬해 보이고 세련되어 보이는 것이 중요하고 핏되며 엣지있어 보이게 상품을 연출해야했다. 우선 내 스타일도 바뀌기 시작했다. 높은 구두와 블라우스, 니트, 정장 바지를 입게 되었고, 목걸이, 팔찌, 핸드백 등의 악세서리가 달라졌다. 물론 헤어스타일과 화장, 향수도 변하기 시작했다. 브랜드에서 함께 일하는 상사, 동료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브랜드를 사랑하지 않으면 내 브랜드 일을 하기가 힘들어지고 공부해서 해야 하는 일처럼 느껴져 힘들어 진다. 내가 맡은 브랜드를 좋아하고 옷을 입고, 쇼핑백을 들고 다니며 애정을 갖고 일하면 관심도 만큼이나 아웃풋이 증폭될 것이다.

남성복 브랜드도 함께 하면서 왠만한 성인 상품에 대한 감각을 키운 것 같다.

다만 스포츠, 골프 등의 브랜드는 참 어렵다. 스포츠를 좋아하고 스포츠맨쉽이 있는 사람들이 VM을 한다면 좋을 것 이다.







임신과 출산을 위해 3년 정도 VMD 업무의 공백을 갖게 되었다. 유아동에는 관심이라고는 전혀 없던 내가 내 아이를 키우며 유아동 매장을 들락거리며 유모차, 각종 수유 용품과 내복, 싸개, 아기 로션, 장난감 등을 진열하는 것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나를 찾고 싶어하는 마음이 통했는지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바로 유아동 브랜드다. 유아, 아동, 용품, 아동 편집샵, 브랜드 멀티샵, 키즈카페 등 이 안에서도 다양한 공간들을 만들어 나가며 일하다 보니 어느새 10년이 되어간다. VMD라는 것에도 이렇게 복종이라는 카테고리가 있고 그 안에 유통의 현태 등을 고려해 볼 때,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와 그 환경 안에서 즐겁게 일 해 온 것 같다. 참 힘든 순간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돌아보니 또 감사한 일이 가득한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